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마로면 소여1리에서 농사를 지어오던 여방식씨에게 고민이 생겼다.
고추를 따고, 세척작업을 해서 말리고, 수확한 농산물을 쌓아 둘만 한 비가림 창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통을 알고 있는 자식들은 비가림 창고를 권고했으나 견적을 받아보니 350만원 가량의 견적이 나와서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던 중, 때마침 창고를 짓고 있는 이가 보였다.
그에게 불편을 호소하며 겨울에 비가림 창고작업을 요청하니 “제 집 창고가 완성되면 그것을 보시고 맘에 들면 그때 해드리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잘 지어진 창고는 여씨의 마음에 쏙 들었고 그는 약속대로 불과 100만원을 들여 이틀만에 비가림 창고를 지어 여씨의 고통을 확 날려버렸다.
그가 3년 전인 2021년, 이 마을에 들어온 김영철(63)씨였다.
또 있다.
밭농사를 위해 트랙터가 필요했는데 흔쾌히 필요할 때 사용하라고 하신 이웃 주영운씨의 트랙터를 빌려 사용하던 중 냉각수가 오바이트를 하고 엔진이 과열되어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정비자격증 소유자인 김씨는 엔진 과열의 원인을 썸머스타트(온도조절기) 불량임을 직시하고 트랙터 주인 허락하에 부품을 구입해 수리함으로써 현재까지 트랙터가 정상 가동하고 있어. 이 사실을 확인한 트랙터 주인은 “이 사람 못하는게 없네 정말 기술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영철씨가 이 마을에 들어온 것은 아내 곽금숙(61)여사 때문이다.
김씨가 이 마을에 들어오기 이전, 아내 곽금숙 여사가 먼저 들어온 것이다.
평생을 병원에서 일해온 곽 여사는 7년 전인 2017년, 이 마을(소여1리)에 살던 여동생의 시부모가 작고하고 상속받은 토지를 매입한 것이 인연이 된 것이다.
곽 여사는 이때부터 4년여를 주말마다 내려와 밭을 일구고 참깨, 들깨, 고추, 콩 등을 재배하며 구슬땀을 흘려왔고, 이를 지켜보던 김영철씨도 이것이 안타까워 3년 전인 2021년 주소지와 거주지를 이곳(마로면 소여1리)으로 옮겨, 심은 지 얼마 안 됐지만 현재는 5,200평의 대추밭을 조성해 열심히 가꾸면서 3,000여평의 밭에는 참깨, 들깨, 고추, 콩 등을 재배하면서 농민으로서의 삶의 터전을 하나하나 일구어 가고 있다.
김씨는 “사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몸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며 “이곳에 들어와 살아보니 물과 공기가 깨끗함은 물론 마을 인심도 좋아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더라”라고 오게 된 동기를 넌지시 말했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김영철씨와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곽금숙여사의 만남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이었다.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이들은 한눈에 쏙 들어왔고, 한번, 두 번 만나면서 정이 쌓여갔다.
휴대폰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당시, 이들은 수시로 ‘삐삐’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갔고 사랑은 열매를 맺어 3년 후인 1991년 결혼에 성공했다.
기계와 전산 전문가인 김씨는 전산네트워크 업계에서, 부인 곽 여사는 의료업계에서 입원상담 및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사랑이 꽃피는 아름답고 건강한 가정을 함께해 왔고 그 열매로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는 큰아들 승환(33)과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작은아들(30) 현우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우리가 애들한테 안타까운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다면 이놈들이 결혼할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행복한 푸념이다.
이 마을에 들어와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 부부는 이두희 보은군귀농귀촌협의회 마로탄부면지회 회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곽금숙 여사는 “처음에 들어와 밭농사를 지었는데 어렵게 수확한 고추, 참깨 등을 파는 방법을 몰랐고, 장사꾼이 사가면 똥값이었다”며 “늘 판매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두희 회장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처를 개척해 이제 농사만 잘 지으면 되는 것은 이두희 회장 덕분”이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김영철씨도 “맞어!, 라며 “멘토가 되어줄 테니 대추나무를 심어보라 하신 최봉언 사장님의 권고와 도움이 없었다면 대추농사는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들은 “이 마을에서의 삶이 우리 부부 인생 2막의 시작”이라며 “인생 2막을 받아주고 마음을 열어준 마을분들이 너무나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들의 인생 2막의 순항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