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릿대 숲길 속리산의 또 다른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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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릿대 숲길 속리산의 또 다른 볼거리
  • 송진선
  • 승인 2007.04.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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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둘째 주 일요일은 군계를 종주하고 넷째 주 일요일은 충북 알프스 구간을 종주하는 날이었다.

보은읍 남산이나 태봉산을 운동 삼아 한 바퀴 도는 것도 아니고 군계 종주나 알프스 구간 종주는 ‘사람 죽인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힘든 산행이다. 옛 어른들이 힘들면 입에서 단내가 난다고 했는데 군계 종주나 충북알프스 종주가 딱 그렇다.

일정에 맞게 산행을 하기 위해 후미에 처진 일행이 있어도, 선두진영은 그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고 봐주지 않는다. 다만 산꾼들이 선두, 허리, 후미에 포진해 있어 산행을 리드해 다들 힘들다고 하면서도 한 사람도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그 날 산행구간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대단한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다.

지난 8일. 이날도 혹시 했지만 역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산행이었다. 본사 후원, 속리산악회(회장 최윤태)가 주관해 군계와 알프스가 겹치는 내속리면 만수리에서 피앗재로 시작해 천왕봉을 거쳐 군 경계인 문장대 휴게소 앞 너럭바위에 이르고 법주사로 하산하는 장장 14㎞, 산행시간만 8시간에 달하는 구간이다.

마침 이날은 재경 보은중학교 동문회 중심으로 이뤄진 등산 동호회인 속리산우회(회장 박용국)가 용바위골 휴게소에서 시산제를 지내 마음이 참 바쁜 날이었다.

마침 용바위골 휴게소는 종주 일행이 하산하는 구간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맞아 참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발길을 재촉해 보기도 한 산행이었다.

그러나 어디 산행을 하면 마음대로 되는가. 이날 종주하는 구간이 백두대간 길이어서 사실은 등산로를 정비한 것도 아닌데 일부러 정비한 것처럼 잘 돼 있고, 구간을 보면 그리 먼 길도 아니다 싶었지만 산 능선을 넘고, 넘고 또 넘어서 앞으로, 앞으로….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만수리에서 올라 피앗재부터 출발하는 구간에는 충북 알프스 구간 표시로 보은군에서 이정표를 설치해놓았고 만수리 가기 전인 대목리(윗대목리)에서 출발해 충북알프스 구간과 만나는 지점에는 속리산 정식 등산로 표기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이정표를 설치해놓았다.

그만큼 중간에 길을 잃어 해맬 구간이 없다. 그래서인지 백두대간 구간이지만 나 산에 왔소 하고 광고라도 하듯, 자랑이라도 하듯 나무마다 매달려 있어 새로운 오염원이라고 꼬집었던 시그널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의 군계 종주길은 특별히 등산로가 나 있고 별도로 보은군계라고 중간 중간에 표시가 돼 있는 것도 아니어서 헷갈리는 곳에서는 지도에 나침반을 대고 방향을 찾았던 것에 비하면 정말 ‘땅 짚고 헤엄치기’ 산행이 아닌가.

# 4월에 날리는 눈
산행에서 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클 것이다. 일기에 따라 산행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날 출발부터 일기는 참 좋았다. 4월 중순에 업어드는 시기이니 기온도 차지 않고 아주 적당했다.

햇볕도 쬘 수 있으니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서 내뿜는 무공해 산소도 실컷 들이 마실 수 있고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도 흡수해 산림욕도 제대로 하는 이주 최적의 산행일기를 보였다. 전날까지 오욕에 찌들었던 몸속, 마음속에서 모든 오염원들이 땀방울로 빠져나가는 듯 했다. 발걸음이 가뿐해진다.

전 날 술을 마셔 힘들다며 숨소리가 거칠었던 일행들은 이미 머리털까지 젖을 정도로 줄줄 흐르는 땀을 닦는다. 개운해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이 얼마나 좋은 지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순간이다.

대목리에서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일행이 많은지 천왕봉을 앞에 두고서는 약간 지체된다. 5분만 가면 됩니다. 다 와갑니다 라고 서로 격려하며 산행을 돕는다. 가파른 능선을 타고 마지막 남은 힘을 쓰며 올랐다. 천왕봉 정상은 먼저 찜한 사람들로 만원이다.

동서남북 어디하나 처지는 것이 없이 장관을 이룬다. 속리산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그 힘든 과정을 겪고 올라왔구나, 되돌아보며 가슴 뿌듯함을 느끼며 다시 문장대로 향한다.

어라 그런데 하늘이 영 심상치 않다. 그렇게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좋아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듬뿍 바르며 올라왔는데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눈발이 날린다.

산 아래는 아마 비가 왔을 것이다. 내리자 마자 녹아버려 신기루 같았지만 이것도 축복이다.

#조릿대 산책로 볼거리
속리산의 대표로 기암괴석을 꼽는다. 천왕봉을 지나면서 문장대에 이르는 구간에서 만나는 이름난 바위들을 나열해본다. 비로봉→입석대→신선대→청법대. 이외에도 이름만 없다 뿐이지 바위들이 즐비하다.

바위들마다 갖가지 전설과 얘깃거리들을 안고 있다. 사연도 많다.  경업대와 같이 임경업 장군이 소년 시절에 심신을 단련하던 곳이라는 입석대 등등 그것도 둘레와 무게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그 큰 바위들이 산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속리산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이런 암봉들이다. 그러나 여기에 속리산의 명물로 기록될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조릿대 대나무 숲이다.

천왕봉에서 문장대에 이르는 구간에 펼쳐진 조릿대는 장관이다. 더욱이 조릿대 사이로 나있는 등산로를 산책하면서 많은 사연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은 속리산을 오른 사람만이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보상이지만 이런 조릿대 등산로가 하부에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속리산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등산이 대중적인 운동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등산을 싫어하는, 겁내는 10대, 20대 젊은 층에게 호소할 수 있는 관광요소로 충분하다.

지금 조릿대 사이에 등산로가 나 있는 것처럼 빼곡이 채워져 있는 조릿대 밭에 속리산이라는 글씨의 산책로를 내는 것이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미로 게임을 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면 속리산에서 색다른 추억을 담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바위사진만 담긴 속리산 홍보 책자에 조릿대 대나무가 장관을 이룬 곳에서 등산객들이 사진촬영을 하는 등 죽림원의 풍경 사진을 담아내면 속리산 하면 천왕봉, 문장대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시 우리 거기 한 번 가보자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속리산우회와 만나
군계 구간이 문장대 휴게소 앞 너럭바위이기 때문에 중주 일행은 문장대 정상을 뒤로 한 채 법주사 쪽으로 하산했다.

처음 종주를 시작할 때 걸음을 재촉하면 속리산우회 시산제 일행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맞았는지 시산제 장소였던 용바위골 휴게소에는 속리산우회 일행이 일부 남아 우리 일행을 맞았다.

고향 사람들과 그것도 속리산에서 막걸리 건배를 하고 시산제에 올렸던 떡도 나누고 정도 교감했다.

사월 맑은 날 산 정상에서 눈을 맞은 추억을 담은 산행이 마감됐다. 다리는 왜 이리 아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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