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제 역할만 해도 농민이 살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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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제 역할만 해도 농민이 살수 있어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6.20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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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개혁, 지역농협 희망의 시작 … ② 괴산군 불정농협
▲ 불정농협이 조합원들의 복지요람이 되고 있는 복지센터다. 여가시간 활용 및 건강관리도 할 수 있게 갖춰져 있다. 

따라서 많은 농민들은 조직 브랜드와 자금력을 갖고 있는 농협에서 조합원들이 사용할 농약 등 각종 농자재를 공동 구매한다면 보다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판매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이 판매할 경우 시장 지배력이 없어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일 품목을 수집해 공동으로 판매할 경우 품질이 균형을 이루고 대량의 물량까지 확보해 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 때문에 역시 협동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정신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협동조합의 정신이 제대로 발현되고 있나 살펴보면 아주 미흡하다.

한국농업경영인 보은군 연합회에서 농협개혁위원장을 지낸 구용섭씨는 “고립분산 적인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거해 시장에 공동출하하고 또 농협이 그 지역의 주력상품을 선정해 이를 특화시켜 제 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용섭씨는 또 “젊은이들은 기동력이 있고 판매처도 확보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고가 전략을 짜서 직거래를 해 수익을 얻고 있지만 고령의 농민들은 이 같은 적극적인 판로개척도 못할뿐더러 기동력조차 없어 버스 없이는 농산물 판매에 손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고령화된 농민, 은퇴농에게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같이 농협 개혁을 주창하는 농민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가, 어떤 품종을 원하는가에 대한 시장 조사를 하고 수요량 등을 예측해 농협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 위주로 주력상품, 특산품을 만들어 계약 재배 등을 통해 농가 소득을 보장하고 단지화해 물량을 확보 시장지배력까지 갖추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황에서 소비자들의 수요까지 조사해 올해 유통될 물량을 파악해 재배면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지도기능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농자재 판매, 지도, 농산물 유통까지 총괄해 그야말로 농민들은 농사만 짓고 상품만 잘 만들면 되는 체제가 필요하다.

말로는 늘 이런 주장을 하고 또 그렇게 가야한다는 것을 농협직원들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제대로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

◆농협임직원·조합원 인식전환 필요

협동조합 정신이 상실되고 있는 것은 제도적인 문제도 있지만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특히 고령의 조합원들이 대부분이어서 개혁적인 인사를 원하지 않고 온건, 덕스러움이 있는 인사를 원하고 있다. 즉 농협 운영에 대해 비판적인 칼날을 들이대는 사람을 원치 않고 있는 것이다.

이사나 감사 중에 개혁적 인사가 있어 운영에 대한 비판을 하면 조합직원들과의 친분으로 인해 할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고민을 후련하게 파헤쳐 준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런 사람을 따돌려 놓기 일수고 또 이사나 감사 선거에 출마하면 선출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같이 분란 없이 지나가길 원하는 농협과 임원 측의 맞장구로 인해 농협이 개혁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조합장이나 이사, 감사, 직원들 중에 농협 관련 법규를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나 의문을 제기할 정도다.

농협의 경우 최고회의인 대의원 총회 외에 이사회가 아주 중요한데 이사회 상정 안이 중앙회에서 내려온 지침 등을 상정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보수 인상, 수매가 등에 대해 협의하는 수준 정도다.

이사회에서 의결한 안건이 문제가 있을 경우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조합장이나 이사나 감사나 이력서에 한 줄 더 쓸 수 있는 이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농협 경영에 임해야 한다.

이는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 농협은 늘 조합원의 전이용을 주장하고 있다. 사료든, 농약이든, 비료든 기름이든 하나로마트 든 모든 구매 물품을 농협 전 점포에서 이용하길 주장한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농협을 이용하고는 있지만 전이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약은 일반 농약상회를 이용하고 일반 잡화는 슈퍼마켓이나 일반 마트를 이용하고 면세유도 아는 주유소를 이용한다. 농협에서 연말 결산하고 조합원들이 농협 이용에 따른 배당을 실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용고 배당을 거의 받지 못할 정도의 조합원들이 많다.

결국은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고 하면서 정작 주인이 방치하고 있어 조합 전이용 문제는 조합원이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조합원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직원들 또한 문제다. 조합원이 똑똑해지면 그들 입장에서 피곤(?)해지니까 어떻게든 대의원 총회나 잘 넘어가면 된다는 의식이 잠재돼 있다. 조합원들이 감시하고, 정책대안을 하고 눈을 뜨고 요구하지 않으면 농협은 조합원이 아닌 직원을 위한 농협으로 전락하고 만다.

글싣는 순서 

1. 농업협동조합 정체성을 찾아야
2. 지역농협 성공 전략 - 괴산군 불정농협
3. 지역농협 성공 전략 - 청원군 오창농협
4. 농협과 생협의 상생 - 충남 홍성 풀무생협 사례
5.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①
6.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②
7. 지역농협 활로모색을 위한 토론회

지역농협에서 1년간 벌어들인 수익으로 조합원들이 원하는 환원사업은 커녕 직원들의 인건비 대기에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농협은 농민들에게 원망을 받기도 하지만 의지처이고, 희망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지역의 농협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고 조합원이 중심이 돼 지역농협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타 시·군,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지역 농협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3회 기사는 안성 고삼농협 사례를 보도할 예정이었으나 고삼농협 조합장의 해외 방문으로 인해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청원군 오창농협을 취재 보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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