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이 낳은 딸 세계적 플루티스트 최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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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이 낳은 딸 세계적 플루티스트 최나경
  • 송진선
  • 승인 2007.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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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리 출신 아버지 최규남은 의사이자 색서폰 연주자, 엄마는 바이올리니스트 
세계적인 플루티스트인 최나경(24). 미국명 재스민 최(Jasmine Choi)은 재주가 참 많았다. 공부는 전교 1등이었고, 체육 분야도 두각을 보였다. 플루트는 물론 바이올린과 피아노도 너무 잘했다. 대회 나가면 1등을 독차지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면 부럽다 못해 신경질 나는 얘기 아닌가. 한 가지라도 특출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자녀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너무 부러운 대상이었다.

이런 최나경은 어떤 분야든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대충 대충이 없었고 한 번 책을 잡으면, 한 번 피아노에 앉으면, 한 번 바이올린을 쥐면 됐다는 생각을 할 때까지 절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렇게 피나는 연습 끝에 얻어지는 결과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중학교 때부터 금난새 선생님과 함께 다니며 연주활동을 하는 등 어릴 때 이미 그 싹을 보인 나경은 지금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의 부수석으로 활동하는 세계적 플루티스트이다.

# 플루트와의 인연
연슬벌레 최나경이 초등학교 때인 어느 날 숙제로 리코더를 불었다. 고향의 봄이었는데 얼마나 불어야 리코더를 놓을 것인지 밤이 깊어도 놓질 않았다. 밤에 불면 귀신 나온다며 이제 그만 자라고 하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불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녀의 어머니 말에 따르면 ‘고향의 봄’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어찌나 구슬프게 불던지 자신도 놀랬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독주회를 해도 되겠다고 했을 정도.

다방면에 재주를 보였지만 특히 입으로 부는 것에 소질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9살 나이의 최나경에게 플루트를 권했고 그 날 이후로 그녀는 손에서 플루트를 놓지 않았다.

재능이 출중한 딸을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과는 달리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하는 최나경은 더 넓은 세계에 나가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혼자 상경, 예원학교를 졸업했다.

대전에서 서울 예원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아이들이 오고 집안 ‘빵빵’한 아이들과 겨룬 나경은 입학성적 전교 1등에다 플루트 1등을 차지했다. 자기 자식이지만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던 나경은 성격까지 밝고 명랑해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고 연습을 하면서도 즐거워 할 정도였다.

그런 나경에게 서울도 좁아 예능분야의 최고라고 하는 서울예고 1학년 때 미국 커티스 음악원을 찾았다. 하버드대를 제치고 경쟁률이 가장 높은 대학 1위로 꼽히고 있는 커티스 음악원은 전 세계 유망주들이 대거 지원하는 명문인데다 단 한 명만 선발하는 플루트 입학 오디션에서 불과 만 16세의 나이로 당당히 선발됐다.

# 미국 플루트 계 우뚝
스승이 바로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줄리어스 베이커다. 스승 앞에서 자신있게 연주를 하는 최나경에게 스승은 “너는 어디서 온 아이니? 이름이 뭐니? 넌 이미 잘하는데 왜 나한테 왔냐”며 최나경의 기를 살려준다.

연주할 때마다 ‘액설런트’를 연발하며 독려해줬고 나경은 선생님이 지정해준 곡보다 더 많은 곡을 연습할 정도로 연습벌레였다.

2000년에는 J.베이커 스승으로부터 커다란 센세이션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역시 세계적 플루티스트인 제프리 케이너로부터 사사, 플루티스트 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렇게 공부를 해온 최나경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02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콩쿠르에 나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당당히 1등을 차지한 나경을 두고 당시 심사위원장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제치고 플루트 연주자가 1등을 하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관악기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로 아름답게 연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극찬했다.

공부도 늘 1등이었던 나경은 커티스 음대에서 4년 전액 재단 장학금을 받았고 클린턴 대통령 상도 받은 나경은 미국 전역의 대학교에서 한 학년에 1명만 뽑는 지도자캠프에도 들어가 미국 상류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도 가졌다.

그리고 줄리어드 대학원에 입학하고 2005년 줄리어드 주최의 협연자 콩쿠르에서 플루트 연주자로는 최초로 우승해 개교 100주년 기념 시즌 오프닝 콘서트 협연했다.

동양인이라는 사실에 음악계는 더욱 깜짝 놀랐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의 권위있는 음악잡지 ‘심포니’의 라이징 스타로 선정되는 등 플루트 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 최연소 신시내티 부수석
분명 재능만 갖고는 안된다. 매일 연습에만 매달렸던 나경이 하루는 집안에서 거미를 발견, 움직이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고 할 정도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외로움의 시간을 나경은 연습으로 극복했다.

중 1때부터 혼자 서울에서 생활을 했얼 정도로 외로움은 나경에게 또 하나의 세계였고 극복이라기 보다는 즐겨야할 전공인 셈.

그렇게 연습에 몰두하는 동안 실력은 더욱 쌓여갔고 연주회를 다니며 명성도 더욱 쌓여갔다.

2002년 독주회 실향 음반을 제작한 나경은 2004년부터 미국 아스트랄 메니지먼트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으며 관악부문으로는 한국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신시내티 심포니 부수석 자리에 올랐다. 경이로운 나경이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10대 교향악단 중 관악기 연주자가 수석이나 부석인 경우는 없다. 특히 한국인이 5대 교향악단에 관악연주가로 들어간 사람이 없다. 최초라는 기록을 나경이 여러 번 세웠다.

그동안 뉴욕의 카네기 홀, 비엔나의 무지크페라인 골든홀 , 프라하의 드보르작 홀, 로스엔젤레스 디즈니 홀, 필라델피아이 아카데미오브 뮤직 등에서 솔로이스트로 연주했다.

최근에는 비엔나에서 열린 오스트리아 플루트 페스티벌에서 최초의 한국인 연주자로 초청받아 독주회와 협연을 해 극찬을 받기도 했다.

신시내티 심포니 연주일정 이외의 여름 시즌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가 운영하는 미국 말보로 뮤직에 초청되어 활동했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미국 토피카 심포니, 걸프코스트 심포니, 스페인 무르시아 필하모닉, 체코 필하모닉 챔버와의 캐나다 투어 등 솔로연주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모두 음악 가족
음악가족의 피가 흐르는 최나경의 가족들은 그야말로 드문 음악가족이다. 엄마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청주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아버지는 성형외과 의사이지만 아마추어로 시작한 색서폰 연주가 수준급이다.

외가 쪽으로는 더 대단하다. 외할아버지는 청주교대 학장을 지냈으며 청주시향을 창단, 17년간 지휘를 했으며 이모들은 연주자로, 외삼촌도 충주대 음대 교수를 지내고 있다.

최나경을 임신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청주여고 때 자신을 며느리 감으로 찜한 시아버지(전 최성렬 충북도 교육감)와 한가족이 됐고 꿈꿔왔던 남편 감을 만난 것 모두가 감사한데 결혼하자마자 곧바로 임신까지 했으니 더없이 행복해 매순간 즐거운 생각만 가졌다고 한다.

그런 것이 나경에게 미쳤는지 매우 긍정적이며 사회성도 좋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나경이 올해는 국내에서도 연주가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는데 5월 대전 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을 비롯해 6월에는 CJB 교향악단, 부산시립 교향악단, 8월에는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열었고 내년 5월에는 KBS교향악단과 협연이 예정돼 있는 등 국내 팬들의 가슴을 플루트 선율로 녹여냈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모차르트 음반을 출반하는 솔로 및 협연 등 다수의 음반을 출반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아름다운 선율 만큼 그녀의 인기도 날로 더해가는데 이미 사이월드(www.cyworld.com)에 팬클럽이 개설돼 그녀의 음악을 사랑하는 회원들이 그녀와 소통하고 있으며 홈페이지(www.jasminechoi.com)를 통해서도 팬들과 활발히 교감하고 있다.

24살, 꽃다운 아가씨, 한국인 최초 미국 5대 교향악단의 부수석인 최나경의 세계가 어디까지일까 도대체 가늠할 수가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플루티스트 최나경과 인연을 갖고 있다는 것만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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