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개혁, 지역농협 희망의 시작 …⑥일본 하다노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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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개혁, 지역농협 희망의 시작 …⑥일본 하다노 농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7.25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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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농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기여가 중요
▲ 우리나라의 주간 보호센터와 같은 케어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어르신들이다. 하다노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서 고령의 어르신들은 간호사의 보호를 받으며 글쓰기, 셈, 만들기 등을 하고있다.
▲ 고령의 농민들은 지바산즈와 같은 매장은 이용하지는않지만 직판장에 농산물을 출하해 직접 판매하고 있다. 사진속의 주인공인 스즈키 회장은 직판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해 얻은 소득이연간 2천만원에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하게 농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글싣는 순서】
1. 농업협동조합 정체성을 찾아야
2. 지역농협 성공 전략 - 괴산군 불정농협
3. 지역농협 성공 전략 - 청원군 오창농협
4. 농협과 생협의 상생 - 충남 홍성 풀무생협 사례
5.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①
→6.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②
7. 지역농협 활로모색을 위한 토론회

지역농협에서 1년간 벌어들인 수익으로 조합원들이 원하는 환원사업은 커녕 직원들의 인건비 대기에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농협은 농민들에게 원망을 받기도 하지만 의지처이고, 희망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지역의 농협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고 조합원이 중심이 돼 지역농협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타 시·군,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지역 농협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하다노농협도 우리의 지역농협처럼 갖가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금융, 공제 업무 외에 지바산즈와 같은 농산물 유통, 유기질 퇴비 공급사업, 장례식장에다 우리의 노인 주간 요양 보호시설과 같은 노인 개호(介護, 케어)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크게 다른 것은 하다노농협이 전개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특히 농민 조합원들은 농협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자신이 농업을 유지함으로써 일본의 식량자급률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히 컸다.

농협에 대한 신뢰 및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대한 자부심을 하다노시에서 근교농업을 하는 미타케씨의 말을 빌리면 농협이 농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잘하면 농협도 잘되는 것이다.

또한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원과 조합이 함께 가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우리의 농민 조합원들도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에 이같이 신뢰를 보이고 있을까.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한국인들의 농협에 대한 불신을 하다노농협 기획관리부 미야나가 부장의 말로 옮기면 “쌀 문제로 한국민들은 농협을 상대로 싸우는데, 일본은 농협을 대상으로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농협과 농민이 일체가 돼서 나라(정부)를 대상으로 싸움을 한다”고 했다.

불신 해소방법을 하다노농협의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사업과 지역농업 발전계획, 경영공개에서 찾아본다.

◆교육사업으로 리더 조합원 양성

1947년 출발한 하다노농협도 초창기에는 조합원의 이익만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하다노농협은 지금 조합원의 지역역할, 지역에 대한 공헌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조합원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25년 전 300명을 기준으로 1인당 5만엔(50만원)씩 조합원 교육 특별적립금을 마련한 것이 현재 5억엔(5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교육자금을 확보해 경기에 관계없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조합원 리더양성 교육 등 조합원들에게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교육은 조합원들에게 출자금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기도 했다.

처음 1명의 조합원에게 10주(1주당 1천엔)씩 출자받기 운동을 전개했는데 당시 조합원들이 출자에 대한 배당을 받으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하다노농협은 주식회사의 출자는 배당을 받는 것이지만 농협에 출자하는 것은 배당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교육, 결국 조합원들의 주인의식도 고취시켰다.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5, 60명씩 리더양성 코스를 거치는데 올해까지 2천500명의 조합원이 조합을 이끌 수 있는 인력으로 육성됐다.

마츠시타 마사오 조합장은 “땅, 돈 등을 재산이라고 하지만, 교육을 받은 이들 조합원들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하다노농협의 무형의 자산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귀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경영공개는 당연한 것

조합원들이 출자해서 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에 조합원=농협이라는 의식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하다노농협 조합장 이하 직원들의 의식이다.

조합원들이 출자한 돈을 관리하고 사업을 전개한 직원들은 투명하게 운영을 공개해야 한다.

회계가 제대로 됐는지는 농협 자체감사뿐만 아니라 인증된 공인 회계법인을 통해 결산에 대한 확인을 받는 등 이중의 검증으로 투명성을 인정받는다.

또한 사업을 최종 의결하는 기구인 총회도 조합원의 직접 참여를 보장한다. 하다노농협이 총회 때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는 통상회의 자료는 A4 용지로 132페이지에 달했다.

총회 자료집에는 이사회 개최상황과 2007년도 사업보고, 2008년도 사업계획 뿐만 아니라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하다노농협의 지역농업진흥계획까지 담고 있다.

이같이 1년 간의 조합사업을 자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농협에 대한 신뢰를 더욱 공고하게 쌓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협들이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 총회에서 사업결산 및 다음해 사업예산에 대해 승인을 받듯이 일본의 농협들도 이 같은 의결기구가 운영된다.

일본의 농협은 조합원 전체가 의결권을 갖는 총회와 우리의 대의원 총회와 같은 총 대회가 있는데 하다노농협은 총회를 최고 의결기구로 채택하고 있다.

하다노농협은 해마다 통상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원들이 직접 회의에 참석해 조합의 한 해 운영실적을 보고 받고 각종 안건에 대한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총 조합원은 1만271명(정 조합원 3천62명, 준 조합원 7천209명) 이지만 보통 2천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하고 참석하지 않는 조합원은 서면으로 총회 안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하다노농협이 이같이 전 조합원들이 참석하는 총회를 최고 의결기구로 채택한 것에 대해 마츠시타 조합장은 “조합원 전원이 참석해서 조합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가능하다면 총 대회가 아닌 총회 체제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협 자체로 농업 진흥계획 추진

우리나라 농민 조합원들이 하나같이 주장하고 잘못돼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부분이 바로 농협이 경제사업에 주력하기 보다 돈 장사로 쉽게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일 게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방문한 하다노농협 또한 전체 수입 비중에서 금융 수입이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다노농협 기획관리부 총무부장인 미야나가씨는 “농산물 유통사업으로 농협이 유지가 안돼 금융사업의 비중을 80%로 유지하는 게 아니다”라며 “농업이 위축되지 않고 또 농업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말하자면 농산물 시장개척 등 농업 진흥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등 농협이 농업을 지키는 사업을 꾸준히 전개한다”고 말했다.

미야나가씨는 또 7개항의 협동조합 원칙 중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용' 조항이 있다며, 농협이 농민만을 위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공헌, 기여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다노농협의 지바산즈(地場産's)에서 학교 급식에 음식재료를 공급하는 것도 바로 지산지소(地産地消)에 대한 교육, 즉 먹는 것에 대한 교육과 함께 농사체험 등 먹거리 생산에 대해 학생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이다.

그러면서 개방화 시대에 농업이 처한 여건이 어렵지만, 농협을 조직화하는 것은 조합원이고 조합원이 농협을 만들어야 한다(일체감)며 조합원이 돼서 조합원 스스로 농협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도 농업 즐겨

고령 농업인들에 대한 배려로 이들도 소외의식을 갖지 않고 조합에 신뢰를 갖게 하고 있다.

농산물도 판매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다하라 공원은 70대 이상 고령의 농민들이 농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바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산물 직판장으로 지바산즈(地場産's) 보다 먼저 생긴 농산물 직매소는 하다노시에서 만들고 후에 농협에서 관여하고 있는데 직판사업에 참여하는 회원 60명 중 15%가 80세가 넘는다.

하다노농협의 안내로 방문한 직판장은 오전 9시에 직판장의 문을 열고 오후 4시30분이면 문을 닫는데, 생산량도 적은 고령의 회원들은 지바산즈(地場産's) 보다 이곳에서 직판하는데도 생계가 유지될 정도로 수입이 좋다.

스즈키 회장도 6천㎡를 경작해 연 2천만원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을 통한 판매는 고사하고 장날 중간상인들에게 헐값에 넘겨 6천㎡를 경작해 1천만원도 안 되는 소득을 올리는 게 고작인 우리나라 고령의 농업인들에 비해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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