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에서 찌든 때를 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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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에서 찌든 때를 씻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8.01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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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산사체험 어린이, 가족, 일반인들에게 인기
▲ 7월25일부터 27일까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산사체험에는 25가족이 참가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기며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속을 멀리한 산, 세속을 떠나있는 산 속리산으로 세파에 지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천년고찰 법주사(주지 노현스님)로 향한 그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천년의 향기를 맡았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산사체험이 끝난 후 7월25일부터 27일까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산사체험기간에는 전국적으로 게릴라성 장대비가 내려 경북 봉화에서는 사람도 떠내려가고 집도 떠내려가고 도로도 없어졌고 농작물도 사라지는 무서운 기간이었다.

그렇게 무서운 산 문밖 세상과는 달리 법주사는 안온한 기운마저 들 정도였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낭랑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언제 들었던 낙숫물 소리이던가 아득할 정도다.

25가족 70명의 산사체험 취재를 위해 몇 시간 머문 그곳에서 모처럼 미간에 주름을 펼 수 있는 짧은 시간을 보냈다.

새벽 3시기상, 저녁 9시 취침. 이 사이에 참선, 예불, 발우 공양, 스님 강의, 스님과 차담(茶談), 산행, 참회와 다짐의 시간, 가족에게 편지글쓰기, 새벽 숲길 명상…. 어느 한 과정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4, 5살 짜기 아이들도 있는데. 걱정이 됐다. 김치 한 조각과 숭늉으로 바리때(그릇)를 닦아 그 물마저 마셔야 하는데 과연 이를 행할 수 있을까.

아침잠이 많을 텐데 과연 3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 부스럭대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참선을 할 수 있을까, 스님의 말씀을 경청할 수 있을까. 전자오락, 컴퓨터로 하루의 상당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과연 무료한 산사에서의 일과를 보낼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이었다. 엄마, 아빠의 반가부좌를 바라보고 자신도 해보겠다고 낑낑댄다. 스님과 눈을 맞추며 주시한다. 금새 다리가 저리는 지 코에 연신 침을 바르는 모습이 귀엽다. 그래도 스님이 말씀에 귀를 기울이다가 고개를 끄떡거리다가 아예 강원 바닥에 다리를 뻗고 잠을 청한 후 이내 달콤한 꿈나라로 간다. 스님의 말씀이 자장가가 된 것이다.

황토염색을 하며 자연으로 돌아가고 염주를 꿰며 부처님이 돼보기도 하고 가족에게 편지를 쓰며 부모님 말씀 잘 듣겠다고 다짐하는 등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되고 참회를 하며 나를 바로 세우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되는 산사체험이었다. 그리고 새벽 3시면 기상하고 한 겨울에는 얼음을 깨고 세수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손님이 찾아와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즐거움, 참선하는 즐거움, 불경을 읽는 독서의 즐거움, 바람소리·새 소리·나뭇잎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여유 있게 산책하는 즐거움, 산책 후 깊은 계곡에서 샤워를 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도 속인들은 그 때 처음 알았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온 아들 송우현(중 2학년)군과 함께 온 송태영(50)씨는 “집에 있으면 학원 다니랴 과외수업 받을 텐데 공부는 책상에 있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고 자연공부도 하고 문화재도 직접 보면서 공부할 수 있으니 산 교육 아니냐”며 “발우공양은 처음 해보았는데 엄숙하고 까다로웠지만 가장 인상 깊은 체험이었고 쌀의 소중함과 농민들에게 고마움을 갖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송태영씨는 또한 IT문화에 절어있고 핸드폰이나 전자기기 없으면 못살 것 같지만 들어오면서 핸드폰도 끄고 텔레비전과도 멀리하는 시간을 보냈는데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참 좋았다고 덧붙였다.

가족 4명과 함께 산사체험을 한 김정수(47)씨는 점심 공양 후 바로 이어진 스님 강의가 단잠을 불러왔는데 졸면서도 다 들었다며 꿀맛이었다고 표현했다.

교무 강림스님은 “짧은 시간의 산사체험이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라며 “앞으로는 속인들이 충북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하며 물소리, 바람소리, 풍경소리를 들으며 세상을 잊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관을 별도로 건립해 수시로 일반 주민들이 산사체험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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