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충청북도문예작품공모전 입상작【수필(면회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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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충청북도문예작품공모전 입상작【수필(면회가는 날)】
  • 보은신문
  • 승인 2006.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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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복(보은군청)
자녀를 군에 보낸 모든 부모의 심정은 아내의 마음과 다를바 없을 것입니다.

새벽 이슬 맞으며 강원도에서 군복무중인 아들 면회가는 날 제 눈에 비추어진 아내의 아픈마음이 아들 전역후에도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 아내의 사랑스런 모습을 제7회 충청북도 문예작품공모전을 통하여 소개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기록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처음 써본 수필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이번 작품공모전을 주관해주신 행우문학회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앞으로 행우문학회의 일원이 되어 우리 주변의 아름다움을 글로 남겨 충청북도 공무원 모두가 따뜻하고 포근한 문학세계에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작품 활동에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겠습니다.

이제 그동안 글로 남기고 싶었던 것,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글로 느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 모두를 가슴졸이며 예쁜글들이 여러분곁에 다가갈 수 있도록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뒤적뒤적, 오지않는 잠을 살포시 달래보아도 까아만 밤은 밝아올 준비가 덜되었나 보다
사연모를 베게와 잔잔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곤한 하늘나라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듯한 아내, 그곁에는 철없는 딸아이의 천진난만한 잠짓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빨리일어나, 늦었어 하는 아내의 급한 소리에 일어난 시간은 새벽인지 아침인지 구분할 수 없는 거무스레한 초저녁같다.

남들이 보면 먼 여행이라도 떠날듯한 짐보따리 3개에는 누군가가 평소에 깔고, 덥던 요데기와 이불, 배게 그리고 하나는 가스랜즈, 부탄가스, 고기 재운 것들이 작은가방에는 미용도구, 옷가지들이 또하나는 김치, 과일들이 들어있는 아이스박스통이 나를 재촉한다.

찬기운이 맴돌고 있는 새벽녁에 적막하기만 한 주차장에서 들리는 자동차의 시동소리는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군복무중인 아들이 아침8시부터는 외박이 허용되는 시간이라 꼭 8시전에는 부대 위병소앞에 도착하여 면회신청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 아내의 뚜렷한 신념이다.

산고(産苦)의 아픔을 이겨내고 이 세상에 태어나 아내가 얻은 첫 아들이기도 하지만 가정의 품에서 멀리 떠나있는 아들에 대한 보고픔과 그리움이 너무도 크기에 쌓고 또쌓아도 무너지지 않는 정감은 더하기만 한 것 같다.

서청주 IC에 들어서 한참동안 달리고 나니 영동고속도로 분기점이다

차안의 공기가 침묵속에서 잔잔히 흐르는 사이에 아내의 곤한잠이 쏟아지는 듯 고개를 떨구고 뒷자리에 있는 딸아이도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

졸음을 떨구기 위해 틀어놓은 라디오 볼륨을 낮추어 주어야 할 것 같다

동해바다 기운이 맴도는 평창에 다다를 즈음 졸음이 나에게 다가오는데 아내와 딸은 이제서 기지개를 편다

꽤나 잘잔 모양이다

아침안개가 산허리를 감돌고 무대의 주인공인양 내주변에도 뽀이얀 안개가 주위를 맴돈다

신비스럽기만한 바같공기 한모금 들이키고 아침운동하는 양 맨손체조한 다음에 다시 길을 재촉한다.

연신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은 시계만 보이는 듯 늦을까봐 조바심이 더해만 가지만 한편으로는 천천히 운전해 라고 맘에 없는 걱정스런 말 한마디를 건넨다.

현남 IC 빠져나와 국도에 들어서니 우측으로 펼쳐진 동해바다는 아침햇살을 받으면서 넘푸른 바다가 금새라도 달려들 것만 같다.

넘푸른 바다를 보면서 달린지 1시간여쯤 부대의 안내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차안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손거울로 얼굴모양도 고치고 머리도 만지고 벗어놓았던 신발도 신고 면회신청할 때 보여주어야 할 신분증도 확인하고 금방이라도 차문을 열고 달릴 모양이다.

시계바늘은 8시 15분전

8시가 되기를 기다리는 15분이 너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철모에 소총을 들고 부대를 지키는 위병소 군인의 모습이 다소 애처롭게만 보인다.

저 젊은이도 가정에서는 귀한 아들이고 가족들이 너무도 보고싶은 아들들이 아닌가.

면회를 신청하고 10여분쯤 지나니 아들의 모습이 연병장 끝부분에서 보인다

아들 신체검사하듯 아내는 얼굴도 만지고 옷매무새도 살피고 아들 둘레를 몇차레 돌더니 차에 태운다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분주하게 살림살이들이 이사집을 방불케 하듯 넓고 무질서하게 펼쳐진다

집에서 준비한 아침식사 준비중이다

해주고 싶었던 음식들로 아침식사가 끝나자 어린시절 아들을 품에 안고 어린아이처럼 재우더니 시장에 가자고 아내가 나를 보챈다.

다소 북적대는 어느 항구의 시장터에는 온갖가지의 생선들과 어물류가 즐비하고 고기배들은 한가롭게 파도에 몸을 맡기고 둥실둥실 춤을 춘다.

마음의 평온은 이런 곳에서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시장에 가면 값싸고 양이 많은 것들을 사던 아내가 오늘따라 펑펑쓰면서 생선회도 뜨고, 대게도 삶고, 튀김도 산다.

소풍나온 아이처럼 엄청 신이 나는 모양이다.

엄마의 숨결을 느끼며 곤하게 자고있는 아들을 깨워 또 한상 차렸다.

모처럼 온 가족이 다 모인 날 !

행복, 작으마한 가족의 사랑을 서로서로 느끼며 배도타고, 사진도 찍고, 준비해간 과일도 먹으면서 그동안에 못나누었던 이야기꽃이 무르익을 무렵 해가 동해바다에도 어김없이 저녁노을로 서서히 잠긴다

파도소리만이 유독 크게 들리는 바닷가의 해질녘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웃음이 가득한 크지않은 방 한칸에서의 오늘밤은 짧기만 하다

물소리, 칼도마소리, 음식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언제 일어났는지 아내의 손놀림이 바쁘다.

표정은 어제와는 달리 그리 밝지는 않은 느낌이다.

벌써 아들과의 헤어짐을 미리 예견하고 있는 듯 하다

숙소에서 나와 오색온천으로 이동하는 동안은 아침보다는 공기가 좋다.

아토피로 늘 마음졸이던 아들에게 온천욕을 해주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다며 “오래해”, “꼭 오래해”라고 다그치면서 머슴애들을 조른다.

귀대시간은 오후 6시, 시간이 다가올수록 뭘 자꾸 아들에게 권한다.

한적한 바닷가의 조용한 식당에서 두런두런 앉은 우리가족은 말수가 급격히 줄더니 이제는 아들 얼굴만 바라본다.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내키지 않은 공기밥 한그릇을 얼른 비우고 아내를 슬쩍 바라보니 헤어짐으로 가득찬 공기밥을 먹었는지 한수저도 안뜬다.

식당을 나와 도착한 부대앞 위병소 !

어제와 같은 장소이지만 느낌은 정반대다.

짧은 시간동안 아들과 포옹도 하고 지휘관급의 주의사항도 반복하고 나니 어둠속으로 아들의 모습은 못내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생각도 없고, 곤한 잠결에서 금방 일어난 듯한 멍한 표정으로 한없이 한 곳만을 바라만 보던 아내의 눈가에는 이슬이 어느새 맺혔고 고개를 떨군채 말없이 차에 탄다.

보이지 않는 아들을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고 한번더 보지않을 까 기대하는 모양이다.

가슴속으로 치며드는 격한 파고와 같이 찹찹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동안 아내는 한참을 흐느끼더니 이틀간의 지친 육신이 휴식을 취하려나 소로록 잠들어 버렸고 사랑스러움이 넘쳐나오는 작으마한 숨결이 넌지시 내입가에 미소짓게 한다.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져 내리다가 별들도 지쳐 잠들어 버린 새벽 이슬을 피해 이제 나도 한숨자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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