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군의회를 ‘의정사무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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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군의회를 ‘의정사무감사’하다
  • 류영우 기자
  • 승인 2008.12.1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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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신문모니터단 … 형식적 질문에 형식적 답변만, 효율성 결여된 행정사무감사 지적

보은군의회(의장 심광홍) 방청석이 모처럼 가득 채워졌다.
‘의원들을 직접 뽑은 주민들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그들의 의정활동을 보고 의원들과 소통을 하겠다’며 ‘보은신문 의정 모니터단’이 보은군의회를 찾았다. 신바람해피통신 기자단을 비롯해 실천하는 주민의 힘 ‘흙사랑(옛 글꼬학교)’ 회원 등 20여명의 주민들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된 보은군의회 행정사무감사 과정을 참관한 후 10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토론은 송진선 본사 편집국장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편집자 주

▲ ‘의원들을 직접 뽑은 주민들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그들의 의정활동을 보고 의원들과 소통하겠다’며 보은신문 의정모니터단이 보은군의회 행정사무감사 현장을 찾았다.
◆효율성 있는 대안제시 부족
먼저, 모니터단은 효율성 있는 대안제시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내 놓았다.
문제의 핵심을 짚지 않아 질문을 위한 질문, 답변을 위한 답변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로면 김광수 회원은 “질문에는 근거가 제시돼 답변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이런 근거제시기 부족해 잘못했다라든지 사과로 마무리 되는 것을 보았다”라며 “이래서는 제대로 된 행정사무감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탄부면의 김옥순 회원은 보건진료소의 운영과 지도·점검과 관련, 효율성 있는 대안제시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 회원은 “시설을 제대로 갖추는 일보다 우선인 것이 주민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우선되어야 한다”라며 “문제가 된 진료소를 이용하나, 다른 진료소를 이용하나 어차피 기본요금으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산외면 조성철 회원도 “시설이 잘 갖춰진 장안진료소처럼 집만 잘 짓고 시설을 관리하라고 추궁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페인트를 칠하고, 기자재를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여건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후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고압적 자세
의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도 문제로 지적됐다.
마로면 김광수 회원은 “전체적으로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가 고자세이며 위압적으로 비춰졌다”라며 “누구나 잘못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추궁해서 자기 위신만을 내 세우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나를 낮추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회원은 또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본 의원들은 꼬투리를 잡기 위해 1년을 기다려온 모습과 흡사했다”라며 “이런 고압적인 자세는 충분한 답변을 들을 수 없도록 했고, 잘못에 대한 시정 등 추후 조치도 이루어질 수 없도록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산외면 조성철 회원은 “인근 사례에 대해 연구하고, 주민들의 의견 수렴 후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했다면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처럼 질문자나 답변자나 얻은 것 업는 사례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책임만을 추궁하는 초보적인 질의로는 제대로 된 응답을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낭비된 예산 ‘누가 책임지나’
낭비된 예산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내북면 이병탁 회원은 “문화관광과 업무 중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예산낭비로 지적된 금액은 모두 21억원에 달한다”라며 “이 금액을 11개 읍면에 1억원씩만 지원해 준다고 해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의미 있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담당실과에서는 잘못만을 인정했을 뿐 책임추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예산낭비와 함께 행정공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병탁 회원은 “대추축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메뚜기 잡기에 나선 공무원들의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예산낭비와 행정공백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를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주민소환제 등 강력한 조치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것도 소중하다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작은 것을 경시하는 의원들의 자세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은읍 박정예 회원은 “다목적 광장 및 쉼터 조성사업과 관련, 초등학생 두 명과 유치원생 두 명 등 4명을 위해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것이 크게 보면 낭비일 수 있지만 작은 것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라며 “또한 마을 이장이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출향인들이 고향을 찾을 때 손자, 손녀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그 마을의 의사도 존중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원은 또 “작다고 깔보는 것도, 이용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은 잘못이며, 그 마을에 사는 4명의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있어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하는 것이 옳다”라며 “작은 것도 소중하다. 큰 것만을 밀어주면 결국 작은 것들은 살수가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지역상품권 발행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 의원들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보은읍 강복남 회원은 “지역상품권 개발은 우리고장 경제 활성화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며 “군에서는 주민들을 위해 공무원들이 희생하겠다고 말하는데, 주민의 대표인 의원은 공무원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강 회원은 또 “지역상품권은 의원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강제가 아니며, 공무원들에게는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고, 지역에서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 생각한다”라며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의원들의 의견보다 군의 입장이 옳다”라고 말했다.

◆농민들의 삶은 관심 밖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고장이지만 농민들의 힘든 삶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한면 임재선 회원은 “개별주택가격을 통해 세금을 매길 경우 스레트지붕보다는 함석지붕으로 된 집에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등 농민들에게는 매정한 잣대를 내세워 세금을 거둬 들이고 있고, 비료값이나 농자재 가격이 인상돼 농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의원들은 이런 농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농민을 위한 질문은 단 하나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임 회원은 “현재 개 사료 40kg 한 포대가 8만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쌀 40kg 한 포대 가격 또한 8만원이다. 젖소 송아지 한 마리 가격도 현재 3만원에 불과하지만 그나마도 사가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라며 “이렇게 농촌과 농민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농촌에서 뽑은 의원들은 농민들을 위해 고민한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분들은 농촌과 농민들을 잊었다”라고 말했다.

◆예산낭비사례 지적, 우수 질문에 선정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박범출 의원이 질문한 문화관광과 예산낭비사례 지적은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가장 우수했던 질문으로 선정됐다.

내북면 이병탁 회원은 “도 단위 체육대회 행사에 전국 단위의 행사비를 지원하고, 한 사회단체의 단합대회에 3천만원의 행사비를 지원하는 등 지원예산을 집행하는데 있어 정해진 규정을 어기고 불합리하게 집행해 예산낭비를 지적한데 이어 잘못 집행된 예산을 소외된 이웃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주장해 잘 된 질문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 신바람해피통신 기자단을 비롯해 실천하는 주민의 힘 ‘흙사랑’ 회원 등 20여명의 주민들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된 보은군의회 행정사무감사 과정을 참관한 뒤 흙사랑 회의실에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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