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 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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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김치 담그기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09.12.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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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한 장 남은 달력에서 하얀 눈이 폴폴 내리고 있다. 이렇게 12월이 우리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 올 무렵이면, 반성과 후회 또는 보람 같은 여러 가지 상념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중,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세월이 무지 빠르다고 하고, 10~20대 초반은(내 경험과 내 아이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고 왜 나이를 먹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우린, 어쩌면 늘 앞서서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다 가장 중요한 현재의 행복을 놓치면서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겨울은 깊어 가는데, 우리 집 소박한 밥상 중에 그래도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 그것은 지난 11월말에 담근 김장김치이다.
결혼으로 독립을 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김장김치는 지인들이 주거나 친정에서 갖다 먹다가, 직장을 그만 두고 청주로 이사하면서 처음 김치를 담그게 되었다. 그 해, 배추를 구입하고, 절임을 처음 하는 것이라 여기저기 물어가며 30~40포기를 절이고, 양념재료 역시 주변사람들 도움으로 준비를 했다. 김장김치 담그는 날은 친구와 지인 등 열 명 정도가 모여 점심을 먹고 난 뒤, 본격적으로 배추를 양념에 버무려 새로 구입한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담았다. 처음 김치를 담고 보니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결혼 후, 15년 동안, 주변사람들이 주는 김치를 받아만 먹었는데 그 해, 나도 내 주변사람들을 나눠 주면서 남에게 주는 기쁨이 큰 것이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연중행사로 김장김치를 담그면서 혼자의 힘이 아닌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고, 매년 내가 담근 김치의 반은 친지와 주변사람들을 나눠 주게 되었다.
이렇게 김장을 담근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지만, 내게는 언제나 어려워, 담기 전에 재료준비에서부터 양조절과 버무리는 과정까지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배추를 절이는 것이 김장김치 맛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인데, 절임배추를 이용하여 시간과 노동을 줄일 수 있었고, 담기 전날은 고춧가루와 마늘 등 부재료를 구입해놓았다. 그리고 마늘을 까면서, 깐 마늘을 사면 시간도 절약되고 힘도 안 드니까 적당히 이런 재료는 사회화 시켜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방마늘은 맛은 물론 향부터 다르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기에 더 맛있는 김치를 담기 위해 조금은 힘이 들어도 잘한 선택이라고 자위했다. 쪽파도 시장에서 구입하게 되면 머리 부분이 굵고 파란데. 시작은 아버님이 가늘고 약간은 푸른빛이 퇴색된 것을 잘 다듬어 주셔서 이것을 활용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것이 훨씬 더 맛이 있다고 했다.
김치 담는 날, 선배와 친구와 후배가 도와주기 위해 왔다. 그 날, 내가 준비한 양념재료를 잘 배합하며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후배의 모습은 완전 선수였다. 적당히 잘 절인 배추에 그 양념을 버무려 맛있는 김장김치를 완성했다. 우리 집 김장김치는 지금까지 맛이 좋았는데, 김치의 맛은 우선 배추 맛이 좋아야 하고, 주인의 음식 솜씨가 아닌 그날 버무린 사람들의 손맛이란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렇지만 김치 맛이 좋으면 생색은 주인이 내고 맛이 없으면 우습지만 버무린 사람들 탓을 한다.
부담감이 가득한 김장을 담기전과 달리 담고 난 뒤의 기분은, 날아갈 듯하며 부자가 된 마음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올 해 담근 김치는 미국에 서 주로 생활을 하고 있는 언니와 시작은 아버님 것까지 담았다. 택배로 배달된 김장김치 맛을 본 언니가 김치 맛이 아주 좋다는 말에 난 또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앞으로 아랫동서도 한 통 주고, 김치를 담지 않은 친구가 있다는데 그 친구 보은 올 기회 있으면 줄 계획이다.
김장김치를 담고 난 뒤, 일을 겁내지 않고 척척 잘해내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올해 담았던 김장김치의 재료와 양 그리고 담는 절차를 잘 기록하여 내년부터는 재료준비를 남의 도움 없이 해야 겠다. 그리고 나 역시 친구가 김치를 담는다고 하면 불려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분야에서는 남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살림을 잘 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내가 남에게 부탁을 하는 쪽이 아닌 내가 남의 부탁을 받아 주는 쪽이 되고 싶다.
우리의 전통식품인 김치는 여러 종류가 있고, 그 종류만큼 김치는 여러 양념이 들어가서 제 맛을 내게 된다. 그 중 배추김치는 배추와 무가 주재료가 되고 고춧가루와 마늘 갓 쪽파 젓갈류가 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배추와 무를 재배하는 농업인들과 각종 젓갈류가 만들 수 있는 어업의 종사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느끼고 그 재료들을 정성과 함께 담아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느낀다.
지금 우리 집 김치는 여느 집과 비슷한 각종식품 재료가 어우러져 익어가고 있다. 남편이 김치 담았던 날, “김치 담느라고 수고했다.” 그리고 김치 맛을 보며 “당신은 음식솜씨가 있어.”라고 한 말이, 또 하나의 중요한 양념이 되어 김치는 더욱 맛이 있을 것이다.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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