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감자, 마산감자, 당진감자, 수원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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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감자, 마산감자, 당진감자, 수원감자
  • 김옥란 
  • 승인 2022.07.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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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감자를 먹었다.
조금 있으니 읍내에 사시는 지인께서 손수 농사지으신 ‘보은감자’를 한 박스 갖다 주셨다. 감자를 선물한 그 고마운 어르신께 김화백은   봄에 출간한 자신의 책 <엄마 생각> 세 권을 선물 드렸다.
토요일 초저녁. 조금 전 산장에 도착하신 마산 사모님 두 분이 감자 삶아왔는데 조금 먹어보라며 주시기에 또 먹었다.  
마산감자를 먹고 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당진 손님 부부가 도착했다. “당진에서 형님네가 농사지으신 감자인데 김화백 삶아주려고 가져왔어요.”라고 당진 부부는 말했다. 그 무거운 감자를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십 리나 지고 왔으니……. 그들은 땀을 씻고 감자를 삶아서 김화백에게 갖다 주었다. 그 ‘당진감자’의 양이 많아서 우리 집 손님들 모두 그 감자로 저녁 식사를 했다. 
감자를 삶아 내놓으니까 다른 가족들도 모두 자신들이 가져온 음식들을 다 내놓았다. 오곡을 넣은 찰밥에, 묵은지 김치에, 열무김치 등등 모든 것이 다 나왔다. 
개울가 놀이터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어  먹으며 손님들은 한 가족이 되어 7월 첫 주말에 여름밤의 추억을 쌓아갔다. 우리 세 자매는 그들의 옆 테이블에서 먹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김화백이 영화를 보자면서 TV를 들고 나와 <내 사랑 모드>를 틀어주었다. 산장의 주인과 나그네는 모두 뜨거운 감자를 먹으며 뜨거운 여름밤에 시원한 계곡 바람을 맞으며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영화를 다 본 후 그 손님 부부 중에 아프리카 세네갈에 4년 동안 가서 세네갈 학생들에게 수학과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던 수원 손님 부부가 세네갈에서 동영상 찍어온 것을 보여주었다. 그걸 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한없이 평범한 부부였는데, 실상은 말없이 세상에 봉사하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세네갈 어린이들, 중고등학생들, 여대생들이 “한국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하고 눈시울을 붉히거나 울먹이며 감사인사 하는 영상, 세네갈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수업하는 모습과 시험 감독하는 모습 같은 영상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슈바이처 박사가 이 여름밤 우리 곁에 와 있는 것 같은 감동이었다.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봉사했던 그 손님부부는 수원사람들이었다. 그들도 일요일 아침에 감자를 선물로 주고 갔다. 그 사모님이 농사지은 감자라고 했다. 차 속 쇼핑백에 있던 그 수원감자를 선물 받고 보니 전국의 감자가 다 모였다. 어제오늘 릴레이 감자축제였다. 감자로 소통하고 즐기는 소박한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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