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를 통한 민족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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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를 통한 민족 교육
  • 보은신문
  • 승인 200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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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는 문자 그대로 '이야기'를 말한다. 어느 민족이나 풍부한 설화는 그 민족의 오랜 역사를 나타내 준다. 해와 달이 생겨난 신화, 견우직녀 이야기 등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해 주고 있으며, 이러한 신화에는 우주의 창조와 인류 기원에 대한 설명은 물론 우리 민족의 창세관이 담겨져 있고, 우리 민족에게도 실로 무궁 무진한 설화가 전해오는 것을 보면 우리 역사의 크고 깊은 폭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른바 신화, 전설, 민담을 망라한다는 설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오면서 이른바 구전 문학이란 형태로 이어져 중간에 문자로 정착되기도 하였고, 더러는 분실되어 사라지기도 하였다. 구전으로 이어져왔건, 문자로 채록되었건 간에 말로 되어진 설화는 태초의 인간의 원초적인 행동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태초에 말이 있었기에 아이들 교육에서 설화 교육은 늘 중시되어 온 것이다.

우리의 민족신화를 담은 원전 기록들이 우리의 손에 의한 기록보다는 중국의 『삼국지』'위지동이전' 같은 기록을 통해서 전해진다. 우리 손으로 기록된 것도 분명히 있었을 터인데, 혼란의 와중에서 분실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몇 번에 걸친 채록 및 재창조 작업을 통해 고려시대에 이규보가 『동명왕편』을 서술하였고, 일연은 『삼국유사』에 무수한 이야기를 담아 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동국여지승람』같은 인문 지리서에 각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고, 『대동야승』같은 책들에 이르면 가히 저잣거리의 이야기는 모두 채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국가적인 대규모 편찬 사업으로 한국 정신 문화원에서 발간한 『한국구비문학대계』가 나와 있다.

우리가 신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첫째, 신화에는 해당 민족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개인마다 유전 인자가 있듯이 신화에도 민족 특성이 있어서 신화를 통한 민족사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민족사의 여명을 알려주는 일은 바로 그들을 민족의 일꾼으로 길러 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된다. 나치시대에는 게르만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어린이들에게 신화교육을 강조했던 걸로 봐서도 잘만 하면 신화 교육은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이 되는 것이다.

둘째, 신화는 지극히 민족적인 범주를 지닌다. 그래서 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민족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민족이 나라를 세우게 된 역사를 이야기해 줌으로써 신화를 민족의 살아 있는 역사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몽, 박혁거세, 석탈해, 김알지, 김수로왕 등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건국 신화다.

이들 신화에는 한민족이 나라를 세워 왔던 진취적 기상과 부족성립 및 이동,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 아이들은 신화교육을 통하여 민족에 대한 첫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셋째, 신화는 민족적 위기감이 고조될 때 늘 새롭게 부각된다. 고려시대에 이규보가 『동명왕편』을 쓴 것도 몽고 침입이라는 민족사의 절체절명의 시기에 이룩한 업적이다. 오늘날 같이 민족이 분단되고 외래 문명이 진을 치는 시대일수록 신화에 대한 교육과 이해는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신화는 어느 민족에게나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신화를 잃어버린 민족은 대단히 슬픈 민족이 되고 만다. 나라를 잃어버렸던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일본인들이 무조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신화를 부정하거나 왜곡시키려 했던 것을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사실을 왜곡 해석하여 신화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였다. 단군신화를 한낱 이야기로 돌려버리고 허구라고 했던 것도 그와 같은 일의 대표적인 사례로 아이들에게 신화를 올바르게 알려 주는 일, 이는 우리 시대의 몫이다. 그렇다면 설화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첫째, 설화는 말로 된 책이다. 따라서 설화는 구연되는 이야기다. 설화를 단순하게 책으로만 보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말로써 설화를 스스로 이야기하게 하는 공간을 마련하여야 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구연능력을 통하여 아이들의 발표력이 높아지고 사고력이 증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설화는 살아 있는 민족의 역사이다. 그래서 신화를 공부하다 보면, 여명기부터 시작해 우리 역사의 체계를 세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전설은 보다 좁은 의미로 마을 단위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전설은 어떤 지역 공동체의 역사에 관한 계승으로 어느 마을에나 산, 고개, 구름, 숲, 바위, 동굴, 강, 우물, 연못, 섬, 들판, 집, 비석, 절, 석탑, 석상, 성, 다리, 묘지, 의복, 음식, 동물, 식물, 심지어는 온갖 유명 무명의 사람들에게까지 전설은 따라 다닌다.

즉 전설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고 특정의 지역, 사물, 인물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하여 민족과 지역의 역사를 더욱 더 생생하고 자세하게 전하여 준다. 전설이 그럴진대 신화야 전설보다 더하지 않겠는가. 설화가 하나의 역사 교육서가 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따라서 역사 공부와 더불어 설화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설화 교육은 민주주의의 또 다른 기점이다.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만 공급받는 어린이 교육이 아니라 자기가 자라난 땅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민주주의는 시작되어야 한다. 지역적 현실에 맞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데 설화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설화는 우리 모두의 작은 꿈이라고 할 만하다. '옛날 이야기'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 등으로 익숙하게 알고 있는 민담들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하나의 꿈의 세상이다. 설화는 비단 어린이만 읽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그 아이들이 자라나서 다시 후손들에게 알려 주어야 할 민족의 자산이다.

다섯째, 설화 교육 방식에 있어서 그림 동화, 비디오, CD롬, 테이프, 노래가사, 동시 창작등 우리가 현재 쓸 수 있는 모든 교육 기재가 총동원되어, 설화 자체는 옛것이라고 해도 시대에 맞는 대중 매체를 십분 활용하여 우리의 설화를 새롭게 교육시킬 수 있어야 하겠다.

여섯째, 설화교육은 작은 단위에서 구연되는 설화교육방식인 소공동체 운동과 대중 매체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설화 교육의 참교육화는 바로 민족 교육의 실현에 그대로 잇닿아 있기 때문에 설화 교육의 중요성을 어른들은 새삼 인식하고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설화를 통한 어린이 민족 교육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해자(cdheyo@hanmail.net)의 신나는 글쓰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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