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1/3수준 수확, 3천만원 손해
산외면 길탕리 오윤균씨와 부인 김학순씨는 요즘 시설 하우스에 심어놓은 방울토마토만 쳐다보면 가슴이 울컥한다. 튼튼한 줄기가 지주처럼 받치고 잎이 무성한 방울토마토 나무가 하우스 안에 꽉차 빨간 토마토를 연실 생산해내야 하는데 다 크지도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말라죽는 것을 보며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쓸어내린다.그래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정성을 쏟은 탓인지 처음보다는 다소 복구됐지만 원래 계획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오윤균·김학순 부부는 방울토마토에 쏟는 정성으로 부모님을 봉양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면 전국 최고의 효자가 될 것이고 전국 최고의 부모가 됐을 것이란 말로 허전함을 달랜다.
이들의 가슴을 때운 속사정은 이렇다. 지난 2월17일 한 밤에 최저 7∼8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 하우스 안 기름 탱크 안에 있던 난방용 기름을 도난 당하고 절도범들이 난방을 할 수 있는 선을 절단하고 또 탱크 안에서 기름을 훔쳐가면서 하우스 문을 열고 작업을 해 동해를 입은 것. 이같은 상황을 발견한 것은 다음 날 오전 9시경. 기름을 도난당한 것도 당한 것이지만 밤새 난방을 못하고 동해를 입은 방울토마토를 보니 눈이 뒤집혔다.
오씨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의 특수를 겨냥해 난방비 때문에 겨울 작기를 하지않는 산외면에서 유일하게 예년보다 한 달 일찍 방울 토마토를 식재했고 햇빛 투과율을 높이기 위해 비닐도 교체하는 등 정성을 쏟았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이날 도난을 당한 기름은 8드럼 1600ℓ가량. 면세유 이기 때문에 시가로는 50만원 정도.
그러나 이 정도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고 방울 토마토를 덜 수확해서 입은 피해가 3000만원 가량에 이른다. 예년에는 1200평에서 1만5000㎏을 수확했는데 올해는 이의 1/3 수준인 5000㎏ 수확도 빠듯해 평균값을 ㎏당 3000원으로 계산하면 10000㎏을 덜 수확해서 입은 손해가 3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시세가 최고 ㎏당 5000원까지 할 정도로 최근 4년만에 최고 시세를 기록하고 어느 때보다도 기름 값도 싸서 재배 조건이 매우 좋았던 때 하필 그런 피해를 입었던 것.
한 20일 동안은 일도 못하고 밥도 먹지 못했을 정도로 마음을 잡지 못했고 산외면 하우스 농가들과 함께 도둑 잡기에 혈안이 되었었다. 경유는 쉽게 지워지지 않고 또 타이어 무늬를 알았기 때문에 보은은 물론 인근 청원, 옥천지역까지 돌아다니며 수색을 벌였다. 그러다 하우스 시설을 위해 연대보증을 서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도둑 잡는 것은 포기, 다시 마음을 잡고 동해를 입은 방울토마토 살리기에 정성을 들였다.
햇빛 투과율을 높이기 위해 천장 커튼은 열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햇빛만 보면 자꾸 죽어 동화작용을 위해 짧은 시간만 천장 커튼을 열어주고 자신이 직접 제조한 식물성 비료로 계속 영양을 보충해줬다.
웬만한 기술이 없는 농민을 만났다면 동해를 입은 방울토마토는 제대로 수확해보지도 못한 채 아마 폐작했을텐데 그나마 오윤균씨는 대전 농산물 공판장에서 우수 출하상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 예년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 양이지만 소량이라도 수확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이렇게 밤낮없이 하우스에 매달려 일을 한 오씨는 결국 지난 15일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나마 올해 토마토 시세가 좋고 난방유 값이 쌌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오윤균씨는 5월말경 빨리 이번 작기를 끝내고 내년에는 현재 토경시설을 양액 시설로 교체해 다시 한 번 방울 토마토에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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