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고시학원 속리산 분원
4전5기, 7전8기 등 끊임없는 도전력과 빡빡 깎은 머리에 햇빛을 못 본 창백한 얼굴, 두꺼운 안경이 연상되는 고시(考試)공부 고생하면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고 관문을 뚫어 고시에 합격한 이들에게 사람들은 온갖 칭찬과 함께 그 사람의 성장과정, 집안, 성격 등을 얘기하며 한동안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하는 등 전국적인 화제의 인물로 등장한 것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고시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대단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터에 학원이라고는 어린이를 지도하는 예체능 학원이 고작인 우리 군에도 30세 전후의 어른 학생들이 공부하는 고시학원이 문을 열었다는 것은 그만큼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보은읍에서 상주방면으로 10분쯤 가다보면 동학혁명 교도들의 제2집결지였던 외속리면 장내리에 다다르고 여기서 서원계곡을 따라 얼마쯤 가면 마을과 울을 같이 하는 3층 건물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보은의 새 명물로 등장하게 된 제일 고시학원 속리산 분원(원장 이광식)이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해 두고라도 제일 고시학원이 보은에 들어섬으로 해서 우선 큰 이익 두 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교육환경의 낙후지역으로 오명을 떨치고 있는 보은지역에 고시학원이 들어섬으로써 한창 배울 나이에 있는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자극제가 된다는 점.
그리고 요즘같이 농산물을 생산해 놓고도 제값을 받기는커녕 팔기조차 힘들 때 지역주민과의 유대강화 및 화합차원에서 학원내 식당에서 필요로 하는 농산물 일체를 보은지역에서 구입하고 특히 쌀의 경우는 외속리면 생산품을 전량 구입하는 등 지역 농산물 팔아주기에도 앞장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인 제일 고시학원은 지난 91년 9월 1일 건축공사를 시작해 12월31일 완공하고 1월6일 개원, 문을 연지불과 두달이 채 되지 않은 곳이지만 7명의 우수한 강사진들의 강의를 받으며 1백50명의 수강생은 곧 있을 법원사무직 및 검찰직 시험을 준비하여 늦추위를 녹이고 있다.
연건평 4백20평의 면적에 사업비 11억원을 투입, 1백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은 물론 강의실, 열람실, 휴게실, 샤워실, 식당 등을 갖추고 있어 수험생들에게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더구나 기존 제일고시학원의 전통에 힘입어 수강생이 몰리면서 현재 기숙사에도 전부 수용하지 못하고 12명은 하개리에 있는 99칸의 선씨가옥에서 숙박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광식 원장은 "공부하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시설면에서 많은 신경을 썼고 하루 생활 시간표를 학생들 자유재량에 맡겨 학원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22년전 서울 노량진동에 고시학원을 설비하고 전국의 법원·검찰직 시험에 많은 합격생을 배출해 전국 공무원시험 합격자수의 7할 정도를 차지할 만큼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명문 학원으로 자리잡은 제일 고시학원…… 보은 지역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과거 학원 수강생 중의 한 사람이 보은 자랑을 했던 것을 기억해 산좋고 물좋은 외속리면 서원리에 터를 잡았고, 또한 거의 모든 교육 문화시설이 도시에 편중되어 있어 학원수강생들도 서울로만 몰려 서울의 제일고시학원의 경우도 70%정도가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고 대부분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독서실에서 숙박을 하며 식사도 거르는 경우가 많아 "차라리 시골에 학원을 설립해 이들을 끌어 내린다면 도시에서 드는 절반 정도의 비용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곳에 학원을 설립하게 되었다"고 이광식 원장은 설립취지를 설명한다.
학원생들도 "소음과 각종 환경오염에 찌든 서울에서 벗어나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교통이 불편한 것만 제외하면 아주 좋은 학업환경"이라고 평한다. 현재 여자 10명을 포함한 1백50명의 수강생이 대부분 지방출신이고, 수강료의 50% 감액혜택을 받고있는 우리군 출신 학생도 6명이 있으며, 여자 수강생은 전원이 충북 출신으로 이들은 대부분 오전 6시 기상하여 새벽 2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 16∼17시간 정도를 책과 씨름하여야 하는데 이들에게 공기 맑고 조용한 외속리면의 농촌환경은 청량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지난 `66년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 전문 고시학원 강사생활 23년째이고 지금도 자신의 학원에서 법학을 강의하고 있는 제일고시학원 이광식 원장은 서울에 있는 이와 유사한 학원의 관계자들이 시골에서 과연 제대로 될 것인가 하며 불신어린 눈으로 주목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공부를 독려하고 성심성의껏 가르쳐 원하는 바 대로 합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 설날 연휴동안에도 쉬지않고 강의를 계속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광식 원장은 또한 오는 4월부터 기능직을 제외한 공무원 전직종으로 교육대상을 확대할 계획이고 내년쯤에는 이와 같은 건물 1∼2동을 더 신축해 옛날 선현들이 학문을 탐구했던 서원의 명성을 되살리는 '고시촌'으로 만들 원대한 꿈도 구상하고 있어 제일고시학원은 또다른 보은의 일면으로서 보은 발전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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