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다’ 내가 겪어 온 학창시절동안 들어온 평이다.
나는 내가 대담하다고 생각했다.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나의 그런 생각은 한 방에 무너졌다. 그렇게 커다란 일은 아니었지만 모든 이들이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터에 나의 상처는 두배, 세배가 되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시험인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시험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쓸모없는 자만심 때문에 큰 코를 다친 것이었다. 어리석었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그것 보다 더 속상했던 것은 알게 모르게 나의 뒤에서 오고가는 오지랖 넓은 친구들의 걱정 어린 말들과 여러 사람들이 위로랍시고 하는 말들이었다. 남들에겐 그저 한 번 망친 시험으로 끝날 수도 있던 문제가 나에겐 인생의 전환점이라도 된것처럼 크게 다가왔다. 나는 점점 소심해졌다. 언제나 밝은 모습이 자랑이었고, 쉽게 웃고 떠들던 내가 수업시간에도, 가족내에서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집에 가도 방에서 공부만 했다.
그러다 기말고사가 다가왔다. 다시 상승세를 탄 나의 성적이지만 성격은 다시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어느 날, 아마 여름 방학때 일 것이다. 엄마가 지리산에 가자고 했다. 3박4일을 예정으로 엄마와 나는 산행에 나섰다. 오르는 내내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두런 두런 엄마와 평소에 못다한 이야기도 했다. 첫째날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우리는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아름다운 일몰을 보았다. 다음날 새벽에 엄마가 나를 깨웠다. 해가 뜨지 않아 아직 깜깜했다. 엄마는 나를 계속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영문도 모르던 나는 투덜거리기만 했다. 그러나 그러던 것도 잠시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일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장관에 나는 넋을 잃었다.
“인생엔 산과 같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언제나 다시 찬란한 태양이 떠오른단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의 떠오른다……. 나는 소리없이 눈물만 흘렸다. 나의 뒤에서 나를 지켜주고, 상처를 보듬어 주려하는 엄마를 잊고 너무 혼자서 좌절하고 혼자서 힘들어 했다니….
오늘 아름다운 태양이 아름답게 졌듯이 내일은 더 아름다운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산길을 밟는 발걸음이 가벼워 졌다. 세상이 반짝였다. 태양이 날아올라 내 가슴속에 뜨겁게 타올랐다.
앞으로 더 밝은 내일을 위해 내일의 희망찬 태양의 비상을 위해 나는 오늘도 오늘을 아름다운 일몰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