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 경기도 양평 신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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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 경기도 양평 신론리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8.2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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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0대 조부모가 사는 외갓집 체험마을로 서다

 

 

글싣는 순서

 1. 마을만들기, 주민 주도형이어야 성공

 2. 동네가 숨을 쉬고 있다-전북 진안군

 3.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경기도 양평 신론리

 4.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제주도 저지마을

 5.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제주 예래마을

 6. 지역인재가 마을 개발 주도-경북 군위 한밤마을

 7. 마을 만들기 유래지 일본에서 배운다-일본 유후인

 8. 살고싶은 마을만들기 위한 토론회

 정부가 농촌 재생을 위해 각종 농촌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사업이겠구나 하는 것을 알 정도로 용어들도 익숙해졌는데 산촌마을 만들기, 녹색농촌 테마공원 조성 사업,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농촌 종합개발사업, 농촌테마공원조성 사업 등이 그것이다. 사업내용 및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부처만 다를 뿐 사업 내용은 거기에서 거기다. 이렇게 이름만 다른 체험, 관광마을 조성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마을만 해도 전국적으로 650개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지역 만해도 이름만 다른 체험, 관광마을 조성 사업대상 마을이 7군데이다. 이중 1개의 권역으로 묶은 장안 서원권역을 개별마을로 풀어보면 전체 12개 마을이나 된다. 그렇다면 이들 마을의 특성은 무엇이고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번 호부터 우리지역의 마을만들기 실제와 함께 내 지역을 내가 가꾼다며 주민 주도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선진 마을을 탐방해 우리지역의 마을만들기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어르신들이 뗏목으로 만든 배를 아이들이 타며 즐겁게 뱃놀이를 하고 있다. 이 배는 엄마가 뒤에서 밀고 조정을 했지만 또다른 배는 아빠가 아이를 태우고 노를 저으며 유유자적하게 뱃놀이를 하기도 했다.
▲ 할아버지가 하천에서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퍼올려서 만든 물미끄럼틀이다. 수영장 물미끄럼틀 같지는 않지만 아이들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물이 부족해 생각만큼 빨리 내려가지 않는지 아이들이 빨리 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여름방학이 되면 도시 아이들이 가장 희망하는 것이 외갓집을 찾는 일이다.

외손자를 끔찍하게 사랑해주는 외할머니도 계시고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며 하루 종일 놀아도 뭐라고 할 사람 없고 밤이면 모깃불을 피워놓고 식구들 모두 둘러앉아 옥수수를 한 줄 한 줄 따서 먹으며 하모니카를 불고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자던, 그야말로 외갓집은 별천지였다.

똑같은 시골이라도 왜 외갓집이 친가보다 더 정겹고 더 애틋하고 더 가고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그런 정서를 파고들어 도시민들에게 외갓집 정서를 느끼게 해주고 있는 곳. 외갓집이란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신론리를 소개한다.
 
신론리는 그야말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마을만들기 사업이 투입된 곳이다.

산촌 종합개발사업(2003년), 양평군 지정 에코 닥터스(2003년), 정보화 마을, 녹색농촌 체험마을, 농협 지정 팜스테이 마을로도 지정돼 있다.

처음 지정했던 사업의 성과가 높으니까 양평군에서도 신론리를 선택해 집중 투자, 마을의 활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에 널리 소문도 나 있는 신론리를 다녀간 방문객이 지난해 1만7천여명에 달했고 숙박요금, 식당 운영, 체험프로그램 참여비 등 체험사업으로만 연 4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엄청난 규모다. 올해는 2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연간 매출도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매출을 올리지만 체험사업에 재투자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참여농가마다 돌아가는 수입은 크지 않았다. 아마도 내년부터는 가구당 배당 소득이 상당 수준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의 경우 5만원의 일당을 받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도 주민들은 “늙은이들만 살고 우리가 죽으면 마을이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체험마을 사업으로 젊은이들도 많이 찾아오니까 마을이 살아있는 것 같고 또 우리가 버는 수입이 농사를 짓는 것보다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체험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고있다.

현재 40가구 중 26개 농가, 34명의 주민이 직접 체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각종 체험놀이로 마을 북적

기자가 신론리를 방문했을 때는 더위가 한창이었던 복중으로 여름 피서를 즐기려는 도시민들이 몰려들어 마을은 매우 소란스러웠을 정도다.

팔당댐 최상류로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하천에서는 도시민들이 뗏목으로 만든 배의 노를 저으며 놀고 있고 한쪽에서는 반도(족대)를 펼쳐 물고기를 잡고있고, 아이들은 헤엄을 치는 등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더위를 쫓는 각종 놀이에 푹 빠져 있는 광경이었다.

논갈이, 밭갈이에 쓰는 트랙터는 좌석버스로 바뀌어 외지인들에게 마을 주변을 구경시키는 모습이 매우 이채로웠다.

이 뿐만이 아니라 원두막 같은 넓은 정자에는 물놀이를 하다 지친 아이들과 어른들이 찐 옥수수를 먹고, 감자를 갈아서 만든 부침을 먹고 직접 떡 매질을 해서 만든 인절미를 맛있게 먹는 등 군침이 도는 먹거리를 즐겼다.

체험 사업 사무실에는 언제 방 예약을 할 수 있는지, 다음 주에 가려고 하는데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 문의를 하는 전화벨 소리가 그칠 줄 모른다.

예약 현황판을 보니 이미 하루도 공치는 날이 없을 정도로 예약이 꽉 찼을 정도로 만원사태였다.

그나마 주말예약자는 있지만 평소에는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한 우리지역과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신론리는 행정구역은 경기도였지만 강원도 홍천IC로 빠져나와 지방도를 거쳐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겨우 찾아온 것 마을이어서 뭐 별게 있겠는가 싶었는데 기대이상이었다.

산골 작은 마을에다 노인들만 많이 살아 생기가 없는 그런 마을이 아니라 살아 꿈틀대는 마을의 모습으로 각인됐다.

신론리는 마을의 옛 지명인 '고론'을 사용해 고론 영농조합법인을 조직해 체험마을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양봉호(59) 대표이사는 외갓집이라는 브랜드는 당초 이벤트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작명한 것인데 외갓집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인지 신론리 외갓집 체험 마을 만들기 사업이 크게 활성화 되고있다고 말했다.

◆ 6, 70대 할아버지도 참여

신론리 외갓집 체험마을의 원칙은 조를 편성해 순서대로 참여하면서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

60세 이상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75세가 참여농가의 최 고령자인데 할머니들은 식사당번, 청소당번을 하고 할아버지들은 교통정리, 숯불 피우기, 물 미끄럼 틀 만들기, 냇가에서 잡은 물고기 회 떠주기, 뗏목 만들기 등 각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참여한다.

이렇게 해서 받는 돈이 일일 5만원, 회 떠주기 등 고도의 능력(기술)을 요하는 파트에 참여한 주민의 일당은 더 세다.

할머니들은 동네에 일자리가 있어 좋고 또 음식을 하고 남은 것은 집에 가지고 가서 먹으니 별도로 집에서 음식을 할 걱정까지 없어졌다.

주민들은 과거에는 농사를 지어도 1년 소득이 250만원에서 300만원에 불과해 도시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단돈 10만원이라도 매달 보태줬지만 지금은 주머니가 두둑해져 오히려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정도로 넉넉해졌다고 흐뭇해했다.

발전기로 냇물을 끌어올려 물 미끄럼틀로 흐르게 하는 작업을 담당한 이재남(71) 어르신은 “논농사 2천평을 경작하는데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나면 연간 150만원 정도 건지는 게 고작”이라며 “체험사업에 참여하면서는 일당 5만원을 받는데 10일 일하면 50만원을 버니 생활하는데 구애를 받지 않는다”며 흡족해 했다.

민경채(67) 어르신도 논 3천평을 경작하면 자식들에게 먹을 양식 부쳐주고 쌀 안 사먹는다는 것뿐이지 사실 남는 게 없는데 체험사업에는 한달 중 10일만 출근해도 50만원을 버니까 우리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일거리가 생긴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 주민이 마을유지의 근간

고론 영농조합법인의 양봉호 대표이사는 체험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나이가 많은 현재의 주민들에게 고마워 하고 있다.

나이를 먹은 어르신들이 있어서 마을에 그래도 정이 있다는 것.

그러면서 양 대표이사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는 시골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체험사업의 주목적이라면서 농민들의 소득향상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덧붙이며 농촌의 미래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정이 없으면 농촌이 아니다.

60년대 농촌은 따듯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었고 지금 고령의 주민들에게 그런 정이 살아있다. 6, 70대 고령의 주민들이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원 농민들이 돌아가시면 농촌에 그 후계들이 없다.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우겠나.

교육, 문화, 소득 등 도시민들이 이주해서 살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지면 돌아오겠지만 도시보다 훨씬 뒤지기 때문에 원주민들의 자녀들은 농촌으로 안 들어온다. 현재 주민들은 가구당 경지면적이 1㏊도 안 되는데 어떤 작물을 재배해서 소득을 얻겠는가. 자식들이 도시에 살더라도 잘 되면 그의 아버지가 농사를 지었던 땅은 유지되지만 자식들의 경제력이 그렇지 못하다면 돈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판다. 그러면 십중팔구 도시민들이 구입하기가 십상이다.

도시민들은 그 땅을 경작 목적보다는 재산 불리기 차원에서 투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치를 하게 된다.

농촌의 폐허화가 가속화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령자이지만 현재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상징성은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론리 외갓집 체험마을은 농촌의 맛이 살아있으면서 시골 인심은 넉넉하고 좋다는 이미지를 깨지 않고 심어준다고 덧붙였다.

◆ 신 교육효과 얻는 계기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식당을 갖추고 있는 신론마을은 농사체험 프로그램 유지에 크게 비중을 두고 있다.

주민들이 농사를 지은 논과 밭 5천여평을 임대해 도시민들이 모내기에서부터 벼베기 체험 및 땅콩과 더덕 화분 만들어 가기, 옥수수 꺾기, 감자 캐기 등 봄부터 가을까지 영농체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옥수수를 직접 꺾어 껍질을 벗기고 쪄먹기, 감자를 캐고 씻고 껍질을 벗겨내고 강판에 갈아서 감자전 부쳐먹기, 또는 감자 쪄먹기, 집에서 기를 수 있도록 어린 더덕 묘를 화분에 식재하기 등 도시민들을 영농과정에 참여시켜 성취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체험사업은 편식이 심한 아이들에게 음식교육 효과까지 나타난다.

햄버거, 피자에 익숙하고 멀리하던 김치도, 콩나물, 당근을 넣은 반찬 등 평소에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것을 아이들은 살붙이처럼 정 있게 대하는 할머니(외할머니), 아주머니(이모)가 만들어준 요리라며 꿀맛으로 알고 먹을 정도다.

음식교육을 더해 농업에 대한 소중함까지 익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협동심을 걸러주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뗏목놀이는 여러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전진하고 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조정을 해 원하는 방향으로 뗏목이 움직이도록 하게 한다.

체험프르그램 참여자들은 하루 해가 짧을 정도다.

이같이 당일로는 모자란 방문객들은 다음에 재 방문으로 이어지는데 그 때는 1박2일 또는 2박3일 계획으로 방문하는 등 단골 고객이 되고 있다.

이같이 체험사업에 참여해 가정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신론리는 외부의 요인이 아닌 마을의 리더를 포함한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 우리도 테마를 잡는다면

현재 녹색농촌 체험마을, 산촌테마마을, 아름마을 등 각종 체험마을만들기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은 매력적인 요소가 없어 도시민들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지역의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지역도 청주와 대전은 물론 청원~보은~상주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점을 충분히 활용해 외갓집을 만들어준다는 전략을 세운다면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있으리라 본다.

농촌은 마음의 고향이며 웰빙시대 우리가 가꿔야할 자산이라는 점을 주목, 외갓집이 주는 '정'에 대한 가치를 만들어 내고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서 도시민들을 고객으로 유치한다면 지역공동체의 붕괴, 인구감소, 고령화 등 산적한 문제를 극복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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