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설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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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설 풍속도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10.02.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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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오랜 세월 '전통'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던 문물은 이른바 '문명의 이기'인 디지털에 밀려 자리를 물려준 지 오래다.
세상이 변하면 문화 역시 변한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설에 한복차림으로 선물 꾸러미를 든 채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져 가는 게 현실이다. 오늘 날의 젊은이들은 촌스런 '청주' '갈비' 세트 등 큼직한 선물 보따리 대신 상품권을 가지고 복잡스런 명절차례를 지내러 오는 게 아니라 나들이를 겸해 고향 부모를 찾는다.
설날 아침 조상에 대한 차례를 마치고 서열 순으로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고, 덕담을 주고받던 풍속은 이제 구시대 유물이 되고 있다. 또한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며 즐기던 윷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와 '고스톱'이라 불렸던 일종의 화투놀이 마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이젠 차례가 끝나면 어른들은 대형 텔레비전 앞에 모여 수십여 개의 위성채널이 제공하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기 등에 모여들어 인터넷과 게임에 빠져든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간 대화는 단절되고 종이와 활자문화가 사라지듯 전통적 설 풍속도 아지랑이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기는 하다. 정치인들의 설 '민심잡기'다. 설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았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니 정치인들에게 있어 이만한 대목이 없다. 그래서 과거 일부 정권들에서는 소속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을 고향에 보내 정권의 정당성이나 정책 등을 홍보하고 설득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 정부도 이번 설 연휴동안 세종시 수정안 여론전에 관료 등을 동원, 민심잡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의 생각은 일치하는가 보다.
하기야 이번 설은 세종시 문제 뿐만 아니라 6.2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민심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명절이다.
정, 관계 일부에서는 세종시 문제와 맞물린 이번 6.2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부의 중간 평가는 물론 차기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세종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6.2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현상이 빗어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즉, 누가 표심을 잡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정국 주도권은 물론 2012년 대선 구도까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여야 지도부는 이번 설날, 사활을 건 '민심잡기'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보은군내에서도 선거에 출마하려는 출마예상자들은 이번 설날이 더 바쁠 것이다. 경쟁 상대보다 민심을 더 얻어야 당선가능성이 높아진다. 본선에서 뛸 수 있는 당 공천도 결국 여론향배에서 결정된다. 민심잡기는 더도 덜도 없는 자신 알리기에서 비롯된다. 이들이 한복으로 치장하고 세배를 다니는 모습들이 올 설 풍속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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