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에서 울어나는 가슴 아픈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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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에서 울어나는 가슴 아픈 눈물
  • 보은신문
  • 승인 2007.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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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2세, 이 장 영 할머니의 애환 어린 삶
내북면 보리골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어릴 때부터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부모를 모시고 동생 셋과 4남매가 살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시집이라고 와 보니 시부모님과 동생, 남편, 이렇게 네 식구가 산밑 오두막집에 살고 있었다.

올해 72세의 이장영 할머니는 그렇게 20세의 나이에 삼승면 선곡으로 시집을 왔다. 앙칼스런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으며 시집살이가 심하면 죽이라도 배부르게 먹었으면 하고 굶주리고 살았다. 남편은 남의 집 머슴살이로, 낮에는 남의 집에 가 일하고 밤에는 집에 들어와 잠자고 새벽이면 또 남의 집으로 일을 하러 나가야 했다.

◆ 시련의 시작
20세에 시집을 와 21살에 첫 아기가 생겼다. 하지만, 다섯 달이 되자 자연유산이 되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1년에 두, 세 번씩 유산이 되어 도대체 살아 있는 아기를 낳아보지 못했다.

1년이면 두 세 번씩 유산을 했고, 농사 때는 품팔아 먹고살았고, 겨울이면 직접 나무를 해와 땔감으로 써야 했다.

살아 있는 아기를 낳아야 미역국이라도, 호박국이라도 따뜻한 국물을 얻어먹을 텐데. 아기를 유산했다는 이유로 미역국물 한 모금도 먹어보지 못했다.

남들 가슴 내놓고 아기 젖을 먹이는 것만 보면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흐렸고, 애들 가방 메고 학교 가고 오는 것만 봐도 눈물이 흐렸다.

“살아있는 아기를 낳아보는 것이 소원이었죠.”
친정집도 가난에 시달렸지만 친정어머니는 애를 태우며 약도 해 날랐고, 점쟁이 집을 찾고, 뱅이도 해봤지만 4남매 외동딸이 낳은 외손자를 품에 안아보기를 원하다 원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자식은 낳으면 자식이고, 부모는 한 번 잃으면 영영 잃는 거라고 한다. 부모에 맺힌 눈물은 살을 째고 나오는 눈물이고 자식에 맺힌 눈물은 뼛속에서 울어나는 눈물이라고 한다.

안 생기고, 못 낳으면 걱정이라고 하지만 1년에 두세 번씩 아기를 가졌지만 한 번도 살아있는 아기를 낳지 못하니 하염없는 눈물만으로 살아온 50년 세월이었다.

이제 72세가 된 이장영 할머니.
“딸이라도 하나 있으면 엄마 소리라도 들었을 텐데. 이년 팔자가 기구해 평생 엄마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하고 늙어 죽게 되는 한심 할 뿐이지.”

주름진 얼굴에 두 줄기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손바닥으로 이리 닦고 저리 닦으며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도 쓸쓸해 보인다.

조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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