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최장기 이장직 수행한 삼승 선곡2리 이광제 이장
상태바
군내 최장기 이장직 수행한 삼승 선곡2리 이광제 이장
  • 송진선
  • 승인 2007.01.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년간 마을주민들의 손과 발이 돼
마을이장을 해보겠다고 경쟁을 하는 곳도 있지만 올해까지만 보고 내년에는 내놓아야지 하는 마을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어느 마을은 출마한 몇 사람을 놓고 투표를 통해 이장을 선출하기도 하고 또 어떤 마을은 올해가 다 갔으니 이제 더 이상 이장을 볼 수가 없다고 손사래를 쳐도 억지로 맡기는 곳도 있을 것이다.

삼승면 선곡2리 이광제(58) 이장은 벌써 몇 년째 더 이상 이장을 볼 수가 없다고 동회가 있을 때마다 회계장부 등을 던져놓지만 마을 주민들이 더 안기는 통에 이장직만 20년째 수행 중이다.

40세 때인 1987년 3월16일 처음으로 전주 이씨 집성촌인 선곡2리 마을 이장이 된 이후 4년 임기가 끝나면 재선임 되고 또 재선임 되는 등 재선임이 반복돼 지금 군내 최장기간 이장직 수행자로 기록되고 있다.

그동안도 연말에 열리는 마을 총회에서 이광제 이장은 아무리 주민들이 떠맡겨도 그만 두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고 “이제 나이도 있고 또 오랫동안 이장을 봤으니 다른 젊은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낸 뒤 마을 각종 사업과 관련한 회계장부를 총회석상에 놓고 빠져나오기 일쑤였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 있으면 막무가내로 맡기기 때문에 그냥 자리를 피해왔는데 그러면 같은 마을 주민이면서 촌수로는 집안 아저씨뻘인 고령의 노인이 회계장부를 가져와 “자네가 다시 이장을 봐야겠다”며 억지로 떠맡겨놓았고 연로한 어른이 손수 장부를 챙겨와 맡기는데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가 없다.

지난해 연말 총회에서는 할머니들의 지지로 다시 선곡2리 이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20년간 이장을 봤다는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선곡2리는 27가구에 주민수라고 다해봐야 47명에 불과하다. 이광제 이장은 주민 복지 증진과 기반정비 등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가져 작지만 살기좋은 마을로 만든다는 소박하지만 큰 포부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싫어하면 볼 수가 없는데 동네주민들이 협조를 잘해준다며 지금까지 큰 어려움없이 마을일을 봐왔다며 동네 주민들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선곡리에서 나고 자라 이장을 보기 전까지 반장 10여년, 새마을지도자 10여년을 본 후 이장에 선출됐는데 이장 20년 경력까지 합하면 마을일만 40여년을 본 셈이다.

주민들은 이장이 마을을 대표해 각종 일을 수행하는데 그동안 부정없이 깨끗하게 마을일을 보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동안 마을안길 포장이며 마을내 도랑을 석축으로 정비하고 2001년 주민들의 화합의 장인 마을회관을 신축했다.

또 올해는 사람이 살지 않아 흉가로 방치돼 있는 빈집을 정비하는 등 마을 환경을 가꾼다는 계획도 수립했고 주민화합을 위해 주민 관광도 갈 계획이다.

이는 주민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똘똘 뭉쳐 “우리 마을을 최고로 가꾸자”는 이광제 이장의 소망이 담긴 사업들이다.

부인 이정자(55)씨는 이장 20년과 반장, 새마을지도자 일까지 40여년간 마을을 위해 일하는 남편이 한편으로는 많이 야속했었다고 털어놓았다.

2남3녀 자식들 가르치고 먹고살기 위해 담배농사를 6, 7단 했는데 담배를 따려고 놉을 얻으면 면에서 불러서 나가는 등 집안 일은 뒷전일 때가 많았었다는 것.

지금은 통신 시설과 방송시설이 좋고 또 주민 각자 기동력도 좋아 이장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 이장 일을 보기도 수월해 졌지만 그래도 개인이 희생돼야 하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장 부인들은 거의 대부분 남편이 이장일 보는 것을 싫어하고 제발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것이 희망일 정도라고 말했다.

1년에 한 두번 면내 이장들이 부부동반을 해 관광을 하며 친목을 다지는데 이장일 보면서 바가지를 안 긁힐려고 그러는지 관광도 시켜주고 부인들 비위를 잘 맞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려줬다.

이렇게 이장은 마을을 위한 봉사자이면서 그러면서 어르신들의 해결사 역할까지 해야 한다.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아 이장을 부를 때도 있고 퓨즈가 나가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아도 이장을 부르고 분명 자가 수도인데도 물이 안나온다고 부를 때도 있다.

자식들은 도회지로 다 떠나고 고령의 부모가 혼자 사는 가정이 많아 자연스럽게 해결사까지 됐다.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현재 선곡2리 최고령자는 88세 이준수 할머니인데 이 할머니 외에도 혼자 사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아 이들과 관련된 일을 거의 이장이 해줘야 한다는 것.

이광제 이장은 "사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과 이웃을 위해 떳떳이 일할 수 있다" 라는 나름의 원칙을 세워놓고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장은 명예를 가져다주는 직책은 아니지만 행정업무를 돕고, 주민간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서로 돕고 화합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그에게서 20년간 내공이 쌓여 이제는 이장이 그에게는 천직임이 엿보였다.

사과 과수원 1160여평과 논 1100평을 경작하며 슬하의 2남3녀를 훌륭하게 키웠고 이제 이장 좀 그만 봤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마을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니 어떻게 하느냐는 부인의 고운 심성이 배인 내조가 가화만사성, 수신제가치국이란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가정의 평화가 온 마을에 영향을 미치니 정해년 선곡2리는 주민들이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단합하고 서로 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