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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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5.12.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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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말 날씨치고는 춥지를 않다. 늦은 가을부터 지금까지 며칠이 멀다 않고 비가 내려 햇살이 따뜻하지는 않았어도 동지가 지난 오늘까지도 큰 추위가 없었으니 그 간 한 두 차례 눈이 내리지 않았더라면 겨울이라 하기가 좀 주저되기도 할 만하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답고 겨울다워야 겨울이 아니겠느냐고 말은 해도 그래도 춥지 않으니 좋고 또 가는 해 오는 해 우리 마음도 춥기 않고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제 오후 늦게 5, 60대 되는 몇몇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나이로 따지자면 좀 어색한 자리라 할지 몰라도 색소폰 동아리 친구들로 약속은 없어도 가끔은 이럴게 만나서 격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어제도 그렇게 모인 자리에서 자녀들 이야기를 비롯해서 부부 싸움 등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한참 후 자리를 함께한 내외분 중 아내가 남편에게 할 일이 있으니 집에 가자고 하고 남편은 자리를 뜨고 싶은 생각이 없는지 천천히 해도 된다며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내가 재차 독촉을 하기에 가화만사성의 첫째 조건이 여자 말을 잘 들어 주는 것이라 하였더니 다른 분 하나가 여자 말을 들어 주는 것은 좋은데 너무 잘 들어주면 집안에 중심이 잡히지를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하기에 여자에게는 중심을 잡아주는 추가 없는데 어떻게 가정의 중심을 잡겠냐며 남자도 중심 추가 흔들리면 더 문제가 되니 중심 추를 잘 조절 할 줄 알아야 가정도 바로 선다고 농담 삼아서 한 마디 했더니 노인 회장님은 농담으로도 진리를 이야기 한다며 모두가 한바탕 웃는다. 그러다 보니 아내 분도 집에 가자고 한 것을 잊었는지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내 놓게 되고 남편은 대꾸하기를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 하는데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하면서 오늘 아침에도 내가 당신을 안아주지 않았느냐고 한다. 그러기에 그럼 다시 태어나도 당신 밖에 없다고 생각 하느냐 고 또 한 마디로 물으니 그럼요, 하고 주저 없이 대답 한다. 그러자 아내가 말하기를 나는 몰라도 아마 저 양반은 아닐걸요, 한다.
어느 노인대학에서 강사가 어르신들께 물었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만나 살겠느냐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데 할머니 한 분만이 손을 들기에 부부간 금슬이 참 좋으신 것 같다고 강사가 칭찬을 하자 할머니는 그런 것이 아니란다. 그러면 왜 다시 만나 살기를 원하느냐 고 묻자 지금 영감을 50년 넘게 길들여 놓았는데 다른 사람 만나면 다시 평생 길들이며 살아야 하는데 왜 그 고생을 또 하겠느냐며 차라리 길들여 놓은 지금 영감과 사는 것이 낳을 것 같아서 란 대답이란다. 물론 웃자고 나온 이야기이겠지만 부부가 서로 길 들여 지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할머니는 길들여 놓았다고 했다지만 길 들여 놓았다기보다는 서로가 길 들여 지며 사는 것 같다.
결혼은 사랑해서 하게 되는 것이고 사는 것은 정으로 산다고 하듯이 서로가 하루하루 길들여지고 또 한해 두해 서로에게 길들여지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따라서 사랑도 더 해 가는 것이 부부라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원숙한 부부로 길 들여 지기 위해서는 때로는 의견 상충으로 갈등도 겪게 되고 티격태격 타투기도 하고 다른 쪽의 더 큰 사랑을 바라는 욕심에서 서운 할 때가 있어도 이 모두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필연적 과정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다 보면 결혼 때의 서약처럼 검은 머리가 파 뿌리 되는 것이고,
한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가 부부 간 서로에게 길 들여 질 만큼 길 들여 져 있는 연륜이기에 서로의 마음을 바꾸어 가진다 한들 별로 달라 질 것이 없겠지만 그래도 애정만큼은 또 확인 하고 싶은 모양이다.
또 한 해를 보내면서 언제나 이 때 쯤 연말이면 많은 아쉬움이 있기 마련이지만 어제처럼 즐거운 자리도 종종 있었으니 돌이켜보면 한 해가 그렇게 잘못 된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래도 즐거운 마음이다.
지난주 본란의 필자께서는 제자와도 같은 동료 교사의 교통사고로 인 한 영원한 이별이 첫눈 내리는 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게 하였다고 하셨는데 우리에게서의 이러한 모든 불행은 가는 해에게 모두 맡기도 새해엔 우리 모두를 기쁨과 평안이 감싸 주기를 소망 해 본다.
내일은 성탄절이다. 그냥 축제일이 아닌 사랑과 평화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내게도 강 같은 평화가 넘치는 축복이 임하기를 손 모아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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