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31일에는 궁 저수지 사업을 반대하는 상궁리 마을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큰 불로 번지진 않았지만 공무원과 헬기가 동원돼 1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다. 해당 주민 사이에선 저수지 둑 높임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홧김에 불을 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림당국은 마을주민이 집안청소 후 나온 쓰레기를 태우다 불이 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궁 저수지 사업으로 이주민과 제당 하류 마을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게 패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궁 저수지 찬반 논란이 2009년 6월 사업설명회 이후 무려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갈등이 아물기는커녕 오랜 벗이었던 이들이 이러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원수지간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충북지역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이미 지난해 운영됐던 4대강사업 공동검증위원회에서 조건부 찬성이란 결론을 도출해냈다. 공동검증위원회는 찬성논리를 주장하는 학계 사회단체 관계자는 물론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학계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 여러 차례 치열한 논쟁 끝에 결론을 이끌어내 일단락됐다. 검증위에서 도출된 결론이 절대적 원리는 아닐지라도 대표성은 갖추고 있다. 때문에 검증위에서 제시된 결론은 최대한 존중되는 것이 성숙된 민주주의 의사결정이다.
그런데 둑 높이기 철회 대책위는 서명운동과 지역신문 기고와 광고 등을 통해 둑 높이기 사업 중단내지 증고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예로 “둑 높이기가 13미터로 쥐도 새도 모르게 변경된 것은 거액의 토지보상금에 눈먼 일부 토지주와 건설업자, 사업규모를 키우려는 보은농어촌공사, 보은군민의 안전을 팔아 공적만들기에 급급한 보은군수, 도의원, 군의원이 급조해 500억원 국가재정을 탕진하는 사업으로 꾸민 것”이라고 몰고 있다.
그러나 시행사와 청은 제쳐두고 이해관계가 얽힌 찬반논란에 쉽게 발을 들일 아둔한(?) 정치인은 현실적으로 극히 희박하다. 역으로 군의 개입과 입장표현을 바라지만 의사표현보다는 관망으로 일관하고 있다. 잘못 끼어들었다간 역풍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침묵이 수몰이주민 발전위원회와 철회 대책위가 출범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며 지역민들도 불편하다. 대책위 선봉장 내외 역시 주민들의 심판을 경험한 전례가 있어 한편에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본의도를 떠나 이해관계에 따른 행보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위험요인을 직접 안고 사는 반대주민들의 입장을 십분 이해 못할 편협한 지역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시기적으로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은 주민갈등을 부추일 뿐 아니라 득보다도 실이 많다는 판단이다. 반대 논리를 내세우기보단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반대집회를 연 이날 호응도가 지역의 민심을 반영하지 않았을까.
/김인호 기자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