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철 보은읍 수정 현대합동법률사무소 고문
얼마전 내 친한 친구 중 한 사람이 그런 대로 규모가 꽤 있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절망하여 나에게 찾아온 일이 있다. 이제 더 이상 세상을 살고 싶지 않고 죽고 싶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죽을 이유도 또 절망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그래서 나는 내 친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첫째로 너 건강은 이상 없느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전혀 아픈 곳도 없고 당뇨나 혈압도 정상이고 건강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이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돈을 잃고 대부분 건강도 잃게 마련인데 말이다. 60이 넘은 나이에 그 흔한 당뇨나 혈압도 없다니 정말 축복 받은 친구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네 튼튼한 건강에 대해서 정말 감사할 일이 아니냐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너 애들이 세명으로 알고 있는데 다 성혼은 시켰냐고 물었다. 물론 다 성혼시켰다고 답했다. 사실 남들은 간혹 그 나이에 아직 개혼도 안한 사람도 있는데 다 성혼을 시켰고 또 손자가 다섯명이나 된다 했다. 이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그 또한 감사할 일이 아닌가 하고 얘기했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 네 부인도 “아직 살아있지?”하고 물었다. 물론 살아있고 남들보다는 건강한 편이라 했다. 그런데 나이 60이 넘다보니 내 주변에서도 상처하여 홀로 지내거나 재혼하여 새 가정을 꾸려 가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런데 부인이 아주 건재하게 살아있어 노후를 동반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이 또한 감사할 일이 아니냐고 했다.
네 번째로 하나 더 물어보았다. 네가 가장 어렵고 힘들 때 힘이 되어줄 친구들은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나를 포함해 적어도 서너명은 된다고 했다. 이 세상에 진정한 친구 한 명도 사귀기 어려운데 서너명이나 된다니 이 또한 축복 받은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또한 정말 감사할 일이 아니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끝으로 그러면 하나만 더 물어보자고 했다. 부도가 났는데 다 청산하고 빚잔치하면 얼마나 남느냐고 물었다. 정확히는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2억쯤은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면 됐다고 했다. 왜냐하면 흔히 부도가 나면 빚을 청산하고도 대개 빚이 얼마는 남는데 이 친구는 빚을 전부 청산하고 나면 이제 남에게 갚아야 할 빚이 전혀 없으니 고향 시골로 내려가서 조그만 시골집 하나 임대해서 산과 들을 벗삼아 마음 편히 건강관리하면서 은행에 돈 저축해 놓고 곶감 빼먹듯 한달 한달 생활비 빼 쓰면서 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왜냐하면 시골에 살면 한달 생활비라 해 보았자 두 내외 1,000,000원 정도면 될 테니 2억 정도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20년은 족히 먹고 살아갈테니 말이다.
이렇게 친구와 한시간 이상을 대화하고 나니 내 친구도 하는 말, “정말 네 말대로 이 세상엔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구나”하면서 이제 네 말대로 용기를 갖고 다 털고 남은 인생을 시골로 내려가서 자연과 벗하며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헤어졌다. 나도 친구와 헤어진 후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정말 매사에 감사, 또 감사를 드리며 열심히 남은 인생을 살겠노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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