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이야기를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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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이야기를 달고...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09.12.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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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초등학교 3~4학년과 5~6학년 아이들의 글짓기 지도를 하면서, 아이들의 맑은 동심을 엿보기도 하고, 주변의 여건과 자신에 갇힌 아이의 고민을 읽을 때도 있다. 여러 아이들과의 만남은 오만한 나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삶은 언제 어디에서나 상반됨이 공존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아이들 지도내용으로는 동시부터 생활문, 책읽기 등 여러 장르의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한편의 글을 쓰게 한다. 그 중 하나로 주로 동물이 나오는 동화를 한 학기에 2~3편정도 쓰는데 아이들은 동화를 직접 쓰라면 쓰지 못하므로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가 이야기 한 내용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상상하여 한 편씩 써보게 한다. 글을 다 쓴 아이에게는 글의 내용을 만화형태로 말풍선을 넣어서 4~6컷 정도의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 결과를 보면 제목도 다양하고 그림도 다양하다. 이번 주에 지도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욕심쟁이 사자’다.
<늙은 사자가 있었어. 먹이사냥을 하는데 여러 번 허탕만 치고 큰 나무 밑에서 쉬려고 하는데 토끼가 자고 있는 거야. 그래서 토끼를 잡아먹으려고 하는데 저만큼에서 사슴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 “그럼 사자는 어떻게 했을까?” 서너 명의 아이를 호명하고 아이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야기를 다시 이어 나간다. 그런데 사자는 고민과 갈등을 했어.(여기서 낱말 익히기를 집고 넘어간다.) 잠자는 토끼를 먼저 잡아먹을까 아니면 사슴을 먼저 잡아먹을까 한참을 갈등하다가 토끼는 잠을 자고 있으니 아무 때라도 잡아먹을 수 있으니 사슴을 먼저 잡아먹어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사슴을 향해 돌진했어. 그러나 생각같이 사슴은 잡히지 않고 멀리 도망을 가고 말았어. 그런데 토끼는 사슴과 사자의 발자국 소리에 잠이 깨었지. 사자는 다시 나무 밑으로 돌아와 보니 토끼는 이미 멀리 도망간 상태였지.>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등장동물은 가급적 이야기한 범위 외에 더 들어가는 형태로 이야기를 써보게 했더니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다. 그 중 두 편을 소개한다. 먼저 5학년 세휘가 쓴 동화다. 제목은 ‘뭐든지 귀찮아하는 사자와 불쌍한 양’이다.
<비 오는 어느 날, 사자는 몹시 배가 고팠습니다. 하지만 비가 너무 세게 오는 바람에 먹이사냥을 하지 못하고 며칠을 굶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비가 그치고 해가 떴습니다. 사자는 이른 아침부터 사냥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귀찮아하는 사자는 사냥을 제대로 할 리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사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며칠을 다시 쉬었습니다. 어찌나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쉬던지 동물 모두가 궁금해 했습니다. 이 때, 집이 없는 늙은 양 한 마리가 사자의 집에 들렀습니다. 하지만 사자는 여전히 쉬고 있고, 양은 사자가 죽은 줄만 알고 사자 집에서 계속 지내기로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사자는 너무 배가 고파서 일어났습니다. 사자는 자기 집에 있는 양을 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너무 귀찮아서 먹지는 않고 옳거니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무 귀찮아서 널 잡아먹지 않겠다. 하지만 이 몸이 귀찮음 병이 사라지면 널 먹겠다. 하지만 내게 죽을 때까지 음식을 바친다면 널 살려주겠다. 참고로 난 풀도 먹는다. 그리고 중간에 도망간다면 널 잡아먹겠다.”라고 약간의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자는 이렇게 매일매일 힘 안들이고 맛있는 먹이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중에는 저번에 까불던 토끼도, 살이 통통한 사슴도 아직 어린 염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며칠 전부터 양이 잡아오는 음식의 양이 줄어들었습니다. 사자가 왜 그러냐고 하자 자신도 귀찮음병에 걸렸다고 말하였습니다. 그제야 사자는 자신이 귀찮음 병에서 나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자는 재빨리 약속을 어기고 양을 잡아먹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사냥을 하지 않았던 사자는 사냥하는 방법을 잊어버려 그때서야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는 양의 뼈를 모아 땅에 묻어 주었습니다.>
다음은 5학년 민정이의 동화로 제목은 ‘늙은 사자와 부잣집 딸’이다.
<옛날 옛적 늙은 사자가 살았습니다. 늙은 사자는 혼자 살고 있어서 외로웠습니다. 어느 날 산책하러 갔습니다. 그때! 부잣집 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딸은 너무 무서워서 울었습니다. 사자는 “난 사람을 해치지 않아.”라고 말하자 그 딸이 안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자는 너무 늙어서 몸이 아파 끙끙댔습니다. 딸은 얼른 자기네 집으로 데려 갔습니다. 집으로 가자 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너무 놀라 소리를 “꺅!~”하고 질렀습니다. 그래서 딸은 “어머니! 아버지! 이 사자는 순진해서 안심해도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딸은 늙은 사자를 젊게 하려고 약 재료를 힘들게 모았습니다. 사자는 너무 기뻐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딸은 온 힘을 다해 약을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완성이 되었습니다. 딸은 얼른 늙은 사자에게 갔다주었습니다. 사자는 약을 먹자마자 신기하게 젊게 되었습니다. 사자는 이제 활발해져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이걸 본 하느님이 기뻐해서 사자를 사람을 변신을 시켰고, 부잣집 딸과 사람으로 변신한 사자는 결혼을 했습니다. 딸과 사람으로 변신한 사자는 신혼여행을 서울로 떠났습니다. 함께 말도 타고, 맛있는 것도 먹었습니다. 그렇게 사자는 대변신을 했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렇게 두 편의 글을 소개했는데 그림도 수준급의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이 이런 글을 쓰다 보면 생각하기 싫어서 글을 짤막하게 쓰는 습관을 버릴 수 있고 창작의 힘도 생기게 된다.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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