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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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추억
  • 보은신문
  • 승인 2007.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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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충주대학교 정보제어학과 3학년)
지난 달, 친구들과 속리산으로 등산을 하러 다녀오는 길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수도 없이 와 보았던 곳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그때그때 느낌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래서 내가 등산을 좋아했나?'하는 생각을 가지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광경들이 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나의 고향.
[보은군 내북면]

분명 속리산을 갈 때도 지나갔지만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등산 때문에 몸이 피곤해서였을까. 마음도 감정적으로 변해버렸는지 어렸을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눈을 감고 그때의 나를 떠올린다.

친구들, 동네 형, 동생들.. 모두가 밥만 먹었다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서 항상 하던 딱지치기, 구슬치기, 자치기 등등...

대보름날의 밤에 하늘을 수놓던 쥐불놀이의 불꽃들.. 그러다 쌓아놓은 짚더미에 떨어져서 불났던 일들.

넓은 들판을 뛰어다니며 입술 색이 변하도록 따먹던 뽕나무 열매들. 이제는 맛조차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땐 왜 그리 맛있던지 항상 옷에 물이 들어서 집에 돌아가면 엄마에게 혼이 나곤 했었는데.

여름이면 개울가에 모여 헤엄을 치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즈음이면 저 멀리 논둑에서 빨리 오라며 내 이름을 부르는 누나의 목소리.

밤이면 앞마당에 모기장 쳐 놓고 다 같이 앉아 먹던 수박의 맛도 잊을 수가 없다.
가을엔 이 산 저 산 밤 주우러 다니다 벌에 쏘여 실컷 고생하고.
그래도 주운 밤이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다 같이 모닥불 피워놓고 구워먹던 기억들.

겨울엔 논에서 타던 스케이트도 누가 더 크게 만드는지 내기하던 눈사람도, 고드름 치기도 이젠 모두 내 기억 속의 추억일 뿐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주위의 모든 것들이 우리의 장난감이고 놀이터였다.

그것도 모르고 가끔씩 도시에 사는 친척 아이들이 사오는 장난감을 부러워하고 사달라고 엄마한테 조르고 그랬는데..

그렇게 행복했던 그때의 일들을 더 많이 떠올려 보려 하는데 날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
 "상욱아 다 왔어."
친구의 부름 소리에 눈을 떠보니 9살이 아닌 25살의 내가 있었다.

단 30∼40분이었지만 피로가 싹 풀릴 만큼 기분 좋은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학업을 위해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을 뒤로하고 떠났을 때만해도 도시에서의 생활과 더 큰 학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들에 고향을 떠난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삼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그때 그 시절이 그립고, 나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추억을 준 고향에게 고맙기만 하다.

내가 따먹던 고드름은 더 이상 그 시절보다 깨끗하지 않으며, 친구들과 뛰놀던 논두렁은 아스팔트 도로로 바뀐 지 오래지만, 내 안의 고향, 보은과 그 속의 행복한 기억들은 변치 않는 나만의 추억상자 안에서 영원히 그 고유의 빛을 간직한 채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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