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중퇴 학력자가 일군 인간 승리
상태바
중2 중퇴 학력자가 일군 인간 승리
  • 송진선
  • 승인 2002.06.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 북구청장 당선자 이상범씨(수한면 질신1리)
학력이라고는 중학교 2학년 재학중 중퇴한 것이 전부다. 덩치도 왜소하다. 일반적으로 도시지역 그것도 광역시의 기초단체장을 출마하려고 한다면 최소한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이어야 경쟁 후보와 저울질 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깡그리 부정해버린 이상범 울산 광역시 북구청장 당선자. 전국을 한나라당이 강타한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의 강풍을 날려버린 인물이다.

노동조합원들이 릴레이로 2, 3일씩 월차 휴가를 내서 선거를 도와줄 정도로 이상범씨에 대한 노동계의 지원이 절대적이었으며 울산 거주 보은군민들의 물심양면의 지원도 그의 당선에 한 몫 차지했다. 덩치 작고 목소리가 작고 문학적인 그가 결코 작아보이지 않고 중학교 중퇴학력을 도저히 믿지못할 정도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간 이상범의 행적을 적어본다.

그가 고향 질고지를 등진 것은 1971년 3월 보은중학교 2학년에 올라갔을 즈음이다. 급작스럽게 양친을 모두 여읜 가족들은 서울로, 청주로 뿔뿔이 흩어지고 이상범씨만 큰집에 남아 학업을 계속해야만 했다. 그러나 양친을 잃은 슬픔과 형제가 없는 속에서 지내던 이상범씨는 학업을 포기하고 상경, 생계를 위해 현장속으로 뛰어들었다. 학력이 뒷받침되지 않던 당시 그에게 주어진 일자리라고 해봐야 양장점 보조, 식당 종업원이 고작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줄곧 일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던 그에게는 많은 시련이었으나 견디었고 다행히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주인의 배려로 자동차 정비 학원을 다닐 수 있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술을 배워 소위 기름 밥을 먹기 시작, 자동차 정비공장, 운수회사, 기아자동차 협력업체인 서울의 대원산업에 근무를 했으며, 1979년 그가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중졸 이상이었던 입사 지원조건에 맞지않아 중퇴를 중졸로 속여 지원해 합격했다. 그는 성실하게 일했고 몇 달 지난 다음 인사 담당자에게 이같은 속내를 털어놓았으나 그의 성실함에 학력을 속인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후 독서클럽에 가입해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하면서 노동운동에 눈을 뜨고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면 자신은 희생할 수 있다는 사명감도 갖게 되었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결집시켜야 한다는 의식이 커졌다.

그래서 87년 7월24일 뜻을 같이 하는 45명으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싹을 틔워, 임시 집행부 위원장을 맡았고 회사측에서 어용노조를 내세웠으나 무산, 한국 노조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결성시켰다. 그리고 90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2대 위원장을 지냈고 현대 자동차 노동자 신문을 만드는 등 소외된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살신의 행동이 계속됐다.

95년에는 분신 회원 대책위 의장을 맡아 구속되고 회사에서는 해고되는 등 개인적인 시련은 엄청났지만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도록 하기 위한 행보는 중단되지 않았다. 이같은 진실한 노동운동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절대적 지지로 곧바로 복직되고 98년에는 민주 노동당 후보로 울산 광역시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당선, 전국적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시의원으로 있으면서 울산 공원묘지측이 무단 점유하고 있는 시유지를 찾아내는 일에서부터 울산 핵발전소 건립 저지를 위해 서울까지 1000리 행군을 감행, 무산시켰으며 시내버스 문제 해결을 위해 한달동안 배차간격, 실제 승차인원을 조사하는 등 물고 늘어져 시정 조치시키는 등 알아주는 시의원으로 평가받았다. 왜소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그는 민주노동당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 2000년 4·13 민주노동당 후보 공천을 위해 경선했다가 낙선, 이번 지방선거에 도전해 당선하는 인간 승리를 이뤘다.

환경운동 연합 운영위원, 경실련 회원, 울산 참여연대 회원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반핵특위 위원장, 민주 노동당 지방자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가 앞으로 펼칠 구정을 많은 소외된 이웃들은 기대하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 최규자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나의살던고향 보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