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사업 잘못 발 내디디면 군 재정에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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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조사업 잘못 발 내디디면 군 재정에 ‘독’
  • 김인호 기자
  • 승인 2024.07.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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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파크-미운영 및 임대료 체납으로 ‘계약해지’
구병산관광지-10여년 방치 후 경관조성 가닥
정이품송공원-막대한 추가 비용 계속 발생 
우국이세촌·다문화체험장-반쪽짜리 전락?
보은군이 임대료 체납 등으로 임대계약을 해지한 펀파크.
보은군이 임대료 체납 등으로 임대계약을 해지한 펀파크.

보은군이 최근 펀파크 임대업체인 엔드림(주)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펀파크 미운영 및 임대료 체납에 대한 보은군의 조치이다. 또 구병산관광단지는 장기간 민간투자자를 찾지 못해 미활용 시설물로 표류 중인 가운데 경관조성을 기획하고 있다. 정이품송공원과 말티재 권역에 조성한 우국이세촌도 관광자원으로서 기능 발휘에 역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업들은 국가보조사업으로 재원의 증가와 운영·관리에 군의 속을 썩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은읍 길상리 일원에 위치한 펀파크는 사업비 총203억원(국비71억, 도·군비 58억)을 들여 2012년 준공 후 운영업체(민자 74억원 유치)를 선정하고 문을 열었다. 펀파크는 2014년까지 학생들의 체험학습장과 놀이시설로 활성화되는 듯했으나 2015년 발생한 안전사고와 2020년 코로나19 발생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군은 이후 미운영 및 임대료 체납 등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해 운영업체와 계약을 해지했다.
군에 따르면 펀파크 운영업체인 엔드림이 2020년 하반기부터 2023년 하반기까지 총 1억8300여만원 체납과 정당한 사유 없이 미운영하는 등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했다. 군은 이에 따라 지난 4월 실시협약 해지 및 공유재산 사용허가 취소와 함께 협약 조건에 따라 정크아트, 시설집기 등 민간시설 철거 명령을 통보하고 지난 5월 2일 철거 이행을 다시 독촉했다.
이달부터 이 업무를 인계받은 군 관계자는 “현재 법률 자문을 받고 있고 새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용역에 착수한 상태”라며 “관광휴양사업 용도에 맞는 다양한 사업이 가능한 만큼 여러 방향에서 종합검토 후 활성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십 수년째 방치되어 있는 구병산관광지는 2003년 산업자원부의 탄광지역 개발사업으로 승인받아 2011년까지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비 129억원(국비 95억, 군비 34억)을 들여 부지면적 14만6,276㎡에 특산물판매장, 관리사무소, 화장실 3동, 경비실 등 총 6동 건물과 오수처리장, 관정 개발 등 기타 기반시설을 조성했다. 보은군은 그동안 구병산관광지 활성화를 위해 기업체 및 공공단체 등에 투자유치를 제안했지만 성과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구병산관광지 활성화를 위해 두해 전 의뢰한 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군 관계자는 “큰 틀에서 유휴 부지를 활용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곳에 새 건축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고 충북도 특별조정교부금 10억 원으로 꽃단지 등 경관관광지 조성과 한동안 방치된 시설물이기에 관정을 새로 파고 화장실 등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때 이곳에 마련한 특산물판매장 및 토지 일부는 ㈜피스퀘어가 행정재산 사용수익허가를 얻어 드론면허 실습장 및 사무실로 사용했다. 하지만 보은군에 전지훈련 및 전국대회 일정이 몰리면서 스포츠파크 야구장과 인조구장 등을 오가며 실기시험장을 대관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실기시험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드론 실기시험장 조건에 부합하는 구병산 천연잔디구장을 2020년부터 실기시험장으로 대관했다. 그러다 연간 10만 명이 넘는 스포츠 관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구병산 천연잔디구장의 드론 상설실기시험장 지정도 취소하고 올해부터는 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민선7기 때인 2018년 총사업비 37억 원을 투입해 속리산 상판리에 조성한 정이품송공원은 속리산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정이품송의 정취도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관광자원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역민 및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유인할 콘텐츠가 모호한데다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무 그늘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이품송공원은 부침도 심했다. 처음 훈민정음을 주요 테마로 역사와 문화를 연계한 훈민정음마당에서 정이품송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편의시설 부재에 따른 부대시설 건축과 종각 설치 등의 명목으로 군비 23억 원이 추가 투입됐다. 이후 2021년부터 정이품송지구 관광활성화 사업으로 지난해 정이품송과 정이품송 공원을 잇는 인도교 설치에 이어 인공폭포와 벽천설치 및 야간경관조명 설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막대한 추가 비용이 계속 투입되고 있다.
보은군이 2008~2012년 농림수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법주사, 삼년산성, 말티재, 선병국가옥, 정이품송 등 보은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축소해 놓은 산외면 신대리의 미니어처공원. 농촌테마공원으로 체험관 등과 함께 조성된 이 사업에 50억 원(국25억 도비 9억 군비 16억)이 투입되었음에도 소유권 이전과 하자보수 등으로 준공이후 3년 넘도록 운영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5년 농림식품부 공모사업인 ‘잘산대 대박축제’가 선정되면서 테마공원에 대한 관리운영권을 잘산대 마을로 넘겼다.
1950년대 산촌마을을 재현한 우국이세촌.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이롭게 한다’라는 뜻의 우국이세촌은 산림청 공모 말티지방정원 조성 사업으로 60억 원(국비 7.5억 도비 28.5억 군비 24억)을 들여 2019년 12월 착공해 2022년 6월 준공됐다. 1950년대 속리산 산촌마을의 옛 정취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정원 공간으로 말티촌 주막, 초가.너와 체험장, 민속체험장, 말티정원길 등이 들어섰다.
군은 당시 “우국이세촌이 솔향공원, 식물원과 더불어 백두대간 속리산 국민쉼터를 조성해 속리산 테마파크를 찾는 방문객이 건강한 산림휴양·체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방문객 찾기도 힘들뿐 더러 숙박과 주막 인허가 나기가 매우 버거운 여건이다. 군이 조성 중인 다문화 체험장도 현재로선 숙박 시설 허가가 미지수인 반쪽짜리 체험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제8대 전반기 보은군의장을 지낸 김응선 전 보은군의원은 “공모사업에 응하기 위해서는 순수 군비를 부담해야 한다. 2020년의 경우를 보면 122건의 공모사업 중 24.5%인 30건에 응모해 22건이 선정됐다. 총사업비 101억 원 중 국도비 확보액은 60억 원에 그쳤고 군비는 41억원이 투입됐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군비를 균형 있게 사용하고 공모사업에 군비 사용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국가보조사업이 증가하면 보조금 증가와 비례해 지자체의 비용부담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보은군이 유휴부지에 경관조성을 기획하고 있는 구병산관광지.
보은군이 유휴부지에 경관조성을 기획하고 있는 구병산관광지.
준공 후 여러 부침을 겪고 있는 정이품송공원에 인공폭포 공사가 한창이다.
준공 후 여러 부침을 겪고 있는 정이품송공원에 인공폭포 공사가 한창이다.
1950년대 산촌마을을 재현한 우국이세촌. 산지 용도로 인해 주막 인.허가가 쉽지 않아 보인다.
1950년대 산촌마을을 재현한 우국이세촌. 산지 용도로 인해 주막 인.허가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세조 행차 등 보은지역의 문화유산들을 축소해놓은 미니어처공원. 시설 관리는 보은군이, 운영 관리는 잘산대 마을이 맡아 하고 있다.
세조 행차 등 보은지역의 문화유산들을 축소해놓은 미니어처공원. 시설 관리는 보은군이, 운영 관리는 잘산대 마을이 맡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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