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완주 할 수 있도록 힘을 준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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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완주 할 수 있도록 힘을 준 당신께
  • 보은신문
  • 승인 2006.1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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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 제 환 명(평각 새골)
어슴프레 아직 어두운 이명
새벽 별 빛 받으며
임의 품으로 가
은혜주시는 분께 감사하며
안녕을 비는 당신
살며시 내려앉은 햇살이
창가를 비집고 들어 올 때
어제의 허물을 뒤 집어 쓰고
숙취에 빠진 몸을 깨웁니다

온갖 먹 거리 마련하여
정성 쏟아 먹이고
구겨진 옷가지 다림질해 입혀서
험한 세상바다에 내 보낸 뒤
오늘도 무사하기를
가슴조이며 숨을 죽이며
님께 빌고 또 비는 당신
후질근 함도 잊고
어지러워 진 울 안 팍
쓸고 닦고 훔치고
눈길 닫는 구석구석
윤기를 내품게 만듭니다

피팍한 살림에 보탬이 되리라
힘 부치고 괴로워도
즐겁게 일터를 마다하지 아니하고
그어진 삶의 길 위에
부산떨며 고통을 감내 해 갑니다

걷잡을 수 없었던 젊은 열정은
다 보담아
날 뛰지 않게 나를 이끌었고
시간 많던 중년
못된 유혹의 손길이 닦아 올 때
한 치라도 벗어나면 어쩔까
안절부절 애간장 녹으며
늘 옆에 버티고 서서
뜯겨버린 살 첨은 부쳐주었고
상처를 감싸 주었습니다
나땜에 생긴 아린가슴과 응어림은
다 숨기고
그저 드러난 허물과 부끄러움을
묻어 주기에 바쁜 당신이었습니다

결국 당신 치마폭에 둘둘 마라
깔끔하게 씻기운 뒤
맛깔스런 안주에다 한잔 술 건배로써
나를 거두며
노을 진 석양이 비추고 있는
하얀 은실이
더욱 더 눈부시도록
마치 보석을 다듬고 있는 듯
계속 나를 빚어가고 있습니다

손녀 수발 때문에 수만리 먼 곳
잠시 떨어져 홀로 지내보니
당신은 분명히 나라는 작품을
쉬지 않고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실개울의 흐르는 물 같이 촉촉하고
심산의 맑은 공기만큼 시원하며
모든 걸 담아내는 넓디넓은 바다 같은 여인입니다
그대는 끊임없는 꽃망울을 터뜨리며
향기를 뿜어내
먼 이곳까지 내음을 맡게 하니
참으로 대단한 나의 그림자이며
동행자요 반려자임을 다시금 감지케 합니다
그대 순정이라는 씨앗은 작았으나
싹이 돋아 자라
흐르는 세월 속에 우람한 거목이 되어
그늘을 드리우고 있음은
온 식구의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 비록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힘이지만
몽땅 쏟아
그간 일궈 놓은 당신의 뜻에
거슬지 않게 살아
울안 가득 웃음꽃 드리우게
다짐을 드려 봅니다.

앞으로 울 밖 멀리 우뚝 서
나는 세상을 더 잘 낚고
당신은 낚아드린
알갱이를 알지게 주물러
하루하루 엮어가는 일상을
소중하게 가꿔 가면서

참 잘 만났노라
참 잘 애썼노라
참 잘 살았노라
라는 말을
아빠 엄마가 이어 주셨듯이
당신과 나
잘 넘겨주어야
장모님과 당신의 빚을
갚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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