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동네가 숨을 쉬고 있다 … 마을만들기 선진지 전북 진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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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동네가 숨을 쉬고 있다 … 마을만들기 선진지 전북 진안군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8.15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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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최초 상향식 으뜸마을로 부상

 

 

글싣는 순서

 1. 마을만들기, 주민 주도형이어야 성공

 2. 동네가 숨을 쉬고 있다-전북 진안군

 3.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경기도 양평 신론리

 4.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제주도 저지마을

 5. 마을 개발 주민이 주도-제주 예래마을

 6. 지역인재가 마을 개발 주도-경북 군위 한밤마을

 7. 마을 만들기 유래지 일본에서 배운다-일본 유후인

 8. 살고싶은 마을만들기 위한 토론회

 정부가 농촌 재생을 위해 각종 농촌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사업이겠구나 하는 것을 알 정도로 용어들도 익숙해졌는데 산촌마을 만들기, 녹색농촌 테마공원 조성 사업,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농촌 종합개발사업, 농촌테마공원조성 사업 등이 그것이다. 사업내용 및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부처만 다를 뿐 사업 내용은 거기에서 거기다. 이렇게 이름만 다른 체험, 관광마을 조성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마을만 해도 전국적으로 650개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지역 만해도 이름만 다른 체험, 관광마을 조성 사업대상 마을이 7군데이다. 이중 1개의 권역으로 묶은 장안 서원권역을 개별마을로 풀어보면 전체 12개 마을이나 된다. 그렇다면 이들 마을의 특성은 무엇이고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번 호부터 우리지역의 마을만들기 실제와 함께 내 지역을 내가 가꾼다며 주민 주도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선진 마을을 탐방해 우리지역의 마을만들기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와룡마을은 우라나라 마을 중에서는 유일하게 좋은 동네 천문대라는 별자리 관찰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는 행성을 관찰할 수 있는 천체 망원경 2대와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 1대 등이 설치돼 있다.

 
그동안의 각종 사업은 중앙정부가 기획하고 시·군이 집행하는 사업의 수혜자일 뿐 그 기획과정이나 집행과정에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민의 역량과 의식도 점차 약화되는 등 주민참여의 형식화와 역량의 약화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능동적, 적극적이기 보다 수동적, 소극적 무관심을 키워왔다.

참여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공모를 통해 새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개발계획까지 주민에 의해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같은 제도적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행정기관에서 밥을 지어 떠서 먹여주던 방식으로 사업을 집행하는 것에 익숙한 주민들에게 주민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발전시켜 실행에 옮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마을만들기 기획의 기초사례로 삼은 진안군은 180도 상반된다.

주민 스스로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앞날을 설계하고 필요한 요구를 반영한 지역계획을 수립한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운동차원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은군의 각 실과에서 담당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이같이 주민역량을 강화하는데 쏟기보다는 경제적 이익 창출에 급급해 우선 도시민들이 지역을 끌어들이는 그린투어리즘 만능주주에 빠져있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마을만들기의 모델이 되고 있는 진안군의 사례를 소개한다.

◆ 아래로부터의 개발

사람들에게 고향은 복잡하지 않고 시끄럽지 않고 휘황찬란하지 않은 조용하고 한적하고 느림의 미학이 있으며 정이 담겨있는 곳이다.

그래서 고향은 도시가 아니라 농촌이든 어촌이든, 산촌이든 시골마을이다.

진안군은 누구에게나 고향으로 남아있는 작은 마을들이 죽어가고 있는 시대 조류이지만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것은 개발논리에 매몰돼 있던 사람들이 뒤늦게 깨우친 진리다.

그동안 농촌은 나 죽기 전에 가고 싶은 고향 정도로 인식됐지만 나 고향에서 살고 싶다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는 진안군도 보은군보다 나을게 없는 곳이다.

인구는 3만명 남짓에다, 초고령 사회이며 재정자립도는 10%내외로 매우 취약하고 농림업 인구는 40% 대인 보은군보다 훨씬 높은 69%대이다.

이런 진안군이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행정의 밀어붙이기 식이 아닌 철저히 지역이, 주민이 중심이 되는 지역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외부자본에 의해 외견상 급속한 지역개발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이 다시 외부로 유출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대규모 농업에 대한 투융자 사업비가 자발성이 담보되지 않는 시혜성인 경우가 많아 오히려 부채누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안군은 시간이 더디더라도 교육과 훈련, 학습을 통해 지역이나 마을 내부에 핵심 그룹을 만들어 나가야 하고 끊임없이 이같은 과정을 거쳐 주민들의 역량이 총체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 마을만들기는 곧 주민 자치

진안군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2001년 태동해 2003년 조례가 제정되는 등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동안 자치라는 미명아래 1991년 기초의회가 탄생하고 1995년 처음으로 주민 직선 군수를 선출했으나 주민자치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여전히 군수 주도로 군정이 추진되고 모든 권력이 군수에게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는 그야말로 주민자치인 셈이다.

진안군이 추진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은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대별된다. 군청 조직내 마을만들기 팀을 꾸릴 정도다.

2001년 진안군 독자적으로 총 11개 마을을 대상으로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을 전개했다.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주민주도형 상향식 마을개발사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추진한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은 지역주민의 적극적 참여를 토대로 주체적 개발,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개발, 지역주민과 함께 행정이 함께 하는 개발, 마을단위의 중점 개발을 기본 방향으로 잡았다.

진안군이 이같이 방향을 잡은 것은 이전까지의 농업농촌 개발이 중앙집중식, 하향식 정책 추진이 초래한 실패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중심 축은 역시 주민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훈련이었다.

사업비를 우선 지원하기 보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 행정에서는 수시로 주민들을 찾아가 주민 좌담회와 대상지구 주민을 대상으로 순회 교육을 실시했다.

마을별 순회교육, 읍면별 특성을 고려한 권역별 교육, 마을 지도자 양성을 위한 리더 합숙훈련, 국내 선진지 견학, 일본 연수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교육과 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사업은 주민 총회를 거쳐 마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행정은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만 맡았다.

사업 완료 후에는 그 사업이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마을주민들이 자주 모여 토론하고 합의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과정을 중요시 해 작은 사업 하나라도 주민 합의를 통해 시행하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해 당장의 사업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진안군은 으뜸마을 사업(11개소) 이후 살기좋은 마을가꾸기(5개소), 녹색농촌 체험마을조성 사업(6개소), 살기좋은 지역만들기(3개소), 맛체험마을(1개소), 농촌전통메타마을(5개소), 산촌생태마을(6개소), 정보화 마을(2개소), 마을종합개발사업(1개소), 청정테마파크 사업 1개소 등이 추진 중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체험장, 민박집, 팜스테이, 농산물 판매장 등은 대부분 주민들의 머리에서 나왔는데 마을의 사례를 소개한다.

용담댐 건설로 이주한 12가구가 사는 용담면 와룡마을은 농촌에서 희망을 찾는 작은 산골마을로 진안군의 대표적 체험마을이다.

국유림을 임대해 장뇌삼을 심었고 농가 자율적으로 재배한 콩을 마을 기금으로 공동 수매한 뒤 청국장, 된장으로 만들어 팔고 고추장, 간장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산초기름과 들기름도 짜서 좋은 동네라는 브랜드로 판다.

민물고기 잡기, 산골 음식만들기, 붕어 짚불구이, 두부만들기, 약초·고구마 캐기, 약초가공, 간이 천문대를 설치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수익 증대에 한몫했다.

2006년 방문객이 800명에서 지난해 8천여명으로 늘었고 숙박비, 식비, 농산물 판매액 등으로 지난해 1억2천만원을 벌었다.

가구당 돌아가는 소득이 20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된다.

◆ 마을 단위 인재 지원

진안군은 위와같은 마을만들기의 성공을 지속적으로 담보해내기 위해 젊은 인재를 투입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마을내 사람의 부재, 인재의 부재를 겪는 농촌에서 인재를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생태 귀농인 등 농촌형 외부인재를 영입해 이들을 마을의 간사로 활동하게 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는 12명, 올해는 15명을 채용해 마을만들기 사업지구에 배치했다. 산림청 사업인 산촌 매니저 3명, 농림부 사업인 마을사무장 4명까지 합하면 22명이나 된다.

이들 간사는 전문성과 도농간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마을개발과 관련한 기존 사업을 활성화 하고 체험프로그램의 개발·운영, 마을 사무관리, 교육 및 컨설팅, 농산물 유통망 확충, 마을 소식지 발간 등 마을만들기 활성화와 관련한 업무를 추진케 했다.

귀농인 간사제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하는 도시민들에게는 농업, 농촌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농촌 마을에는 도시 경험을 마을에 접목해 마을 사업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만 2년이 다 된 지금 마을 간사의 약 70%가 독립해 마을에 정착했고 한 명은 전북 동부 고추연합 사업단 대표를 맡아 200억 규모의 정부 공모사업을 유치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또 일부는 귀농·귀촌 활성화 센터, 도농 교류 센터 등에 상근 간사를 맡아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 귀농1번지 프로젝트 시작

이같은 방향으로 운영한 간사제는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된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도시민을 유치 지원하는 사업으로 확대했는데 그 사업이 행정자치부 혁신 브랜드 공모사업에 선정된 귀농 1번지 진안 프로젝트다.

진안군이 귀농인을 유치하는 것은 단순한 인구 늘리기 차원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고 마을을 살리는 차원으로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원마을 조성 사업과 크게 다르다.

진안군이 이같은 차원으로 접근해 귀농인들의 조기 정착을 도왔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자부심까지 생겼다.

2007년 3월말 귀농인 조사 결과 229세대에서 12월말 조사에서는 282세대로 늘어났다. 이중 60%이상이 가족들이 모두 이사를 온 세대이고 40%는 아직 당사자 1인만 귀농한 형태이나 이들도 가족이 모두 귀농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

귀농인의 증가는 마을만들기에도 큰 발전을 불러왔다.

그동안 마을만들기 등 진안의 각종 사업이 사람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동안 축적된 경험이나 제도 등에 의해 사람(인재)이 아닌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게 만들었다.

◆ 공부하는 공무원 동아리 운영

이렇게 민간인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한 진안군은 공무원 역시 공무원 내부역량을 강화시켜 민관협력체제 구축의 촉진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것이 바로 공무원 학습동아리다. 지역발전에 있어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민단체나 그러면서도 진안군 공무원들도 행정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인정한다.

마을만들기 사업팀원이었던 곽동원 주사는 시민단체나 주민들이 10년을 걸쳐서 해낼 수 있는 일을 공무원이 올바른 마인드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1년이면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공무원 개개인이 가지는 역량을 강화시키고 이를 상호 네트워크 할 수 있다면 그 지역에는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진안군은 2003년 공무원 학습동아리를 조직해 그동안 의제를 선정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강사 초청 강의, 일본 자치현장 연수, 교양도서 읽고 발제, 토론하기 등 지역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주민들에게는 공무원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시켰다.

마을만들기는 마을이라는 공간 안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건축, 환경, 평생학습 등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담당공무원 만의 열정만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관련 부서간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진안군의 총체적인 마을만들기 성과가 마을축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진안군은 으뜸마을로 육성중인 20개 마을과 능길 산골체험학교, 진안군 한방약초 센터, 문예체육회관 등지에서 제 1회 진안군 마을 축제를 개최했다.

전국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마을만들기 전국 네트워크가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는 단순한 마을의 경제적 이익 도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귀농, 마을 문화 조사, 마을 숲, 전통 술, 전통놀이 등 작은 마을들로 이뤄진 진안 군민들이 화합하면서 희망을 키워가 시골살이의 참맛과 훈훈한 고향의 참 맛을 느끼게 해줬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진안의 각 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마을만들기 관계자들도 참여해 학습 교류의 시간이 됐으며 전국의 각 자치단체에서도 참여해 진안군의 사례를 참관하고 벤치마킹 하는 기회가 됐다.

마을만들기 분과가 주관한 학급 교류회를 통해 참가한 마을만들기 마을 리더 및 마을 활동가, 전문가, 공무원들이 마을만들기 추진 경험과 해결과제를 나누고 마을만들기 시작단계에 있는 마을 참가자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등 소통의 시간이 됐다.

특히 학습 교류회 분과가 주관한 행사 내용이 눈에 띄었다.

주제를 적어보면 마을만들기 매뉴얼 작성에서부터 귀농·귀촌, 마을 문화 조사, 마을 규약, 마을신문, 직거래 유통, 마을 숲, 전통 술(효소), 마을 축제(전통놀이), 의료생협(지역화폐), 마을 풍물, 마을 천문대, 산촌유학(대안학교), 평생학습, 사회적 기업, 다문화 가정, 아토피 프리, 마을만들기 지원 조례, 귀농·귀촌 정책, 마을건축, 경관관리, 흙건축, 마을에너지, 주민자치 등이다.

마을만들기를 통해 농촌 마을의 미래, 지속가능하고 새로운 희망세상을 만들어 가는 진안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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