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쓸모없는 7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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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쓸모없는 70대
  • 최동철
  • 승인 2023.04.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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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멋대로 세치 혀 놀려 이름 값하는 세객 진중권이 지난 주, “농촌 70대 먹여 살리는 데 헛돈 쓰지 말라”는 뉘앙스의 막말을 했다가 급기야 사과했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자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농촌인구가)70세 된 분들인데 얼마 있으면 돌아가신다. 젊은 사람들이 올 수 있게끔 전환하는데 돈을 써야지 언제까지 외국인 노동자와 70세 노인 분들 먹여 살리는데 돈을 헛써야 되냐”고 발언했던 것.

 하기야 그의 주장이 맞는 측면도 있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제아무리 100세 시대를 구가하는 요즘이지만 인생나이 70대는 병원, 요양원 신세 질 일만 눈앞에 남겨놓은 세대다. 83.6세가 한국인의 기대수명인데 그의 말마따나 10여년 내 곧 죽을 수 있다. 투자하기엔 무가치하다.

 이웃 일본에서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노인들은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작년에 개봉된 영화 ‘플랜75’는 고령사회의 미래상, 특히 후기고령자라 불리는 75세 이상 노인들의 문제를 다뤘다. 칸 영화제에서 신인상도 수상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근미래의 일본, 사회에 무가치하다며 노인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같이 고령화로 인한 사회 혼란을 극복하고자 7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

 75세 이상 노인이 죽음을 신청하면 국가가 이를 시행해 주는 '플랜(PLAN)75'라는 이름의 안락사법이다. 처음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차츰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주인공 가쿠타니는 남편과 사별한 78세의 홀몸 노파다.

 호텔 청소를 하며 번 돈으로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그의 삶에 '플랜75'가 조금씩 침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공원에 나가 노인들에게 죽음을 권유한다. “원하는 때에 죽을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럽다”는 광고가 텔레비전은 물론 옥외 대형광고판에도 실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콜센터도 생겨 성업 중이다. 안락사를 신청한 노인들에게 나라가 위로금으로 주는 10만엔(약 100만원)을 받아 마지막 온천 여행을 떠나는 여행 상품도 인기를 끈다. 

 영화평은 “영상은 고요한데, 왠지 등줄기가 오싹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 비율이 37.8%로 초고령 사회인 보은군에 사는 노년으로서 역시 씁쓰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젊은 시절 4H, 새마을운동, 근대화의 기수로 국가와 사회에 헌신했다고 자부해 왔다.

 헌대 이젠 늙어 사회에 쓸모없는 70대이니 연금도, 의료비도 아깝다고 한다. 인생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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