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초 3학년 4반 임옥진 할머니
“집이 가난해 배울 기회를 놓쳤다가 이제야 뒤늦게 초등생이 되고 보니 정말 꿈만 같아요.” 지난 4일 어린이날을 맞아 열린 학교운동회에서 동광초 3학년 4반 학생인 임옥진(73·보은읍 신함리)씨는 주름 팬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자랑스럽게 어린 학우들과 호흡을 맞춰 ‘지뢰 밟기’ 경기에 임하고 있다.
운동장에서 어린학생들과 어우러져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열심히 운동회를 치렀던 임 할머니는 3년 전 일흔의 나이에 초등생이 된 감회를 밝혔다.
임 할머니는 “몸이 예전 같진 않지만 아직은 할 만하다”며 “손자 같은 어린학생들과 함께 운동을 하니 절로 힘이 나는 것 같다.”며 힘든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날 하루 종일 손자 손녀 뻘인 학생들과 똑같이 운동회에 참여하느라 힘이 들만도 한데 운동회의 끝을 알리는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지친기색 없이 손자 같은 학생들과 손을 잡고 교단 앞으로 발맞춰 뛰어간다.
이 날 아주 가까이서 바라본 임 할머니의 잔뜩 찌푸린 초점 흐린 눈이 어딘지 많이 불편해 보인다.
할머니는 “10년 전 다친 오른쪽 눈이 거의 안보여 왼쪽 눈으로만 공부했다”며 “지금은 왼쪽 눈까지 점차 시력이 안 좋아져서 책을 읽기조차 힘들 정도”라고 학업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래서 할머니는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 얼마 전 비싼 돈을 주고 안경까지 새로 맞춰두었다.
괜찮았던 왼쪽 눈 시력까지 나빠져 공부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으나 학업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에 못 지 않았다.
그는 “다른 과목은 열심히 공부하면 할 만한데 수학은 계산문제가 많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며 “어린학생들과 공부해 뒤지지 않도록 과외공부라도 할 작정”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또한 “나이가 젊다면 대학까지 가고 싶은데 현재 나이가 많아 중학교 졸업장에 거는 기대가 마지막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담임인 이윤희(47)교사는 “할머니는 반에서 반장으로 불리며 비록 실질적인 반장은 아니지만 공부뿐 아니라 학교일까지 정말 열정적으로 솔선수범하는 학생”이라고 칭찬에 입이 말랐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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