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없어도 살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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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없어도 살사람들
  • 이동섭 보은경찰서장
  • 승인 2009.09.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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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법 없이도 살사람’이란 말을 흔히 한다. 즉 착하고 양심 바르게 살며 남을 해코지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다름 아닌 법 없이도 살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일수록 법이 있어야 살사람 아닐까? 다소 아이러니컬하게 들리겠지만 범죄가 판을 치고 양심을 내팽개친 지 오래인 요즘과 같은 시대에 법 없이도 살사람은 정작 법이 없다면 만날 얻어터지기 일쑤요 사기나 당하고 어디 제명대로 살기나 하겠는가.
법이라 하면 우선 딱딱하게 생각되고 살아가는데 귀찮은 것 정도로 여기기 쉬운데 어찌 보면 법이란 우리가 매일 먹는 밥처럼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법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기에 피할 수도 없고 무시하고 살기엔 너무나 가혹한 대가가 따르기에 웬만하면 법을 친근하게 사귀어 놓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법이란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질서 유지 기능이 있고 이를 어길 때에는 그에 상응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고 겁을 주는 기능도 있으며 그런 반면에 이런 기능으로 인하여 일반 선량한 국민들은 보호를 받게 되는 반사적 효과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곳 보은의 경찰서장으로 부임하여보니 다름 아닌 이곳이야말로 법 없이도 살사람들이 사는 고장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이 순박한 보은 사람들을 위하여 경찰이 그동안의 규제와 단속 일변도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어떻게 하면 주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그리하여 잘못하는 사람에게 벌을 주기보다는 잘할 수 있도록 계도하고 단속과 처벌 위주보다는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원동기 면허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하였다.
보은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농기계와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다보니 이에 따른 사고가 유난히 잦은 실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면허 없이 타다보니 안전의식이 결여 되어 있고 사고가 났을 경우엔 크게 다치거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고 보상 문제 등이 복잡해진다.
가까운 경찰관서에 신청만 하면 심각한 신체적 결격 사유만 없으면 한글 해독 능력이 없어도 누구나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 보은경찰서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 한번 시험해 보라. 면허 없는 이웃의 노인이나 아주머니나 외국에서 시집온 다문화 가정 등에 적극 권유하기 바란다. 현재까지 230여명이 취득하였다.
또한 보은지역 교통신호 체계를 대폭 개선하였다.
야간에는 신호등을 100% 점멸등으로 바꾸었으며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곳은 주간에도 점멸로 운영하고 있다. 운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많은 신호등이 오히려 신호위반을 조장하고 또한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주민 편의 위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신호등이 없어도 우리 지역 분들이 스스로 안전 운행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웬만한 교통법규 위반은 범칙금 고지서 발부 대신 계도장을 활용하는 등 앞으로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방법을 쓰고 있다. 물론 상습적이거나 사고로 이어 질 수 있는 중대한 위반자에 대하여는 일벌백계 식으로 단호하게 처리하고 있다.
또한 도로나 주택가 공원 등에 범죄 예방용 CCTV를 많이 달아 놓았다.
경찰인력만으로 치안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아 기계가 대신하는 과학치안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CCTV는 범죄꾼을 쫓아버리는 효과뿐만 아니라 범인을 검거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10일 보은읍 주택가 골목에서 34세의 남성이 길에서 놀고 있는 7세 여아를 추행 목적으로 데려가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는데 부근에 설치한 CCTV를 분석하여 추적 끝에 검거 하였다.
현재 각 마을 단위로 CCTV 확대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내 마을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
보은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밤만 되면 유난히 어둡게 느껴진다. 밤길이 어둡다 보니 농기계를 운행하거나 시인성이 떨어지는 옷을 입고 도로를 걷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을 입구 등 야간에 사고가 날 수 있는 곳에 가로등을 많이 설치하여 교통사고로부터 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고자 한다. 예산 문제가 따르는 일이라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보은은 금년 들어 소소한 도난 사건 외에 주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교통사고도 작년에 비해 많이 줄었고 사망사고는 도내에서 가장 적은 단 3건으로 지난 5월 17일 이후 무사망 120일을 기록하고 있다.
보은경찰은 어떻게 하면 주민 친화적인 치안행정을 펼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 범죄와 사고로부터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뛰고 있다. 법 없이도 살 보은 사람들 이지만 그래도 나와 내가 사는 동네의 안전을 위해 법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범죄 없는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다같이 노력해 주기 바란다.
/보은경찰서장 이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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