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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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며4
  • 보은신문
  • 승인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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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자(수필가)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부터 온 누리를 새 하얗게 뒤덮은 흰 눈을 선물로 받아 올해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슬픔과 어려움을 느끼며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싶어도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삶이 지루하지 않는 것은 갖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새로운 기대와 소망을 갖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해의 끝 날이 되면 가족과 함께 새해의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다를 찾곤 한다. 주로 동해안으로 가곤 했는데 몇 번은 남도를 가기도 했다.

광활한 수평선의 끝자락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에 대한 설계를 하기 위해서다.  난 그 때 확 트인 가슴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자연의 신비 속에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안온감을 느끼게 한다. 올해는 새해 첫날을 시댁식구들과 함께 보내야 해서 작년 마지막 주말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거제도로 향했다. 대전과 진주 고속도로를 따라 사천톨게이트에서 나와 국도로 고성과 통영을 지나 도착한 거제도는 생각한 것 보다 너무도 큰 지역이었다. 장승포에서 하루 밤을 묵으며 가족과 누릴 수 있는 많은 체험을 하고 아침에는 장돌개로(거제시의 새해 해맞이 장소) 일출을 보기 위해 갔다. 이미 곳곳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동쪽의 수평선을 바라보니 구름 층이 많이 깔려 있어 오메가로 뜨는 해돋이를 볼 수 없을 거라는 남편의 말처럼 장관으로 뜨지는 않았다.

그러나 구름을 뚫고 맑은 얼굴을 내민 해는 나를 설레게 했다. 해를 바라보며 한해의 소망과 새해에 일년간 오를 산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내려 와야할 산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먼저 가족의 건강을 그리고 새해에는 고3, 중3이 되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한 두 아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새해에는 좀 더 겸손해지고 나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나 역시 상처받는 일이 적었으면 좋겠다. 보여지는 부분보다 진정한 소중성의 가치를 진단할 줄 아는 지혜를 쌓아가고 싶다. 우린 남이 살아가는 길을 보며 그 길을 가고 싶어하기도 하고 자기가 지니지 못한 부분을 부러워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들을 바탕으로 가는 그 길이 자연스럽고 가장 소중한 것이란 걸 우리는 모르고 살아가는 때가 많은 것 같다. 현재의 삶에 만족을 느끼며 욕심과 마음을 비우는 작업을 수시로 해야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검푸른 남해의 바다와 배를 타고 외도와 해금강의 절경을 만나면서 우리의 삶도 수많은 변화를 거쳐 다듬어지고 성숙해지며 때로는 자신감이라고 했던 것이 오만함이었던 것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또 자생하는 고목의 푸른 동백나무와 검붉은 꽃을 지치도록 보며 어느 해 해맞이 여행으로 갔던 보길도를 떠올려 보았다. 올해도 수많은 산을 오를 것이다. 실제의 산도 오를 것이지만 마음으로 오는 갈등과 내 삶의 산도 오를 것이다. 이 하얀 새 아침에 내 주변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 아니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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