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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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보은신문
  • 승인 2006.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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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 한가위)은 음력으로 8월 15일이다. 설, 한식, 단오와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로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명절이다. 추석이란 명칭은 글자그대로 달 밝은 가을밤이란 뜻으로 연중 8월 보름달의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하여 붙여졌다.

농경민족인 우리 선조들은 추석 때쯤이면 봄에서 여름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을 거두게 되고 1년 중 가장 큰 만월(滿月) 날을 맞이하니 즐겁고 마음이 풍족했다. 자연에서 거둬들인 먹거리는 먼저 우리를 지켜주는 자연과 조상에 예를 다하는 풍습으로 형성돼 신도주(햅쌀로 빚은 술)와 오려 송편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제물을 만들어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며 농공감사제를 지냈다. 계절적으로도 살기에 알맞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이라는 말까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농경사회의 축소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언제든지 먹을거리가 가득해졌고 1년에 단 한번 풍족한 시기를 맞이했던 과거의 농경사회를 지나 계절음식의 개념이 사라져 과거처럼 수확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전통적인 의례도 변화고 점점 간소해지고 있다.

■ 차례음식의 의미
추석날에는 1년 동안 농사를 지어서 그 해 추수한 햅쌀로 송편을 빚고 밤, 대추, 배, 감, 사과 등 햇과일을 제상에 차려놓고 조상님께 한해의 수확을 감사해 하는 차례를 지낸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토란탕, 오려송편, 밤단자, 대추단자, 은행단자, 석이단자, 토란단자, 무호박을 섞어서 만든 떡들이 있다.
또한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무, 숙주 등을 이용한 갖은 나물과 어산적, 고기산적, 화양적, 누름적 등의 적(炙)이 있고, 버섯, 생선, 고기로 만드는 전(煎), 약포, 어포, 장포 등의 포(脯)와 햇김치와 물김치, 그리고 식혜, 수정과, 배숙, 화채, 유과, 다식, 정과, 밤초, 대추초, 율란, 조란, 외에도 생율(밤), 대추, 사과, 배, 감, 포도 등의 햇과일 등이 있다.
- 송편: 하늘의 씨앗인 보름달과 알알이 여문 알곡을 뜻한다.
- 탕: 3탕은 天, 地, 人
- 도라지:‘도(道)를 알아라’는 뜻이다.
- 고사리: 도(道)를 구하는 마음을 지금 이 시간부터 주저하지 말고 행하라는 의미이다.
- 대추: 이치에 닿는 높은 사고의식으로 일을 하라는 의미이다. 열매에 비해 씨가 커 왕을 상징하기도 한다.
- 밤: 밤은 3알이 한 밤송이가 된다. 그래서 三 정승이 나오라는 의미이다.
- 감: 씨가 6개로 六조 판서의 서열을 의미한다. 집안에 육조판서 감이 나오는 정도를 점칠 수 있다.
- 사과: 사과는 자비, 사랑을 뜻하며 모양이 하트형으로 ‘사랑’이라는 의미로 그 집안의 화목과 사랑의 정도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쓰인다.
- 배: 배는 색깔이 황금색으로 깨달음이며, 배는 수분이 많은데, 이 수분은 지혜를 의미한다.
- 조기: 생선의 으뜸으로 생각돼 왔기 때문에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린다.
- 명태(북어포): 머리도 크고 알이 많아 훌륭한 아들을 많이 두고 알과 같이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데 의미이다

■차례상 차리는 순서
제사와는 달리 차례는 설, 추석, 한식, 동지 같은 명절에 지내는 제례이기 때문에 차려놓는 음식도 다르다. 차례에는 제사 때처럼 메(제사밥)와 갱(국)을 쓰지 않고 추석엔 송편, 설에는 떡국으로 상을 마련한다. 절차도 일반제례보다 간소하다.
일반적으로 상차림은 지방과 가문에 따라 진설 법이 다른데 신위를 모신 위치를 북쪽으로 간주해서 제주(祭主)의 위치가 남쪽 ,제주의 오른쪽이 동쪽, 제주의 왼쪽을 서쪽으로 본다. 또 남자자손들이 동쪽, 여자자손이 서쪽에 자리하고 가운데에는 동쪽에 주인, 서쪽에 주부가 선 다음 상차림을 한다.

▶ 진설법
일반적으로 제주가 제상을 바라보아 오른쪽을 동(東), 왼쪽을 서(西)라 하고, 제사상 앞은 남(南), 지방 붙이는 쪽을 북(北)으로 삼는다.
상을 놓는 순서는 맨 앞줄에 과일, 둘째 줄에 포와 나물, 셋째 줄에 탕(湯), 넷째 줄에 적과 전, 다섯째 줄에 메(밥)와 갱(국)이다.
△첫줄(1열) 에 과실과 조과(造菓)가 오르는데 조율이시(棗栗梨枾), 또는 조율시이(棗栗枾梨) 법이나 또는 홍동백서(紅東白西)라 하여 오른쪽에 대추·사과 등의 북은 과일을 놓고, 왼쪽에 밤·배 같은 흰색 과일을 진설한다.
△둘째줄(2열)은 좌포우혜(左脯右醯)로 왼쪽에 포, 오른쪽에 식혜·건지를 담아 올리고 나물류는 포와 식혜 사이에 놓고 맑은 국간장과 나박김치를 놓는다.
△셋째줄(3열)에는 육탕, 소탕, 어탕을 놓는다.
△넷째줄(4열)에는 전과 적을 놓는데 적은 고기와 생선 및 닭을 따로 담지 않고 한 접시에 담아 합(合)적해서 올린다. 배열은 어동육서(魚東肉西)라 하여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해야 한다.
△다섯번째줄(5열)인 신위 바로 밑에는 시접(수저를 남아놓는 대접)과 잔반(잔과 받침대)을 놓는데, 시접은 단위제의 경우에만 좌측에 올리고 양위 합제의 경우 중간 부분에 올린다. 잔반 양편으로 송편을 놓는다.
진설을 하는 순서는 시접과 잔반을 제일 먼저 올린 뒤 첫째 줄인 과실과 조과류 줄부터 차례로 놓으면 된다.

▶ 차례상 차리는 유의점
과실 중 복숭아는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해서 제사에 사용하지 않고 생선 중에 ‘치’로 끝나는 꽁치, 멸치, 갈치, 삼치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면수 같은 비늘없는 생선을 올리지 않는데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린내가 강하기 때문이다.
잉어, 붕어처럼 비늘이 그대로 붙어있는 생선도 사용하지 않는다.
용과 그 모양이 비슷하여 왕을 상징하는 장어도 쓰지 않는다.
마늘처럼 향이 강한 양념도 사용하지 않고 붉은색(고춧가루) 역시 쓰지 않는다.
제사 음식은 짜거나 맵거나 현란한 색깔은 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삼적에도 의미를 두는데 석잔의 술을 올릴 때 마다 바닷고기인 어적, 네발짐승인 육적, 두부나 갖가지 야채꽂이로 만든 야채적을 올리면서 자연이 내린 음식을 고루 맛보게 하기 위해서 이다.
삼색나물의 경우 흰색은 뿌리나물이라하여 도라지를 쓰고, 검은색은 줄기로 고사리를 사용합니다. 푸른색은 잎나물로 미나리를 쓰는데 뿌리는 조상을, 줄기는 부모를, 잎은 나를 상징한다.

■ 추석음식에 담긴 영양 및 조상의 지혜
추석음식으로는 송편, 토란국을 주축으로 하여, 닭찜, 가리 찜, 빈대떡, 송이산적, 나박김치, 삼색나물(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생선전, 쇠고기 적, 한과, 햇과일 등이 올라간다.
모두 제철 재료를 사용한 음식들이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고, 5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로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은 음식들로 오방색이 골고루 들어간 음식이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인 송편을 보면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데, 송편은 그 이름부터 다른 찐 떡과는 달리 솔잎과 함께 쪄내므로 송병(松餠) 또는 송엽병(松葉餠)이라고도 부른다.
솔잎을 송편과 송편사이에 깔고 찌면 떡에 솔잎의 향이 자욱하게 배어들어 은은한 솔향기와 함께 가을 산의 정기를 한껏 받아 소나무처럼 건강해 진다고 여겼다.
또한 은은한 솔잎 향이 더위가 가시지 않은 음력 8월에 떡을 오래 동안 부패하지 않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차례상은 영양학적으로 아주 완벽에 가깝다. 고기와 생선의 단백질, 국물재료에 쓰이는 다시마의 칼슘, 전과 적에서는 양질의 지방 등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으로 차례를 지낸 후 먹는 술과 안주는 평소에는 잘 먹지 못하는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식단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 :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농촌진흥청(그린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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