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상태바
살아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 보은신문
  • 승인 2001.10.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좋은 책은 사람에게 소중한 경험과 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준다. 어떤 책은 생에 대한 열정으로 어떤 책은 잔잔하고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며, 책을 읽고 나서의 글쓰기는 자신과의 대화라고도 할 수 있다.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건과 지식에 대한 솔직한 대화, 이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들은 책읽기를 싫어하고 특히 글 쓰기는 더욱 힘겨워 한다. 책이 열어 놓은 세계로 진입할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며, 그러한 기회가 다분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책읽기와 독후감쓰기를 강요한다. 책은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읽는 것이다.

어른들도 철학서나 전문적인 책을 읽으면 글자는 읽었으되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읽게 되면 전혀 이해를 못하게 된다. 그러면 왜 책읽기는 굉장히 좋아하고 말을 잘 하면서도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몸을 뒤트는 걸까? 틀에 박힌 독후감의 형식, 길게 써야 한다는 부담,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아이들의 글을 힘겹게 한다. 얼마나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썼는가를 봐주어야 하는데 우리 부모들이 배웠던 그 시대의 시각으로 아이들의 글 쓰기를 요구하고 있으니 이게 잘 써질 수가 있겠는가? 요즘 글 쓰기의 방향은 살아 있는 글 쓰기다.

어른들의 흉내를 내거나 머리로만 쓰는 글 쓰기. 시켜서 억지로 쓰는 죽은 단어들의 나열이 아니라, 솔직하고 숨김없이 싱싱하게 살아있는 글을 마음껏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글을 평할 때 어른들은 신중해야 한다.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 바람직한 글 쓰기, 의미 있는 글 쓰기를 아이들에게 시키고 있으니 자연히 아이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의 일상 생활속에서 전하는 다양한 생각거리를 문자 매체로 표현해 보는 즐거움을 느낀다면, 아이들은 ‘정말 글 쓰는게 너무나 재미있구나’ ‘나의 글이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글의 힘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글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달을 수 있고, 또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커지면서 그때야 비로소 아이들 속에 잠재되어 있던 글 쓰기 능력이 활화산처럼 폭발할 것이다.

훌륭한 글은 우리들의 생활 그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법이니까 생활속의 글 쓰기를 잘 가르칠 수 있는 최고의 선생이자 도우미는 바로 우리 부모님들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글 쓰기에 큰 도움이 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제로 시키는 것은 오히려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 반대로 책을 멀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글도 마찬가지로 쓰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글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글을 잘 쓰라고 강요하다보면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아, 나는 정말 글을 잘 못쓰는 아이구나’ 하는 열등감에 빠져들게 되므로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이 글을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뜸뿍 칭찬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글이란 책상 앞에 얌전히 않아서 쓰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에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해선 여러가지 경험을 다양하게 쌓아야 한다. 욕하고 싶은 친구나 스트레스 주는 선생님, 혹은 말 못 할 고민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게 내버려둔다. 싫어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그리기도 하고 욕도 써보고 슬플 때면 슬픈 대로, 기쁠 때면 기쁜 대로 글을 쓰게 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다 비워 낼 수 있도록 마음껏 표현해보게 해준다.

이렇게 하다보면 글과 더욱 친숙해지고 차츰차츰 생각이 정리되면서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한번은 요즘 아이들이 많이 쓰는 욕이나 상스러운 말에 대한 토론수업을 하였는데, 아이들에게 자기가 아는 욕을 종이에 실컷 써보라고 하였더니, 정말 써도 되는 건가 의아해하면서도 제일 많이 쓰는 사람이 이 수업을 잘 하는 거라고 부추겨서, 자신이 알고 있는 이 세상의 나쁜 말들을 조그만 종이에 꼼꼼히 적어 풍선을 불어 그속에 넣고 둘씩 짝을 지어 빵! 터뜨리는 수업을 하였다.

"자 이제 우리는 이제까지 썼던 좋지 않은 말들을 다 없애버렸다."
"이제는 바르고 예쁜 말로 지금 이 기분을 한번 글로 옮겨 보자."고 하여 그 느낌이 식을 새라 아이들을 곧바로 글 쓰기로 유도 하여 자유롭게 표현해보게 했다. 물론 이렇게 해도 표현을 잘 못하는 아이는 있지만 방금 자기가 직접 해본 일에 대한 그 느낌을 바로 적게 하는 식의 수업을 하다보면 거의가 자기들의 느낌을 실감나게 잘 표현한다.

이런 의도로 아이들을 이끌어 가다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고, 그저 내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깨우침이, 어느 글에서나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이때 우리 부모들은 내 자식이 대회 나가서 상좀 타왔으면 하는 부담을 주기보다는, 글 쓰기에 억눌리지 않게 솔직한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현명한 부모가 되어 보자.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글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글이 단순히 글자로 이루어진 문장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주는 감동임을 느끼고 글의 힘을 멀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해자의 신나는 글쓰기 교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