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정부인송의 화분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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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정부인송의 화분교배
  • 송진선
  • 승인 2002.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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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외속리면 서원리에서는 600여년 동안 정조를 지켜온 서원리 소나무가 정이품송과 결혼을 의미하는 화분 교배 행사가 있었다.
조강지처를 옆에 두고 강원도 삼척까지 새장가를 간 정이품송에 대한 야속함이 있었던 정부인 소나무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화분교배가 있기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호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다.

그동안의 야속함을 털어버리고 기쁜 마음을 가진 정부인 소나무처럼 화분교배가 있는 날은 하늘도 활짝 개였고 파란 하늘을 드러냈었다. 행사가 개최되기 전 날까지만 해도 충북도 산림환경 연구소는 연중 사업인 육종 연구사업으로만 추진했었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업인지라 축문을 낭독하고 제를 올리고, 풍물단이 흥겨운 농악을 연주하는 이벤트로 확대됐다.

외속리면 기관 단체장과 서원리 주민, 유관기관으로 군 농림과와 산림조합 관계자 등 지역에서만 참석한 사람을 숫자로 계산해보면 50명도 채 안된다. 지난해 강원도에서 있었던 행사와 비교되게 세기의 결혼식치고는 정말 단촐했다. 이미 5월8일 800살 정이품송의 화분을 600살 정부인 소나무에 주입한다는 것이 기사화 됐는데도 불구하고 선거 때여서 사람들만 모이는 행사가 있으면 장소를 불문하고 거의 참석하는 후보자들의 얼굴조차도 이 곳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전에 이같은 행사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도 참석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같은 날 여러 곳에서 가정의 달 행사가 열리고 장수 노인 체육대회가 열려 사람들이 덜 모이는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의 합방행사에 까지 신경을 쓸 수가 없었겠지 하고 명분을 부여해 보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출마자들이 참석해야만 화분 교배식이 빛나는 것은 아니나 지역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림기관에서 하는 사업이 육종을 연구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좋은 수목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 그들의 본업일진대 그 본업도 하면서 특이한 수형의 만남, 천연기념물간의 만남, 그것도 내외지간이라고 불리는 소나무의 혈통을 보조하는 사업, 특히 다른 지역도 아닌 바로 우리 지역에 있는 정이품송의 2세를 후세 만대에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역사적 의미가 얼마나 큰가를 되새겨 볼 일이다.

<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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