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가 우리지역을 통과하는 것은 군민들에게 오랜 숙원이었다. 오랫동안 중앙부처와 싸움(?) 끝에 고속도로 노선 하나는 얻었고 충북도내에서도 유일하게 고속도로가 통가하지 않는 군이라는 오명은 청원∼보은∼상주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말끔히 씻었다. 고속도로가 없기 때문에 지역이 침체되고 인구도 더 빠져나가고 관광경기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당장 도시민들이 우리지역을 많이 찾고 또 도시에 있는 공장들이 이전해오고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단했다. 그런데 고속도로 개통으로 우리지역의 경기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개통된 지 불과 100일인데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이 눈에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 1, 2년 계속되면 어느 정도 점원을 썼던 규모가 큰 점포들은 점원을 줄일 것이고 더 진행되면 업종변경을 거쳐 상당수의 점포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5일로 개통 100일이 된 청원∼보은∼상주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우리지역에 불어닥친 명과 암을 살펴본다.
2007년 11월28일 개통한 79.4㎞의 청원∼보은∼상주간 고속도로는 보은지사에서 전체를 유지, 관리한다. 지사는 관리, 영업, 도로, 구조물, 교통안전 5개 부서로 나뉘어 관리되고 영업소는 회인, 보은, 속리산을 비롯해 총 6개가 있다.
영업소별 16명에서 19명의 지역 주민이 고용돼 있다. 우리지역 영업소별 통행량을 보면 일 평균 회인 400대에서 500대, 보은은 1천700에서 1천800대, 속리산은 800대에서 900대가 통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은영업소는 남상주 1천200대에서 1천500여대가 이용하는 것보다 통행량이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 국도 통행 차량 없다
민선4기 들어 외지에서 출퇴근 공무원들에 대한 페널티 적용이 없어져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행정공무원들이 늘었다.
그들은 바쁜 출근시간에 거리가 단축되는 국도 25호선인 회인 피반령, 수리티를 넘어 보은에 왔었다. 그래서 아침 8시경이면 3색 신호등이 적용되는 수한 사거리에는 외지에서 보은으로 들어오는 출근 차량들이 파란색 신호를 받기 위해 줄을 지어 서있는 모습을 발견하기가 쉬웠다.
그런데 고속도로 개통 후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청주 출퇴근 차량 대부분이 문의IC로 들어와 보은IC를 통해 보은으로 유입된다.
이는 미원을 통해 보은으로 들어오는 국도 19호선도 마찬가지다. 청원∼보은 구간뿐만 아니라 상주구간에도 통행 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기존 청주방향에서 상주 쪽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이 피반령이나 미원을 통과해 보은을 거처 상주방향을 찾았던 것은 이미 옛날이 돼 버렸다.
이로 인해 주유소들이 직격탄을 입고 있다. 보은을 중심으로 미원방향, 관기방향, 회인 방향의 주유소에 매출감소를 취재한 결과 30%이상, 많게는 50%이상 매출이 감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각 주유소 대표들은 국도를 통행하는 차량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주유소를 이용하는 차량이 없는 것. 모 주유소는 지난해부터 주유소를 팔기 위해 매물로 내놓았지만 고속도로 개통과 보은∼내북 간 국도 4차선 노선이 신설되기 때문에 아예 문의조차 없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관기구간의 주유소들은 처음에는 50%이상 매출이 줄다가 지금은 다소 회복돼 20%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화물차량들이 많이 다녔지만 지금은 거의 통행량이 없다고 말했다.
◆ 지역자금 역외 유출 심각
마트·시장 매출 최고 50%이상 ‘뚝’
고속도로 개통으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은 심각하다. 그동안 청주와 상주, 김천 등 도시와의 근접성 확보로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것은 아예 지역의 문화가 돼버렸다. 고속도로가 생겼으니 고속도로도 한 번 타보고 도시에 있는 마트는 어떤가, 음식은 어떤가 호기심에 도시 상점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지금은 호기심에서 벗어난 수준이다.
설 명절 때 주부 몇 명이 한 차를 맞춰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왔고 지금도 주말이면 청주 등 외지로 나가 1주일치 장을 봐올 정도다. 그런데 몇 명이 그런 것이 아니고 큰 돈을 지출하는 것은 대부분 도시에서 구입하고 지역에서는 미처 도시에서 구입하지 않은 물건 정도 사는 것이 고작이다.
지역의 대형 마트의 경우 전년에 비해 20∼30%정도 매출이 감소됐다고 한다. 토요일에 장사가 꽤 잘돼 하루 1천만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면 지금은 500만원 팔기도 바쁘고 평일은 더욱 심각하다. 업주들은 경기도 안 좋은데 외지 상점 이용으로 장사가 안된다며 걱정을 하고 있다.
재래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이종대 보은 재래시장 상인연합회장에 따르면 50%이상 매출이 떨어졌고 업주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큰 돈은 외지에서 쓰고 지역에서는 콩나물 500원, 두부 한 모 등 지출액수가 미미하니 지역상가가 원활하게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업주들은 주민들이 지역에서 번 돈을 지역에서 풀어야 자금이 회전돼나 지역에서 번 돈을 외지에서 소비해 지역에 돈 씨가 마르고 있다며 이는 지역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루아침에 회복이 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 것이다.
점심도 나가서 먹을 정도
대형 마트에서 시장을 봐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제는 점심식사도 외지 식당을 이용할 정도라고 한다.
청주와 상주가 불과 3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해놓고 20분 전 출발해 식사를 하고 돌아올 정도. 계모임도 이젠 지역 음식점을 이용하기보다는 도시 음식점을 이용하고 청주권과 거리가 가까워지니 회식도 청주에서 하는 곳이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식당에 영향이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식당이용자가 줄으니 당연히 지역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예가 감소하는 사이클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관광객 늘고 지역개발 바람
특히 구병산 관광객 증가
고속도로가 개통됨으로써 관광지인 보은에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괄목할만하다. 속리산 영업소에 따르면 평일 속리산 IC를 통해 지역으로 유입되는 차량이 700대에서 800대인데 비해 주말에는 1천500대가 넘는다. 아직 겨울철에 이 정도였으니 본격적인 관광철인 4, 5월이면 2, 3배 가까이 차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속리산의 경우 문장대 등을 등산하지 않고도 주말을 관광지에서 보내려는 외지인들이 늘어났다. 음식점 업주들은 관광객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황교연 속리산 관광협의회장은 고속도로 개통 후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이로인해 음식점 등 상가 이용 관광객도 늘어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적자를 봤던 일부 음식점은 흑자로 돌아섰을 정도라고 한다.
구병산 관광객 증가는 가히 괄목할만하다. 충북 알프스 구간으로 알려져 전에도 등산객이 많이 찾았으나 그래도 분기당 3, 4천명 정도였으나, 고속도로 개통 후 1만5천명 이상이 구병산을 찾고 있다. 마로면 적암리의 경우 주차장이 부족해 일부 사유지를 임대해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보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을 정도다.
최근 구병산 풍혈 발견소식 뉴스를 타고 또 고속도로 구병산 휴게소가 고속도 휴게소 중 가장 경관이 아름답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구병산을 찾는 바람이 불어 앞으로 구병산을 찾는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등 개발 분위기 밝아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지역개발 붐도 일고 있다. 이미 레이크힐스 호텔 회사인 속리산개발(주)에서 추진 중인 보은읍 중초리 골프장과 (주)속리산개발의 탄부면 상장리 골프장, 또 산외면 신정지구의 허브밸리 조성 등 지역이 굵직한 대형사업은 고속도로개통으로 인해 우리지역에 떨어진 선물이다.
또 충북도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바이오 산업단지 조성사업, 동부 지방산업 단지 조성사업 또한 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해 기업체 유치에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외에 기업체 이전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아지고 일부 외지에서 우리지역으로 기업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등 지역개발 속도가 조금 느껴지고 있다.
◆ 침체속도가 개발속도 추월한 것이 문제
생선회 먹으러 가고
그러나 지역경기 침체속도가 개발 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중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우리지역과 같이 경기 침체 몸살을 앓았다는 진천과 음성지역에서 3년 정도 경기침체를 겪을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하지만, 진천, 음성과 달리 소비인구도 적은 우리지역은 이들 지역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들 지역에서 3년 정도 겪을 것을 우리지역은 4, 5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비자들도 지역경제를 조금 더 생각하는 의식과 함께 업주들도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지역경제가 이처럼 어려운데도 생선회를 먹으러 외지를 찾는 단체나 마을이 줄을 잇는다. 올 겨울만해도 엄청난 자금이 외지로 빠져나갔다.
그렇다고 외지를 찾는 소비자들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지역 업주들은 외지로 나가는 주민들을 붙잡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용카드를 낸다고 수수료를 별도로 부담하게 하거나 현금 영수증을 요구한다고 눈살을 찌푸릴 일이 아니다.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를 묵살하는데 지역점포를 찾을 일은 만무하다.
러브데이는 효과 떨어지고
보은군이 재래시장을 이용하자며 목요일마다 러브데이를 운영하고 있으나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들에 따르면 지역기관단체에서도 호응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은 거의 참여도가 없다고 한다. 시장업무를 담당하는 경제사업단 부서 직원들 정도 참여에 그치고 보은군수도 명절 때 시장을 돌아보는 것이 고작이다.
목요일을 러브데이로 정했으면 한 달에 한 번 보은군수를 비롯해 유관 기관단체와 함께 시장을 돌며 물건도 구입하고 상인들의 고충도 들으며 그들을 껴안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전시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상징적인 효과가 대단히 크다.
관광 눈높이 맞춰야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구병산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현재 고속도로 상에 없다. 속리산 IC를 빠져나와 탄부면 임한리까지의 국도상에는 구병산 안내 이정표가 없다. 구병산은 관기 우회도로부터 안내하고 있는데 속리산과는 달리 구병산은 전 국민들에게 생소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속리산과 함께 구병산 안내판 설치가 필요하다.
또한 IC이름이 속리산이기 때문에 외지인들은 속리산 IC를 이용하면 바로 속리산을 갈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갈목고개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해, 지금은 서울 쪽에서 내려오는 관광객들에게는 보은 IC를 통해 속리터널을 이용하고 상주 쪽에서 올라오는 관광객에게는 속리산 IC를 이용해 말티고개를 이용하라고 가르쳐준다고 한다.
처음 속리산 IC를 통해 이정표에 안내된 대로 서원계곡, 갈목고개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해 지금은 말티고개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
현재 영업소마다 관광안내지도 및 모범음식점 안내책자, 충북 알프스 지도를 구비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정보가 세밀하지 않아 추가로 질문하는 관광객이 많아 세밀한 안내책자 및 인터넷 서비스 제공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음식점의 경우 보은은 순대가 유명하다. 속리산 산채순대를 비롯해 산외면 순대, 보은의 순대골목 및 재래시장 내 순대 등은 서울 등지에서 일부러 순대를 먹으러 오는 고정 고객이 있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명품 한우로 이름난 조랑우랑도 고정 고객확보가 충분한 먹거리가 된다. 유명한 생 삼겹살 고기도 마찬가지이고 두부집도 자랑할 만하다.
이 밖에 맛있는 거리 우수한 관광거리를 엮어 외지인들을 끌어들이는 노력이 지금보다 몇 배 더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