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사랑, 이웃사랑 담긴 ‘김장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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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사랑, 이웃사랑 담긴 ‘김장 김치’
  • 보은신문
  • 승인 2007.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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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김장준비 손길 바빠진 사람들
지난 19일, 보은지방의 기온이 영하도 가까이 떨어지더니 20일 새벽에는 진눈개비 마저 내려 응달진 곳에는 빙판길이 되어 마치 한겨울이 찾아온 느낌이다. 춥고 궂은 날씨는 계속되어 21일 아침에는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보은지역에도 지역별 또는 응달과 양달의 차이는 있겠지만 약 1.5―2cm 가량의 눈이 내려 있었다. 농민들이 애써 가꾼 배추나 무가 얼지나 않았나 걱정이 된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라 느슨하게 마음을 먹고 있던 사람들의 김장준비에 손길이 바빠졌다. 예년에 비해 배추 재배면적도 줄고, 작황도 좋지 않아 김장비용이 약 20% 정도 더 든다고 미리부터 야단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날씨가 추원서 그런지 김장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20일 보은 시장에 배추와 무 값을 물어 보았더니 배추는 최상품 한 포기에 3천원, 중품은 2천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무는 상품 1개에 1천원, 중품 1개에 600원에서 7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시골에서 농민들이 직접 가꾼 배추와 무를 직거래를 통해서 산다면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둘러 김장을 마친 아낙네들은 마음이 태연한 모습이다. 김장이 겨울 양식 중 반 양식이라고 해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집집 마다 연례행사처럼 한 번씩 큰 일을 치루곤 한다. 아파트나 연립주택에서는 배추 몇 포기를 김장이라고 담그면서 어수선을 떨지만 지금도 시골에서는 배추 100포기 이상씩 김장을 담그는 집이 많다. 김장 담그는 날은 시골 잔치집을 연상케 한다. 이웃집에 김장을 담글때면 부르지 않아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같이 김장 담는 일을 도와주고, 인정 많은 주인댁은 돼지고기 수육을 한 솥 삶아 새로 담은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과 막걸리 한 잔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그렇게 담은 김치를 일년 내내 자식들이 퍼다 먹고, 그렇게 자식들이 먹는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흐믓한 것이 어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종곡리 김장하는 날
지난 18일, 보은읍 종곡리 김창욱, 박이식씨네 집에서 마을에서는 처음으로 김장김치를 담궜다.
2남3녀를 둔 김창욱, 박이식씨는 김장때만 되면 김치공장 못지않게 김장을 많이 담고 있다. 이날도 김씨 부부의 집 마당은 김치로 가득찼고, 온 동네 마을 어르신들도 서로 서로 도우미가 되어 간도 보고, 부족한 일손도 메우는 등 훈훈한 인정을 베풀었다. 한마디로 김장 축제의 장이되었다.

한 집에서 이틀씩 사람들로 북적이며 3, 4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 때 처럼 푸짐하게 김장 김치를 담그고, 김치를 다 담근 후에는 김치 배달하듯이 다 나눠주고 나면 쓸쓸함만이 남는다.

"이제 힘들어서 내년에는 못 해줄 것 같아.”

해마다 반복되는 얘기가 오가지만 자식사랑과 이웃사랑으로 내년에도 종곡리에서는 김장 축제가 열릴 것이다.

이흥섭, 전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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