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신 형님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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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신 형님의 명복을 빌며
  • 보은신문
  • 승인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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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준 표 보은 장속/재경보은군민회 사무총장
얼마 전 갑자기 이승을 하직하신 형님을 생각하며 슬픈 마음을 가눌 수 없어 몇 자 적어 봅니다.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형님은 청년 시절에는 그 당시 지금의 암보다 무섭다는 폐결핵으로 많은 고생을 하였고, 늦게나마 병이 나아 농협에 취직하여 가정을 어렵게 꾸려 나가며 나를 대학까지 교육시켜 주셨다. 형님은 살아계실 때 먼저 돌아가신 선친의 묘소를 찾아 형제들과 같이 성묘를 하고는 이런 이야기를 가끔 들려주었다. 아버님 산소 자리는 명당인데 외손들만 성하는 자리인가 보라고, 왜 그런가 하면 서울에 있는 두 여동생의 자식들은 정말 잘 되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큰 여동생의 생질 3남매는 모두 명문 대학을 나와 각각 광고회사 전무, 대학교수, 화가가 되었고 둘째 여동생의 자식들 또한 부장판사며 걸 스카우트 여성 지도자등으로 성공을 하였으니까)

그러면서 우리 친손들도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가졌다.

그렇게 형제들 모두가 잘 되길 바라며 사시던 형님이 몇 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으시고 투병생활을 하며 얼마 전 까지는 그런대로 잘 살아오셨던 분이 돌아가셨다.

지난 7월 25일 아침 일찍 나는 집식구와 단둘이 서울에서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땅 끝 마을로 승용차를 몰고 휴가를 떠났다. 호남 고속도로로 전주에서 김제를 가는 도중 그날 나는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시속 100km로 가는 차가 갑자기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하행 1차선에서 중앙 분리대쪽으로 돌진하여 분리대 벽을 왼쪽 앞부분으로 들이받고 뒤로 돌면서 다시 뒤 트렁크로 부딪친 후 1차선에 가로질러 멈췄다. 그 순간 나와 집식구는 죽었구나 생각하다가 차가 멈춘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지가 멀쩡하여 아무 탈 없다는 안도감을 갖고 일단 차안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문짝이 뒤틀려서 가까스로 밖으로 나온 후 차를 살펴보았다. 마침 고속도로 1차선으로 따라오는 차가 없었으므로 추돌사고는 면했지만 정말 큰 일 날 뻔 하였다. 차 사고의 원인인즉 자동차 뒤 타이어가 많이 마모되어 찢겨나간 상태를 모르고 주행을 계속하여 차의 균형이 맞지 않은 결과였다. 고속도로 운행 때에는 정말 주의할 사항이다. 일단 차를 렉카를 이용해 전주시내 폐차장으로 인도시키고 기왕 전주에 온 김에 우리 조상인 전주이씨 시조 재실을 찾아 후손으로써 오늘 일어났던 사고의 기적적인 삶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정중히 참배를 하였다. 그리고 서울 행 고속버스를 타고 씁쓸한 귀경 길에 올랐다.

그런 이후 1주일이 지나 시골에 계시는 형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다. 오랫동안 투병생활은 하였지만 전날 밤까지도 서울에서 온 자식 조카들과 같이 고스톱도 치고 하루를 잘 지내셨다는데 이튿날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청주병원에 응급환자로 입원했다가 돌아가셨단다.

살아생전에 막내 동생인 나를 그렇게 좋아하고 나에게 기대를 많이 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던 분인데 돌아가셨다니?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휴가를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문안을 드리고 오려고 그랬는데 이제는 다시 못 보게 되었으니 정말 죄송하고 한스러운 일이다. 내가 당할 뻔했던 그 죽음을 동생인 나를 더 살라하고 당신이 대신 맞이하신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

땅 끝 마을 구경을 하러 가다가 진짜 이 세상 땅 끝에서 없어 질 뻔한 내 인생을 좀더 잘 살고 오라고 하신 것 같아 앞으로의 생은 정말 더 형님과 집안가족 모두를 위하여 보람있게 살고자 한다. 그리고 형님의 산소도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 산소와 같이 그분들이 평소 좋아하던 꽃으로 동산을 만들어 편히 쉬게 해드리고 후손이 고루 잘되는 명당이 되길 빌겠다.

# 지난 8월 3일 고인 이성표 장례식에 참석 조문하여 주신 여러분께 늦었지만 지면으로 나마 유족 측 대표로 감사 인사를 대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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