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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윤/ 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2.08.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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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보은신문에 고향에서 만난 고마운 건축업자에 관한 잡문 에세이를 올린 적이 있다. 받을 돈 헤아리며 일하지 않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작은 집을 아름답게 지어주었다고 썼던 것 같다. 최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속리산 인근으로 귀촌을 생각하고 있다며, 그 고마운 마음씨의 건축업자를 소개해 줄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러한 부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아내가 한 번, 나도 한 번 더 보은 건축업자를 수요자와 연결해 준 적이 있다. 누가 동네 신문을 읽겠나 싶지만, 그래도 보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우연히 내 잡문을 읽은 사람이 입소문을 낸 것이다.
   매해 1,000명 단위로 줄어들고 있는 보은군 인구를 늘이겠다며 신임 군수가 발 벗고 나섰다. 관내 인구감소 추세는 감추고 싶다. 2019년 6월 33,285명, 2020년 3월 32,760명, 2021년 9월 31,893명이라는 통계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1,000명 단위가 한 단계씩 낮아진 것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 지나 내년이면 보은군은 오갈 데 없이 인구감소특례지자체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더 이상 맨투맨이나 지역방어 같은 소극적인 전략을 쓸 때가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올코트프레싱(all court pressing) 뿐이다. 전세(戰勢)는 불리한 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 선수 전원이 뛰어들어 전력투구해야 할 때 쓰이는 농구경기용어다.
   우리 보은(報恩)은 역사적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산촌 마을에 선한 사람들이 누대에 걸쳐 조상을 섬기고 전통을 지키며 이웃과 더불어 화목하게 살아온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고장이다. 군민이 모두 나서서 이 점에 유념하여 입소문을 띄우면, 점차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외지인에게 거리를 두는 배타적인 행위는 근원적으로 철저하게 근절해야 한다. 이는 나쁜 입소문을 만들기 때문인데, 나쁜 입소문이 돌면 누구라도 보은행 귀촌을 망설이게 될 것이 뻔하다. 
   나는 오랜 도시 생활을 접고 귀향하였지만, 보은 태생 토종 거주민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도시 냄새가 덜 가셔서인지 여러 차례 씁쓸한 경험을 했다. 두 가지만 꺼내 놓겠다. 회인면에서 5,000원에 갈아 끼운 이중유리(50x40센티)를 보은 읍내에서는 청주로 주문해야 한다며 35,000원을 선금으로 요구했다. 사흘 후, 약속한 시각에 방문하였더니 가게 문은 잠겨있고, 내가 맡긴 창호는 보통유리를 끼워 점포 밖에 내놓고 있었다. 아무런 안내표시도 없었다. 
   또 다른 경우다. 고장 난 예초기를 메고 몇 번 들렸던 읍내 수리점에 들렸더니, 휴무일이었다. 다행히 같은 블록 끝에 수리점이 하나 더 있었다. 주차장까지 갖춘 가게였다. 내 옷매무새를 훑어보더니 이 동네 분이 아니네요 했다. 예, 먼 데 산수골(리)에서 왔습니다. 언제 산 예초기인지 많이 쓰지 않았네요. 그럼요, 일 년에 서너 번이나 쓸까 말까 해서요. 그런데 수리가 오래 걸렸다. 이것이 말썽이네요 하며, 점포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부품을 꺼내오고, 또 다른 것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한 시간 넘게 작업한 끝에 수리비와 부품 교환이라며 70,000원을 요구했다. 찜찜했지만, 또 오겠다는 인사까지 하고 나왔다. 웬일인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고장이 났다. 내 관리 소홀이 분명했다. 이번에는 대전역 근처 천 사장님네 가게로 갔다. 이거 우리 가게에서 사 가신 것인데, 고장이 나지 않는 부품이 두 개나 바뀌었네요. 저한테 오셨으면, 그냥 서비스해드려도 되는데. 나쁜 입소문은 아주 빨리 퍼지는 법이다.  
   퇴직 직전으로 기억되는데, 귀임을 앞둔 말레이시아 대사가 초청한 모임에서 재임 중 한국의 연금 수급자 1,600명을 이민 형식으로 자국으로 유치했노라고 자랑했다. 연금이 자국 은행으로 정기적으로 입금되도록 조처하고 살 집을 구한 후, 가정부나 운전기사 둘 중 한 사람을 고용하는 조건이라고 했던 것 같다. 말레이시아는 치안 유지가 확고한 청정 이슬람국가로 수꾸끄(Sukuk)라는 명칭의 이슬람 뱅킹으로 유명하다. 넘쳐나는 중동의 오일 달러가 76퍼센트(2021년)나 이 나라에 몰려있다. 수꾸끄는 이슬람법과 원칙에 따라 국가가 보증하는 채권이다. 유별나게 입소문이 빠른 한국인들에게 말레이시아는 범죄가 없고 날씨가 쾌적하며, 생활물가가 싸고 인심이 후하다고 입소문이 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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