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문 안의 자해공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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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문 안의 자해공갈단
  • 정상규 
  • 승인 2024.04.1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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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25시 <1편>

재소자를 수용시킨 사동에 근무할 때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방문을 밖에서 걸어 잠근다. 물론 여러 가지 보안상의 문제 때문이며, 아침 세면 시간이나 면회, 이발, 운동시간 같은 때에는 재소자들의 거실 문을 열어 준다. 문제는 간혹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경우를 이용하여 유리창을 깨거나 흉기를 들고 자신의 몸에 심한 자상을 입히면서 난동을 부리는 재소자가 나타날 때이다.
그럴 경우, 그 재소자를 즉시 저지시켜 의무과에 데리고 가서 응급처치를 한 다음 독방에 감금시킨다. 그렇게 하여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이유나 동기를 물어보면,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징역살이가 짜증이 나고 울화통이 터져서 그랬다는 싱겁기 그지없는 대답을 듣게 된다.
어느 범죄 심리학자가 지적했듯이 이유 없는 영웅 심리는 자기 과시욕이나 욕구 불만으로 인하여 심한 자학행위를 통해 어떤 쾌감을 얻으려는 정신적 이상 행위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방법이나 수단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서 교활하게 행동할 때는 실로 아연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일전에 자해공갈단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그들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일부러 접근하여 시비를 걸어 몇 대 얻어맞고는 자기 몸에 엄청난 자해를 한 후,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어 그 행인을 피의자로 만들어 고발한다. 이렇게 되면 그 행인은 가해자가 되어 꼼짝없이 치료비와 보상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또 지나가는 차량에 고의로 부딪쳐 사고를 당한 것처럼 위장하고는 부상 부위를 더 심하게 만들어 그 차량의 운전자를 가해자로 고발하고 많은 치료비와 보상금을 뜯어내는 등, 이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자해 행위까지 서슴없이 자행했었다.
자해공갈단이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는지 모르겠지만, 간혹 교도소 안에서도 지능적이고 교활한 범죄인들이 자해공갈 사건을 일으킨다. 이런 경우는 대개 만기 출소 날이 거의 다 된 재소자로서 사고방식이 건전하지 못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또 다른 범죄를 모의하거나 궁리하고 있는, 그야말로 개선의 여지가 없는 재소자에게서 발생한다.
그들은 자기들을 관리하고 항시 보살피는 담당 교도관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그중 근무 경력이 많고 노련한 담당들에게는 접근하지 못하고, 근무 경력이 짧은 신참 담당들에게 수작을 부린다. 물론 공장이나 사방 담당들은 근무 경력이 많고 재소자들을 잘 다루는 노련한 고참 직원을 근무시키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간혹 식사 교대나 휴식 교대 시간에 들어오는 신참 직원을 점찍어 두었다가 교묘한 수작을 시작한다.
우선 담당 근무자에게 용건을 내세워 면담신청을 한 다음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약을 올리거나 욕설을 퍼부어 젊고 패기에 찬 그 신참의 이성을 미비시킨다. 그다음, 점차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나 언행으로 그의 화가 머리끝까지 나게 한다. 이렇게 되면 그 신참은 많은 재소자 앞에서 무참하게 망신당한다는 순간적인 생각에 깊은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문을 열고 그 재소자를 끌고 나오게 되고, 거기서 더욱더 심하게 실랑이를 하게 되기 마련이다.
틈틈이 직원 교육 시간에 간부들이나 근무 경력이 많은 고참 직원들이 젊은 직원들에게 재소자 다루는 방법이나 그들을 노련하게 처우하는 것 등을 교육시키지만, 역시 젊은 혈기에 감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교활한 그들은 그 점을 이용하여 먼저 시비를 걸어 놓고 그 젊은 담당으로 하여금 실력행사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 즉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인계하면 그만이겠지만, 아직 젊은 혈기로 정의감에 넘치는 신참 교도관은 그 자리에서 그 재소자의 따귀 몇 대를 냅다 올려붙이고 만다.
그러면 그 재소자는 더욱 약을 올리며 발길질이라도 몇 대 더 얻어터지려고 대든다. 몇 대를 더 얻어맞고 난 다음에는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난동을 부린다. 난동 소리에 급히 달려간 상급자나 간부들에게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여 온몸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니 책임지라고 공갈과 협박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기일에 출소해서는 그동안 사방에서 자해시켜 놓았던 몸의 상처를 보여 병원 진단서를 떼어 가지고 막대한 액수의 금전을 요구하며 합의 볼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정식 고발하겠다는 공갈과 함께 말이다.
이쯤 되면 잘 잘못을 따지기 싫어 돈을 주고 합의서를 받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이처럼 어처구니없이 자해협박단의 놀음에 젊은 직원이 다른 재소자들과 불신의 끈으로 묶이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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