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속리산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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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속리산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 김옥란
  • 승인 2022.09.22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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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같은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고향이다.
그리워하면 만나게 되는 걸까? 간절히 보고 싶으면 언젠가는 보게 되는 걸까? 꽃 피는 산골 속리산에서 함께 자란 선이, 연이언니, 영옥언니, 영자, 미아는 나의 어릴 적 친구들이다. 나는 이번 추석에 그들을 만나거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추석 다음 날, 연이언니가 남편, 딸과 함께 산장을 다녀갔다.
선이와 연이언니는 성품이 착하고 유순하면서도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은 우리 자매들처럼 대전으로 조기유학(?)을 갔으므로 여학생 시절에도 우리는 서로 가까이에서 살았다. 우리가 선화동 충남여고 정문 앞에 있는 세무서장 집에서 자취할 때 선이와 연이언니는 우리 이웃집에서 하숙했다. 나는 자주 그 하숙집에 놀러갔다. 내가 가면 선이와 연이언니는 늘 웃었다. 어서 오라고 반기며 웃고, 커피포트에 우유를 끓이다가 그 우유에 커피 가루를 타며 또 웃고, 그 커피 우유를 따라주며 또 웃고, 함께 마시며 또 웃는 그녀들이었다. 우리는 그 시절 뭐가 그리 즐겁고 재미있고 좋은지 늘 웃고 또 웃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만나지 못하고 살아왔다. 저마다 자신의 인생 기차를 타고 부지런히 달려가느라 그런 것이었는지 아무튼 소식도 모른 채 살아왔다. 
이번 추석에 찾아온 연이언니를 통해서 선이와 전화 통화도 할 수 있어 기뻤다. 모두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추석 다음다음날엔 영옥언니와 영자와 영자의 아들이 다녀갔다.
우리는 방에 들어가서 오랜 세월 지나 만난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영자는 좋아하는 남자와 스물두 살에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 캘리포니아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영자의 남편은 약사인데 영화배우 알랭드롱 같이 생긴 그의 아들은 응급의사라고 했다. 
그들의 이종사촌이며 내 친구인 이미아 소식도 물어보았다. 미아는 유난히 노래를 잘했다. 고등학교도 나와 같이 다닌 미아는 독일로 유학하러 가서 같은 음악을 하는 독일 남자와 결혼하여 슈투트가르트 근처에서 음악 교사로 살고 있다고 했다. 미아 가족의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소녀같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이젠 고운 할머니가 된 영옥 언니가 말했다.
 “우리 오빠가 부모님께 늘 ‘고향을 속리산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해. 오빠는 가끔 혼자서 속리산 와서 놀다 가곤 해. 우린 밖에 나가 살면서 늘 이곳이 그리워.”
올 추석에 나는 어릴 적 속리산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한가위를 보냈다. 고향이 같은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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