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 가로수길을 조성해 지역의 자산으로 키우자 
상태바
정이품송 가로수길을 조성해 지역의 자산으로 키우자 
  • 김인호 기자
  • 승인 2023.11.23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림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응답자의 60%가 소나무를 꼽았다. 무엇보다 사시사철 푸르면서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주위에는 소나무가 많다. 높고 낮은 산, 구릉에도 소나무가 많다. 특히 우리 지역은 속리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임한리 솔밭, 정부인 소나무, 정이품송,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선정된 금굴리 소나무 마을 숲 등 명품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이중 속리산면 사내리 초입에 자리한 정이품송은 나무로서는 유일하게 벼슬을 갖고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다.
정이품송은 조선시대 세조의 속리산 행차 때 어가(御街) 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지금의 장관급 벼슬)을 받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소나무의 전설이나 유래는 국내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되고 있다. 기상이라도 악화되는 날이면 혹여 가지 하나 상처 날까, 솔잎 하나 더 없어질까 관계자들이 노심초사할 정도로 귀한 몸이시다. 기자들도 정이품 나무에 늘 관심을 갖는다. 관련 보도가 특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도 정이품송을 치면 뉴스가 쏟아질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게 정이품송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61년 전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정이품송이 수난의 연속이다. 수령 6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1980년대 솔잎혹파리에 감염돼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수세가 급격히 약화 돼 집중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태풍과 폭설 폭우 등에 연속해 여러 개의 가지를 잃으면서 예전의 고고했던 원추형 자태를 차츰 잃어가는 등 수세 약화 등으로 보존에 어려움이 제기됐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혈통 보존을 위해 2001년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꽃가루를 강원도 삼척 준경릉(濬慶陵)의 소나무에 수정시켜 58그루의 정이품송 장자목을 생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생김새가 뛰어난 정이품송 장자목 10여 그루가 5.18묘지, 국회의사당, 올림픽공원, 독립기념관, 서울 남산공원, 대전정부청사, 국립고궁박물관 등지에 특별 분양돼 따뜻한 보살핌 속에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 타지에서 정이품송 장자목을 만났을 때 고향 사람으로 뿌득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보은군도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의 우수성을 알리고 혈통 보존을 위해 자목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보은군 양묘장 내에 있는 정이품송 자목들이 신음하고 있다. 자목들이 커가면서 비좁은 공간에 따른 피압(나무들간 경쟁에서 지는 것)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보은군은 2008년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 정이품송 솔방울에서 씨앗을 채취해 묘목 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2010년부터 장안면 오창리와 개안리 2곳의 군유림 2.4ha에서 자목을 키우는 양묘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군은 이들 자목들이 폭풍 성장함에 따라 이곳에서 자란 정이품송 후계목과 정부인 소나무 자목 2만1000본 중 1만7000본을 오창.개안.중판.기대.교암리 등으로 이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4000본의 자목이 아직 이전할 자리를 찾지 못해 좁은 양묘장에 방치돼 있다. 자목들 중에는 키가 큰 것은 10m 가까이 자랐다.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있다 보니 곁가지가 자라지 못하고 본줄기만 성장한 자목들도 꽤 된다. 정이품 후계목이 조경용이기보다 목재용 나무에 가깝게 성장했다. 
지난주 보은군 명품 가로수 조성 연구회가 ‘명품 가로수 조성 방안’ 연구용역을 착수했다. 보은군 가로수 현황을 파악하고 분석해 명품 가로수 특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멀리 나가서 어렵게 특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중 명품 소나무인 정이품송 후계목들이 보은군에 있으니 말이다. 후계목을 활용한 가로수도 좋고 특화 공원도 좋다. 잘 가꾸면 어느 지역도 흉내 낼 수 없는 보은군만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