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율사(後栗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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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율사(後栗祠)
  • 송진선
  • 승인 199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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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 선생의 의로운 정신이 살아 숨쉬는 곳
나라를 지키고 끝내 장렬히 전사한 조상들의 얼을 각 지역 나름대로 면면히 이어오면서 기리고 있지만 사실상 한번도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전쟁이란 단어를 사전속에서나 역사책 속에서 겨우 익혀, 그저 잊어버릴만하면 한 번 씩 되짚어 보기만 할 뿐이다. 몇 년에 어떤 전쟁이 발발했고, 또 몇 년뒤에 어느 나라의 격침을 받았는가하는 암기위주의 역사공부로 우리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냥 치부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여기 배부르고 편안한 관직생활을 버리고, 사사로운 학문탐구에 머무르지 않고 두고두고 조선을 괴롭혀온 왜병의 침략에 맞서 붓대신 칼을 들고 두루마기, 도포 대신 갑옷을 입고 편안한 좌상에서 일어나 험준한 들판과 산줄기를 타며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고귀한 영혼들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이 있다. 후율사(後栗祠) 가을걷이가 끝나 들판의 허허로움을 안고 회인방향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수한명 차정리에 다다른다.

마을 앞 느티나무를 끼고 돌아가면 조그마한 사당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밤나무 뒤에 사당을 지었다하여 이름 붙여진 후율사는 몇 가구 되지 않는 차정리 마을주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보호를 받으며 항상 말끔하게 치워져 있다. 1976년 12월 23일 지방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된 후율사는 목조 1동의 기와 지붕으로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맛배 집에 고설삼문(高設三門)이 있다. 그리고 이 후율사 옆에는 목조 기와 지붕에 전면 1칸, 측면 1간의 8작(八作)집으로 된 교서각(敎書閣)이 있고 그안에 교서비(敎書碑)가 있다.

후율사에는 중봉 조헌 선생이 임진왜란 대 의병장으로 나가 싸우다 금산에서 7백의사와 함께 장렬하게 순절한 것을 기려 조선 숙종 때 청주, 보은, 옥천, 회인의 선비들이 그의 충성스러운 영혼을 위안하기 위해 처음 왜군과 싸워 석전(石戰)으로 승리한 이곳 수한면 차정리에 세운 것이다. 이곳에는 조헌을 비롯해 곽자방, 구항, 김로, 김성, 김성원, 김승업, 김약, 김전, 김절, 김호, 김희철, 노응, 노응탁, 노응호, 박춘무, 박충검, 이명백, 이려, 임정식, 조완기, 조완제 스물한분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그러나 고종 8년 사색당파로 나라 자체가 혼란에 빠지자 서원철폐령이 내려 한동안 후율사는 폐쇄되었다가 철종 9년인 1858년에 재건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후율사에서의 제향은 매년 음력 3월 중정(中丁)과 9월 중정에 중봉 조헌 선생의 손(孫)과 군내 유림들이 올리고 있다. 시작은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매년 제향때만 되면 한복에 두루마기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희끗희끗한 머리의 할아버지들이 어김없이 모여 제를 올리고 있다. 그외에는 국교생과 교사, 기관단체장 등 동원된 듯한(?) 인원이 모일 뿐이다.

위패가 모셔진 순직한 의사(義士)들을 생각한다면 더구나 나라를 구하는데 한 목숨 아끼지 않고 자신을 희생한 고귀한 마음을 생각한다면, 그저 제사지내는 것만으로 그치지 말고 일반주민들도 경건한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홍보와 함께 청소년들에게는 산교육의 장으로 설 수 있도록 모색하는 바람직한 방향설정이 시급하다. 호국교육의 장으로 받아들여 영현을 위로하고 충혼을 숭모해야 하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투철한 애국정신을 전승해야할 막중한 책임이 지워져 있다. 밤나무 뒤에 세워져 있다 하여 붙여진 후율사, 비록 규모는 여느 사당보다 매우 작지만 그곳에 모셔진 훌륭한 분들의 넋은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하다.

그러나 후율사는 찾는 이 없이 일년 내내 외롭게 서있고, 삐걱거리는 문틈 사이로 먼지 안은 바람이 비집고 들어온다. '오늘은 다만 한 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죽기살기로 진격하고 물러남에 있어 오늘의 의로운 사람에게 부끄럼이 없게 하라."고 훈시한 중봉 조헌 선생의 의로운 정신앞에 부끄러워 해야하고 그 호국정신을 승화시키고 전승 시켜야 될 막중한 책임이 분명 우리에게 당면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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