멋쩍게 된 보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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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쩍게 된 보은군
  • 김인호 기자
  • 승인 2025.12.1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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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가 당초 7개 군에서 10개 군으로 늘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개 군 주민 대상이었다. 여기에 지난 2일 충북 옥천과 전남 곡성, 전북 장수 3개 군이 국회 심의에서 추가됐다.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10개 군 주민은 1인당 월 15만 원(1년 180만 원), 4인 가구의 경우 6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받는다. 2026년부터 2년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지급한다. 재정 부담 비율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재원은 국비 40%, 시·도비 30%, 군비 30%로 집행하기로 했다.
이번에 추가 선정된 옥천군은 지난 4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을 자축했다. 옥천 군청 광장에 모여 축하대회를 열고 행복옥천을 알리는 범군민 퍼포먼스 등을 진행하며 한껏 환호했다. 황규철 옥천군수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문자 발송을 통해 선정 소식을 전군민에게 알렸다.
올해 공모에는 인구감소지역 49개 군이 신청했다. 이 사업은 국민주권정부 5대 국정목표에 해당하는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과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역점 사업이다. 충북에서는 보은 옥천 영동 괴산 단양 등 5개 군이 뛰어들었다. 이 중 옥천군이 유일하게 1차 관문을 통과하고 최종 대상지에서 탈락했다.
옥천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에 추가 선정되기까지 충북의 그 어떤 지자체보다 도드라지는 행보를 보였다. 황규철 옥천군수, 이재한 민주당 동남4군 지역위원장, 단체, 대학생위원회 등 기자회견, 집회, 국회 상경 등을 통해 추가지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마음껏 키웠다. 이재한 위원장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한 최고위원회에서 삭발할 각오를 내비치며 SOS를 요청하기도 했다. 보은군도 충북의 추가 선정을 촉구하는 보은군의회의 건의문 채택, 김도화 의원의 사전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5분 자유발언 정도의 성의를 내보였다. 
보은군과 접경 지역인 옥천의 추가지정으로 보은군이 한편으로 멋쩍게 됐다. 일 년 180만 상당의 지역화폐를 받게 됐으니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둔 주민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리게 됐다. 농어촌 기본소득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주민에게서는 농담 반 진담 반 주소를 옮기겠다는 자조적인 말도 튀어나올 법하다. 무엇보다 인구나 교통 접근성, 생활편의 등 각종 지표에서 누가 보더라도 보은군이 대전 생활권역인 옥천군에 앞서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인데... 이번 선정만을 놓고 보면 보은군의 리더들이 고개를 숙일법하다. 
한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으로 역효과도 우려된다.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게 뻔하다. 예를 들어 보은군이 낙점됐다면 내년 본예산으로 편성된 4423억 원에서 당장 164억 원(인구 30,500명*재정부담 30%인 연 540,000원)을 분담해야 한다. 어딘 가에 쓰여야 할 예산으로 돌려막기를 해야된다는 얘기다. 어찌 되었든 보은뿐 아니라 탈락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 선정이 달갑지만은 않은 아픈 소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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