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어떤 부부가 산장에 왔다 갔다. 그 부부는 옛날에 우리 아버지한테 <여갈차수>라는 붓글씨 한 점을 선물 받아가서 잘 간직하고 있노라고 말했다. 내 동생 김화백이 그 얘기를 듣다가 나한테
언니, 여갈차수 들어봤어? 무슨 뜻인지 알아?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가만히 미소만 지었다. 어느 대학병원으로 내 후배 아버지 병문안 갔다가 그곳에서 어느 선생님께 처음 들은 아버지의 <여갈차수> 붓글씨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후배 아버지 병문안 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모 선생님은 사회 유력인사였다. 재야에서 민주화 운동을 열심히 해온 그 선생님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었다.
그분이 국회 부의장을 지냈던 후배 아버지께 이야기했다.
“가족과 함께 산장에 갔을 때 산장 주인장께서 <여갈차수>라는 붓글씨를 써주셨습니다. 붓글의 뜻이 무어냐고 여쭈었더니 ‘목 마른 사람에게 먼저 물을 주라.’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붓글씨의 뜻이 얼마나 좋던지요. 그 글의 가르침처럼 살려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어느 순간 문득 저 자신을 살펴보면 저는 목마른 사람에게 먼저 물을 주는게 아니라, 제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물을 주고 있더군요.”
‘목마른 사람에게 먼저 물을 주라’라는 <여갈차수>와 같은 상징적인 말은 많은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하며 사랑받는 존재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목 마른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며 먼저 물을 떠 주는 아름다운 수고가 우리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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