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감언이설(甘言利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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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감언이설(甘言利說)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10.03.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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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14일은 이른바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으로 사랑을 고백한다.’는 화이트데이다. 즉, 한 달 전인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한 여자의 마음을 남자가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하는 날이라고 한다.
또한 이 날은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선교사인 자르투(P.Jartoux)가 세계 최초로 원 둘레와 지름 간 길이의 비율인 원주율 값 3.14159…….를 고안한 것을 기리기 위한 날이기도 하다. '파이(π)의 날'이라고 불리는 이날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어 매년 3월 14일 1시 59분에 ‘파이 먹기 대회’를 여는 등 원주율의 탄생을 축하하는 각종 행사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을 전후해 포항공과대학교의 수학연구 동아리를 비롯해 수학 관련 단체나 교사들을 중심으로 파이데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π외우기, π 찾아내기, π값 구하기 등의 게임과 원형 놀이기구의 길이·넓이·부피 구하기 퀴즈 대회 등을 열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풍습은 외국에서 유입된 문화다. 이중 로마시대 때부터 기원됐다는 나름의 정통성(?)있는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의미의 남녀가 눈짓을 주고받고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은 우리 전통문화에도 있었다. 보름달 밤 처녀들이 밤샘 ‘탑돌이’ 중 주위의 총각들과 눈을 마주치고 볼을 붉히며 사랑을 속삭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세조 때는 파고다 공원인 원각사의 탑돌이가 너무 문란하다 하여 조정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날은 총각이 처녀가 있는 집의 담을 넘어가는 풍속이 있어 머슴이 몽둥이를 들고 월담을 지켰다는 기록도 있다.
한편 밸런타인과 달리 화이트데이는 아무런 전통적 의미 없이 단순히 물건만을 팔기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즉, 일본의 한 마시멜로 제조업자가 ‘귀가 솔깃하도록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말’이라는 뜻의 ‘감언이설’처럼 장삿속으로 급조한 문화라는 것이다. 근거로 1965년 당시에는 ‘마시멜로데이’라고 불리다가 사탕, 초콜릿 제조업체도 가세, 판촉을 시작하면서 ‘화이트데이’가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남자가 마시멜로, 화이트 초콜릿이나 사탕 등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선물로 주는 날이 되었고, 이후에 한국, 타이완의 젊은 남녀들도 이를 받아들여 유행에 편승하게 됐다는 것이다.
어찌됐던 6.2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보은군내에서도 각종 감언이설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출마자들은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혈연, 지연, 학연을 들먹이며 비위를 맞추고, 이로운 조건들을 내세운다. 사실 출마자들이야 인생의 신념을 건 한 판의 승부처이니 이들의 수단방법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선거에서의 당선은 곧 ‘쟁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보자 개개인의 사람 됨됨이를 제대로 판단하고, 듣기에는 좋으나 믿을 수 없는 말(美言不信), 듣기에는 거슬리나 믿을 수 있는 말 (信言不美)을 가리는 것은 유권자들이 해야 할 몫이다.
사탕을 주고받을 것인가, 파이를 먹을 것인가. 현명한 선택은 우리들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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