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를 귀여워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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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를 귀여워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뽑는다
  • 보은신문
  • 승인 1991.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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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 김준식(보은서예협회 회장)
TV화면에 계란과 밀가루를 허옇게 뒤집어 쓰고 젊은이들에게 끌려다니는 국무총리 서리의 모습을 보고 눈을 감았다. 또 눈물이 났다. 실로 겁없는 아이들의 방자한 패륜망동이 아닐 수 없다.

동방예의지국이란 찬사를 받아왔던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왜 이 모양이 되었단 말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을 겁없이 키웠기 때문이다. 이아들에게는 겁나는 것이 있어야 하낟. 부모든, 선생님이든, 법이든, 겁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겁나는 것이 벗을 대 방자해지고 버르장머리없는 패륜아가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우리 속담에도 '손자를 귀여워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뽑는다'라는 것이 있다.

왜 우리의 아이들은 겁이 없는 가? 한마디로 종아리를 때리는 사랑의 매질이 없어졌지 때문이다. 심지어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사랑의 매를 대었다고 학교로 우르르 찾아가 항의를 하는 학부모의 과잉보호가 오늘의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이 모두가 어른들의 책임이다. 미운 아이에게 떡하나 더주고, 고운 자식에게 매 한번 더 들라고 한 옛어른들의 평범한 진리를 잊고 있었던 어른들의 잘못이 아닐까. 이제 우리의 고운 자식들을 위하여 종아리 채를 들어야 한다.

사랑이 매를 들어야 한다. 당사자인 정원식 총리 서리가 다음날 '내 종아리를 때리고 싶다'라고 한 말이 우리들의 가슴을 때린다. 한 나라의 총리이자 스승이요 육순이 넘은 어른에게 행패를 부린 그 젊은이들은 누구인가? 그 아이들을 누가 키우고 가르쳤는가?

아이들을 잘못 키운 우리 어른들은 총리의 말처럼 스스로 자신의 종아리를 때려야 한다. 그리고 그 매로 겁없이 자란 아이들의 종아리를 때리자. 끝으로 한말씀 서예를 배우자. 서예는 우리 동방인의 모든 사상과 감정이 표현이다.

하늘에는 일(日), 월(月), 성(星), 신(辰)의 천문(天文)이 있고 땅에는 수(水), 토(土)의 지문(地文)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류에게는 육경(六經), 곧 시(詩), 서(書), 역(易)과 예기(禮記), 악기(樂記), 춘추(春秋)의 인문(人文)이 있는 것이다. 옛것을 익히며 글을 쓰노라면 평화롭고 청아하고 신선하며 생동감을 느낌과 동시에 선의 경지에 이른다. 인륜의 어긋남이 없는 윤리, 도덕의 근본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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