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개혁, 지역농협 희망의 시작 …⑤카나카와현 하다노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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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개혁, 지역농협 희망의 시작 …⑤카나카와현 하다노 농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7.18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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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토불이를 모델로 한 지바산즈(地場産's)
▲ 아침 9시 개장과 때를 같이 해 지바산즈 매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소비자들이 농민들이 진열해놓은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글싣는 순서
1. 농업협동조합 정체성을 찾아야
2. 지역농협 성공 전략 - 괴산군 불정농협
3. 지역농협 성공 전략 - 청원군 오창농협
4. 농협과 생협의 상생 - 충남 홍성 풀무생협 사례
5.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①
6.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②
7. 지역농협 활로모색을 위한 토론회

지역농협에서 1년간 벌어들인 수익으로 조합원들이 원하는 환원사업은 커녕 직원들의 인건비 대기에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농협은 농민들에게 원망을 받기도 하지만 의지처이고, 희망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지역의 농협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고 조합원이 중심이 돼 지역농협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타 시·군,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지역 농협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지역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생산자와 소비자 의식 확고하게 자리잡아

우리나라의 농산물 유통은 대부분 대도시 소비지 매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농산물 시장을 공략해 판매망을 확보하는데 최우선을 두고 마케팅을 벌이고 서울을 뚫지 못하면 인근의 청주나 대전 시장을 공략한다.

농민들도 마찬가지이고 상당량의 농산물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농협도 유통의 1차 목표지를 대도시에 맞추고 있다.

서울 가락동 시장이나 농협 양재동물류센터를 뚫으면 대단한 발전으로 평가한다. 물론 서울 지역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유통상인에게 넘기는 형식이다.

서울에 판매하는 농산물은 농민들이 생산한 것 중 가장 좋은 품질을 자랑하는 것만 반입시킨다.

최고 품질이 아닌 것은 서울 아래 단계의 시장에 판매한다.

우리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우리지역에서 구입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는 게 우리의 유통망이다.

이렇게 농산물 판매망을 대도시 쪽에 맞춤으로써 유통비용이 더 크게 발생하는 데도 농민들은 그것을 감수한다.

그런데 우리가 농산물 유통의 정답인 것처럼 관행화 시킨 대도시 위주의 유통이 정답일까? 반문하면 꼭 그렇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농협 개혁 관련 기획취재의 마지막 차례로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일정으로 일본 카나카와현의 하다노시의 하다노 농협을 취재하면서 협동조합 정신이 녹아있는 농협 사업과 함께 지역 농산물의 1차 소비지인 그 지역에서 거의 전량이랄 수 있는 농산물이 판매될 수 있다는 희망도 갖게 됐다.

하다노 농협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어 경기도에 있는 지역농협과 결연을 맺어 교류활동을 하고 있고 강원도 농협에서도 방문하고 농협중앙회장을 지내던 중 횡령 혐의로 구속됐던 정덕근씨를 비롯해 농민신문사 사장도 방문했다.

그들이 하다노 농협에서 배워간 것은 무엇일까.

◆지바산즈는 지산지소의 전형

일본의 지역농협들이 '지산지소(地産地消 :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 라는 일본의 지역 농산물 애용 운동을 전개해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 활력을 보이는 등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번에 탐방한 가나가와현 하다노시 하다노 농협의 지바산즈(地場産's : 고향산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서 지산지소의 전형을 볼 수 있었다.

5년전 세운 부지 3천462㎡에 매장면적 450㎡규모의 이 매장에는 230여 조합원이 매일 출하한 화훼와 채소, 과일 등 1천700 종류의 농산물이 진열돼 소비자들과 만난다.

인구 17만명 되는 하다노시에서 근교농업을 하는 농민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그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품이 전체 70%를 차지하고 그 외는 하다노시에서 생산되지 않는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농협을 통해 공급받고 수입산은 단 한 품목도 없다.

농민 조합원들은 매장 문을 열기 전 아침 일찍 소포장한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 컴퓨터에 입력하고 직접 가격까지 매긴 바코드를 붙이고 판매대에 농산물을 진열한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매일의 출하 농산물을 점검할 수 있고 생산자들은 자신의 휴대전화 등의 자동 음성 안내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상품이 어느 정도 판매됐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이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와 농산물 시장이 있지만 하다노 농민 조합원들은 우선 지바산즈 매장에 출하하고 나머지 직판장이나 마트, 슈퍼마켓 등에 출하할 정도로 농민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전체 1만230㎡(3천700여평)에서 토마토를 재배해 하다노 농협의 지바산즈에 대부분의 토마토를 출하하고 나머지는 동경에 있는 레스토랑 6곳, 슈퍼마켓 3군데에 출하한다는 하다노 농협 조합원이면서 이사인 이마이 시니치씨는 지바산즈에 대해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실제 판매를 시작하면서 시장에 파는 것보다 가격도 좋게 받는다.

농산물이 팔리는 것이 (전화를 통해 전달돼) 눈에 보이니까 좋다. 소비자들도 싸게 살 수 있고 믿을 수 있으니까 선호하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그러면서 지산지소는 당연한 것이고 바람직한 것이고 기본적인 것이라며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은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무한 신뢰

지바산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소비자들은 지바산즈의 농산물이 싼데다 믿을 수 있고 품질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하다노시 시민뿐만 아니라 멀리 동경과 요코하마에서도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와서 사갈 정도다.

지바산즈 개장 풍경을 전해본다. 오전 8시40분경 아구이 점장이 20여명의 직원들에게 오늘도 소비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물건을 사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식의 당부로 조회를 진행하는 사이 매장 입구에는 9시 개장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줄을 선다.

9시 땡. 문을 열자마자 소비자들 문을 열기만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먼저 입장해야만 반드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것 마냥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둑이 터진 사이로 한꺼번에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처럼.

그러나 지바산즈에 진열된 농산물을 특별한 것이 없었다. 가지, 토마토, 피망, 브로콜리, 배추, 무, 파 등 빨리 입장하지 않아도 구입할 수 있는 그런 농산물들이다.

소비자들은 아침 일찍 출하해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 곳곳을 다니며 농산물을 구입했다.

이렇게 먼저 들어가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매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던 소비자들은 지바산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1주일에 2, 3회 이용한다는 40대 주부 와타나베 미나씨는 지바산즈에서 구입한 농산물은 슈퍼와는 달리 신선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또한 슈퍼와 비교해도 싸기 때문에 지바산즈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그래도 개선해야할 점이 없을까 해서 불편한 점을 물었으나 “불편한 점이 없다. 원하는 농산물은 다 준비돼 있다. 지바산즈 농산물은 안전하고 신선한 것이 슈퍼와 비교된다”고 말했다.

생산이나 육류를 팔지 않는데 그러면 장보기가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물으면 불편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건 여기 하다노에서 생산되지 않으니까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할 정도로 소비자들은 지바산즈에 대해 무한신뢰를 보이고 있었다.

이렇게 지산지소(地産地消) 의 가치는 이미 지바산즈를 이용하는 농민 조합원과 소비자 모두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게 농민 조합원과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는 하다노 농협 지바산즈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다노시 13개 초등학교에 급식 재료를 공급하고 인근 사이타마 현 내 12개 초등학교에도 급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액만 9억엔(약 9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10억엔(100억원)을 판매목표로 잡았을 정도다.

◆우리나라 농협마트는 잡화매장

일본의 지바산즈(地場産's)는 우리나라의 신토불이를 보고 배워간 것이라고 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값싼 수입농산물들이 백화점은 물론이고 농촌 지역 편의점까지 점령하고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의 많은 농협이 판매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돌파구가 필요했고 하다노 농협 역시 고조된 위기 의식 속에 획기적인 판매전략을 고민해야 했다.

하다노 농협은 우리의 신토불이를 적용하기로 하고 모델로 삼은 농협중앙회 양재동 하나로 클럽을 세 차례나 방문해 사전 답사하며 5년전 농민이 직접 소비자에게 얼굴을 보인다는 이념을 담은 지바산즈를 탄생시켰다.

5년이 지난 오늘날 하다노 농협의 지바산즈는 철저하게 지역의 안전 농산물만을 취급해 농민 조합원에겐 높은 소득을 소비자에겐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결실을 안겨줬다.

그들이 모델로 삼아서 세 번씩이나 방문한 우리나라 농협 하나로마트는 샴푸, 세제, 옷 등 일반 공산품을 포함한 모든 물품을 판매하고 타지역의 농산물까지도 판매하는 잡화매장으로 전락한 우리 것과는 크게 다르다.

이는 지역 농협에서 운영하는 마트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농산물보다는 공산품 진열 매장이 더 넓고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농협의 주인이라고 하는 농민 조합원들에게 농협이 운영하는 마트는 안전하고 확고한 판매처가 되지 못한다.

농민 조합원들이 하나로마트를 통해 얻는 수익은 거의 없고 농협이 자체 수익을 내기 위한 또 하나의 사업도구일 뿐이다.

하다노 농협 마츠시다 마사오 조합장은 “하다노 농협도 2002년까지는 적자를 보았는데 지바산즈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1년 결산결과 단기 순수 잉여금이 5억엔(50억원)이 발생했다.

지바산즈를 만들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하다노 농협 본사가 여기 있느냐고 할 정도로 지바산즈가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농민 입장에서는 농업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생산자로서 활동을 계속하면서 출하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는 서로간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져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수입농산물의 범람과 쌀 개방의 파고 속에서도 지산지소에 충실한 지바산즈 매장은 소비자들의 신토불이 정신과 농민들의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교훈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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