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고 겨울철 적설량도 거의 기록되지 않고 있다.
이로인해 지표면에 수분이 없는 것은 물론 지하수 고갈 현상까지 나타나 계곡수를 식수원으로 하거나 지하수를 이용하는 마을에서는 물이 달려 급수차를 동원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비단 올해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고 대상마을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영농철이 되면서는 농업용수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져 2001년과 같은 한해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1995년 갈평 저수지의 저수율이 5%, 장안 장재 저수지의 저수율이 16%까지 떨어져 3단 양수, 5단 양수로 하천수를 저수지까지 끌어올리기도 했으며, 2001년 가뭄도 재난 수준이어서 벼 대신 대체작물을 식재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우리지역은 최근 계속되는 가뭄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가뭄이 계속 된다고 볼 때 보은이 물 공급에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가뭄에 대비한 식수 및 농업용수 공급 대책과 함께 물 절약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저수지 물 안 뺀다
기상청 통계에 의해 최근 5년간 보은군의 강수량을 보면 2003년 2천79㎜, 2004년 1천365.4㎜, 2005년 1천536.3㎜, 2006년 1천196.3㎜, 2007년 1천541.1㎜를 보였고 2008년에는 1천㎜도 안 되는 959.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특히 2008년 9월 이후 강수량은 2007년 대비 22.9%에 불과하고 전국 평균에 비해서도 46%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심각한 상황임을 감지할 수 있다.
이같이 연중 강수량 감소로 인해 저수지의 담수 율이 떨어지고 하천수 고갈 및 지하수량 부족으로 인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봄철 모내기 때에는 하천곳곳의 바닥을 굴착해 집수한 물을 논에 대기 위해 100m 넘는 호스를 연결하는 것도 불사하는 등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난해까지도 농민들이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도 가뭄이 해소되지 않고 현재 보조수원을 포함해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 총 19개소의 저수율이 평균 78%로, 지난해 98%∼100%였던 저수율보다 떨어지고 삼가 저수지는 62%를 보일 정도로 평균보다 크게 낮다.
농어촌공사는 6월까지 가뭄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장기 예보에 따라 가뭄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가뭄해갈 시까지 4단계로 구분해 농업용수의 체계적 관리에 들어갔다.
가뭄대비 안전 영농을 위해 못자리 설치시 저수지 물을 관개하지 않고 하천수를 이용해 집단 못자리를 설치하고 집단못자리를 설치하지 못할 경우 어린묘(10일묘)를 시행할 것과 모내기 전 사전 논물 가두기로 용수를 미리 확보할 것 등을 안내문을 통해 농민들에게 당부했다.
또한 지난해 보청저수지 말단인 삼승면 탄금리에 관정 1공을 개발하고 올해도 탄부상장, 마로세중, 보은풍취, 보은학림지구의 관정개발을 위한 예산지원을 요청해놓았다.
또 재해대책용으로 대형 수중모터 2대와 송수 호스를 구입하고 마로 오천 양수장 등 양수장과 배수로, 보를 정비하고 상궁저수지 라버댐 설치, 노티 저수지 여수토 돋구기, 용·배수로 내 퇴적된 토사 준설 등의 사업을 추진해 저수율을 높이는 동시에 효율적인 용수공급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벼농사의 경우 물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논물 가두기를 실시해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충분히 수분을 함유할 수 있도록 농민들의 사전 대책도 요구된다.
◆강수량 떨어져 수원 급격히 감소
식수도 마찬가지여서 계곡수를 식수로 이용하는 마을마다 취수원 부족으로 제한급수하고 지하 암반관정을 이용해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마을도 지하수 감소로 물이 달리는 등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군내 소규모 수도시설은 마을 상수도는 62개소, 소규모 급수시설은 129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중 계곡수를 이용하고 있는 곳이 32개소, 용천수를 이용하고 있는 곳도 6개소나 된다.
따라서 강수량이 먹는 물을 확보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은 최근 강수량이 전국 평균 강수량에 비해 46%에 불과 하는 등 가뭄현상으로 인해 8개 마을에 3억여원을 들여 관정을 개발했으며, 이외 13개 마을에는 1회 추경 등 7억2천여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관정을 추가 개발하거나 관로를 개량하는 등의 사업으로 안정적인 용수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상수도 누수량 연간 50만톤
그나마 상수도가 보급되고 있는 보은을 비롯해 속리산면 사내리, 삼승면 원남리, 내북면 창리지구는 아직까지 물 부족 현상없이 원활하게 공급하고 있어 다행인 셈이다.
상수도별 취수는 보은읍의 경우 보청천에서 복류수를 취수, 1일 6천톤을 생산하고 사내지구의 경우 사내 소류지에서 취수해 1일 3천톤을 생산하고, 원남지구는 오덕천에서 취수해 1일 600톤을 생산하고, 내북지구는 암반관정에 의한 지하수를 1일 1천500톤 생산하고 있다.
보은군이 이같이 상수를 생산하고 있지만 상당량이 누수, 사실상 경제적인 손실을 보고 있다.
4개의 정수장을 가동해 총 2천560여톤을 생산하지만, 이중 연간 50만여톤은 누수돼 그냥 지하에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상수도 공급 면에서 아직 수원 부족 지역이 없어 물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심각성이 체감되지 않지만, 강수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가뭄이 계속 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너무 아까운 자원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누수가 되는 원인은 상수도관의 노후화에 기인하고 있어 보은군은 매년 노후관 교체사업을 통해 누수율을 줄이고 있다.
1993년부터 지속적으로 노후관을 교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총 66.6㎞를 교체했으며, 올해는 하수관거 정비 사업과 병행해 11억7천여만원을 들여 보은읍 일원의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고 있다. 올해 사업량만 7㎞에 달한다.
이와함께 보은읍과 삼승면 급수구역을 중심으로 12㎞에 대한 누수를 탐사 중이다.
누수율은 예산과 비례해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누수율이 감소하지만 노후된 배수관을 교체하는데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땅속 1.5∼2m에 묻혀있는 배수관을 교체하기 위해 도로굴착 및 포장작업 등의 작업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의식 없는 것 더 큰 문제
이같이 돈을 들여 생산한 수돗물이 누수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수돗물이 먹는 물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생활용수 취급을 받으면서 물을 물 쓰듯이 허비하는 주민들의 의식이 더 큰 문제다.
지금 당장 보청천에 물이 흐르고 단수 조치나 제한급수를 하지 않았다 뿐,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르는데 주민들은 먹는 물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
비싼 값을 치르면서 먹는물에 적합한 수질상태로 수돗물을 공급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생수로 음용하기 보다는 세탁을 하거나 설거지, 화초에 물을 주는 등 그야말로 생활용수로만 사용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정수를 한 수돗물에 대해서는 불신을 하고 오히려 먹는 물은 자영고 뒷산 등 지표수를 이용한 약수터나 시중에서 지하 암반관정을 굴착해 생산한 지하수를 신뢰하는 꼴이다.
이같은 불신으로 인해 수돗물은 그야말로 ‘물쓰듯’ 함으로써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생산한 수돗물을 그대로 낭비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요금은 도내에서도 가장 저렴하다. 실제 가정용, 업무용, 욕탕 등 종류를 통합해 산정한 평균 단가를 보면 보은군은 ㎥당 544.6원이다. 이같은 가격은 도내에서도 저렴한 영동군 586.6원, 청주시 593.5원, 충주시 646.3원 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청원군은 925.2원, 증평군의 879.8원, 옥천군의 878.7원인 것에 비해보면 ㎥당 340원 이상 싸다.
아마도 주민들이 물을 ‘물쓰듯’ 하는데는 가격이 저렴한 것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칫솔질을 할 때 컵을 이용해 가글하는 것이 아니라 의례적으로 수돗물을 틀어놓고 있고 목욕탕에서도 절수기를 달아 물의 낭비요인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4천원만 내고 들어가면 그 안에서는 물을 얼마나 쓰던지 내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낭비행위가 존재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수돗물의 가치가 떨어졌다면 잘못된 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취수 및 정수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행정당국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 정수를 위해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시중 음료를 구입해 먹는 물로 공급하고 그야말로 수돗물은 생활용수로 공급하는 행정의 변화도 검토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