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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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이야기 
  • 최동철
  • 승인 2023.10.19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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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대추 재배의 주산지 보은군에서 매년 10월, 개최되는 ‘대추축제’가 절정이다. 낼모레 글피 22일까지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대추 판매, 대추 관련 체험,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야흐로 ‘보은대추축제’는 전국에서 성공한 축제로 손꼽힌다.

 식물학적 분류상 장미과 낙엽활엽수인 대추나무의 지구상 출현 시기는 약 20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요즘 아비규환의 살육현장으로 세계인의 눈시울을 찌푸리게 하는 지중해 연안 중동지역이 원산지다. 기원전 5000년경에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되어 재배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교목인 만큼 관련된 설화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래로 대추나무를 신성하다고 여겼다. 대추나무 아래에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대추를 먹으면 젊고 아름다워진다는 속설도 있다.
 
 중국에서는 신선이 먹는 불로초로 등장하기도 하고 ‘소녀경’이란 성 의학서에는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하는 사랑의 묘약 열매로 가공하는 비법이 기술되어있다. 서양의 그리스 신화에서는 대추나무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상징인 바, 대추는 술의 원료가 됐다. 

 또 다른 유럽 설화에서 대추나무는 곧 마법의 나무다. 대추를 먹으면 마법의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의 나무가 되기도 했다. 대추나무 아래에서 ‘입맞춤’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 이야기도 많다. 벼락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둥과 번개로, 신성한 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하늘의 뜻을 담고 있는 나무라 했다. 이 나무로 만든 물건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졌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인장은 악귀를 물리치고 재물을 불러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속설이 생겼다. 또한,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종교적 도구는 기도와 의식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됐다.

 이러한 믿음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다. 중국에서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인장을 ‘천둥인장’이라고 부르며, 재물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이라고 믿고 있다.

 일본에서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목각 인형을 ‘오모이가타’라고 부르며, 악귀를 물리치고 가정의 평화를 지켜주는 부적으로 여긴다. 유럽에서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나무 십자가를 ‘천둥 십자가’라며, 악마를 물리치는 힘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러한 믿음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온 전통과 문화가 담겨 있는 대추나무에 얽힌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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