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대신 환경 택해 주민 삶의 질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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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대신 환경 택해 주민 삶의 질 향상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9.05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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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만들기, 성공전략 ⑤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 - 제주도 예래마을
▲ 예래동 대표 하천인 대왕수천 정비사업 전경이다. 최대한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는 상태로 공사를 하고 있다.
▲ 용천수를 모아 놓은 곳으로 주민들이 이곳에서 씻기도 하고 빨래도 한다. 마을에서는 오염되지 않은 용천수를 식수로 사용할 정도로 예래마을의 감로수와 같다.

글싣는 순서

 1. 마을만들기, 주민 주도형이어야 성공

 2. 동네가 숨을 쉬고 있다-전북 진안군

 3.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경기도 양평 신론리

 4.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제주도 저지마을

 5.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제주 예래마을

 6. 지역인재가 마을 개발 주도-경북 군위 한밤마을

 7. 마을 만들기 유래지 일본에서 배운다-일본 유후인

 8. 살고싶은 마을만들기 위한 토론회

정부가 농촌 재생을 위해 각종 농촌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사업이겠구나 하는 것을 알 정도로 용어들도 익숙해졌는데 산촌마을 만들기, 녹색농촌 테마공원 조성 사업,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농촌 종합개발사업, 농촌테마공원조성 사업 등이 그것이다. 사업내용 및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부처만 다를 뿐 사업 내용은 거기에서 거기다. 이렇게 이름만 다른 체험, 관광마을 조성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마을만 해도 전국적으로 650개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지역 만해도 이름만 다른 체험, 관광마을 조성 사업대상 마을이 7군데이다. 이중 1개의 권역으로 묶은 장안 서원권역을 개별마을로 풀어보면 전체 12개 마을이나 된다. 그렇다면 이들 마을의 특성은 무엇이고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번 호부터 우리지역의 마을만들기 실제와 함께 내 지역을 내가 가꾼다며 주민 주도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선진 마을을 탐방해 우리지역의 마을만들기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예래마을은 사귀포시에 위치해 있는 도시로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와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인 중문관광단지와 연접해 있는 예래마을을 독자 여러분들이 어떻게 그릴지 궁금하다. 아마도 중문 관광단지 아류의 모습을 연상하지 않을까.

하지만 예래마을은 도시이지만 3층 이상의 건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제주도에서 흔히 찾을 수 없는 한적한 어촌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콘크리트로 포장은 했지만 비좁고 구불구불한 마을길, 시멘트 블록이나 벽돌 대신 현무암으로 쌓은 낮은 키의 돌담,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을 갖추고 있다.

육지 사람들이 근교농업을 하는 지역처럼 주민 80%이상이 감귤농사 등 농업에 종사하면서 민박, 식당, 농산물직판장을 경영하고 있다.

마을을 흐르는 10여개의 하천이 있고 용천수가 흐르며 18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앞 바다에는 120여정의 어패류가 살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2002년에 전국 최초로 반딧불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됐을 만큼 풍부한 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어떻게 대형 관광단지를 사이에 두고 제주도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까.

개발 대신 환경을 택한 주민들의 각고의 노력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환경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2002년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로부터 각각 녹색농촌체험마을, 관광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됐고 2003년에는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 우수마을로도 지정된 예래마을을 찾아 개발 지상주의를 거부한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소개한다.
 
◆ 자연환경 살리자 주민노력 각고

예래마을은 예래동으로 색달, 하예, 상예, 운암 등 5개 마을을 통칭하는 행정마을이다. 전체 1천560가구 3천6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1998년경 하수종말처리장 건립문제에서 비롯됐다. 당시 서귀포시에서 하수종말처리장을 예래천 하구 앞 바다를 50m정도 메워서 건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동쪽으로 중문관광단지 해안까지 1㎞에 걸쳐 30m 높이의 주상절리대가 있고 서쪽으로는 삼별초 항쟁 이후 축조된 해안가 성곽인 환해장성이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 지역성과 역사성이 풍부한 곳인데 이곳에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하다니.

이러다간 마을이 폐수로 인해 폐허가 될 수도 있다는 심각성을 깨달은 주민들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예래환경연구회를 결성해 중문단지 진입도로를 점거하는 등 과격하게 반대운동을 펼쳤다.

당시 경찰에서는 시위주민 해산을 위해 제주도에서는 처음으로 최루탄을 쏠 정도였다. 당시 시위에 앞장선 5명이 징역형을 받았다.

이렇게 예래마을 주민들의 반대의사가 확실하자 행정기관에서 한 발 물러나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주민들도 무조건 안된다는 것에서 한 발 양보,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하되 당초의 부지가 아닌 해안가에서 뭍으로 500m정도 올라와서 건설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하수종말처리장 설치 반대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보호에 눈을 뜬 주민들은 지역을 개발해 각종 시설물이 들어와야 마을의 장래가 밝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을의 자연 및 인문환경을 지켜야 마을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예래 생태마을위원회 조직

결국 주민들은 환경운동을 대안운동으로 가꿔나가는데 합의하고 예래생태마을위원회를 만들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 운영하고 있는 마을위원회로는 제주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마을의 환경 보존에 앞장서고 있는 위원회에서는 하수종말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장 운영실태를 점검하는 등의 환경 감시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으며 폐비닐 수거와 같은 자연환경 보호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예래동 유혁종(55) 동장은 제주도에서도 흔치 않게 바다와 습지, 산(군산 오름)이 모두 있는 예래마을은 주민들의 환경 지킴이 활동으로 인해 마을 중심부를 흐르는 대왕수천에는 미꾸라지, 송사리, 은어, 참게가 살고 있고 반딧불이도 사는 그야말로 자연환경의 보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 각종 사업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체험관과 산책로, 용천수를 주민과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 트레킹 코스 개발, 야영장, 편의시설 확충, 과거 주민들이 미나리꽝으로 이용했던 곳을 습지로 복원하는 등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추진 중인 30억원 규모의 대왕수천 정비사업도 2005년도에 시행한 것이지만 올해만 해도 3차례나 설계를 변경했을 정도다.

예래 생태마을위원회에서는 미나리꽝 때문에 정비하는 것인데 산책로와 체험관만 조성하고 옛날 있던 그대로 두자는 쪽이다.

그동안 서귀포시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주민 설명회를 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하천의 난간 하나까지 환경적인 입장에서 보고 친환경적이 아닌 시설물은 설치하지 못하게 하고 물 흐름을 낮춰라, 어도를 설치하라, 미꾸라지를 볼 수 있게 하라 등 주문이 쏟아 놓고 있다.

유 동장은 “공무원과 시공업자가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지만 사실은 바람직한 현상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대왕수천 정비사업을 통해 중문관광단지 방문 관광객들을 예래마을로 유입시켜 민박을 이용케 하고 예래마을 관광시설을 이용케 하는 등 관광수입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농사 체험사업 호응

예래마을은 개발이 아닌 환경을 선택하는 바람에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마을이고 녹색농촌 체험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관광어촌체험마을, 자연생태 우수마을이어서 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많다.

외지에서는 주민 참여형 마을만들기 사업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도시민들은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보기 위해 찾는다.

예래마을에서는 계절별로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감귤따기, 고구마 수확, 문화유적 답사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도시민들의 호응이 높다.

겨울에는 위원회에서 임대한 1천500여평의 감귤농장에서 감귤 따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가을에는 고구마 캐서 구워먹기, 봄에는 문화유적 답사 기행을 시도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마을의 모습을 도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예래 생태마을 방문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정미정(38, 하예동)간사는 “오름도 있고 해안선을 따라 문화유적이 잘 보존돼 있고 올레도 보존돼 있다”며 “마을의 대표적인 오름인 군산에 오르면 멀리 한라산도 보고 바다도 볼 수 있는 등 아름다운 삼남 지역을 거의 조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할 수 있고 논짓물이라고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과 용천수를 가둬놓은 담수욕장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는 등 예래동은 제주도 자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 중문관광단지 관광객 흡수가 숙제

도시형 농촌으로 주민들이 농사도 짓지만 농사에 연연하지 않고 중문단지에 취업에 청소를 하는 등 주민 대부분이 놀지 않고 일을 해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중문관광단지라는 제주도 최대 관광지를 기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 관광객을 각종 체험마을 만들기 사업이 투입된 예래마을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원인을 단지와 직통으로 연결하는 도로가 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마을 앞 쪽, 중문관광단지 주변에는 말레이시아와 합작 법인에서 전체 부지 72만7천여㎡(22만평)에 4천400억원을 투입해 호텔+카지노+골프장+병원+주거단지까지 갖춘 복합 휴양단지를 시공 중에 있는데 이 사업이 완공되면 거주인구 및 유동인구가 현재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흡수해야 한다는데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광단지 마을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도로 개설을 촉구하고 있다.

어쨌든 휴양단지 이용자들은 소득이 높은 부류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예래마을에서 소비를 하게 해 지역간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

지역주민들은 개발을 쫓다보면 지역의 특성이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개발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제주도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보존하고 있어 도시민들에게 각광받는 지역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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